‘반도체 거인’ 삼성전자가 어쩌다가...초격차 무색하게 중국까지 바짝 추격 [위클리 반도체]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2024. 10. 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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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승훈 기자의 위클리반도체 - 10월 첫째주]

굳건해 보였던 삼성전자가 흔들릴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낮춘 데 이어 맥쿼리까지도 경고등을 켰습니다. 업계에서는 “K반도체 기업을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지만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어요.

중국 반도체기업들도 발톱을 드러내며 삼성전자를 노리고 있습니다. 대만 TSMC를 따라잡기에도 벅찬데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굴기(屈起)에 속도를 내고 나선 거죠. 최근에는 화웨이가 AI칩 샘플을 자국 기업들에 제공하며 AI칩 시장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번주 위클리 반도체는 삼성전자 위기론을 짚어보겠습니다.

맥쿼리 “삼성은 병약한 반도체 거인”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컨센서스 하향 조정
“병약한 반도체 거인(Sickly Semicon Giant)”

맥쿼리가 삼성전자에 굴욕을 안겼습나다. 최근 맥쿼리는 삼성전자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하면서 목표 주가를 크게 낮췄습니다. 12만5000원보다 50% 하향한 6만4000원을 삼성전자 목표 주가로 제시한 거죠. 이후에 삼성전자 주가는 6만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품질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퀄 테스트가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죠. 맥쿼리는 “HBM3E 납품 지연은 시장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쟁사에 패배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내놨죠. 2026년에는 삼성전자 HBM 매출액이 130억달러(약 17조2000억원)에 그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300억달러(약 39조7000억원)를 거둘 거라고 예상했는데 반토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셈이죠.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시했습니다. HBM 경쟁에서 밀려날 뿐 아니라 ‘D램 1위’라는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고 경고했거든요. 맥쿼리는 “경우에 따라 D램 1위 공급업체 타이틀을 잃을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입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공장 가동이 연기되고 있으면서 비용 부담이 늘고 있고 신규 고객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맥쿼리는 “오랫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부정적이었다”면서 “안타깝게도 상황은 더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삼성 파운드리 분사說 솔솔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Samsung Foundry Forum 2024)’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최시영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사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어렵다는 얘기는 처음 나온 게 아닙니다. 많은 독자들께서도 아시다시피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죠.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지난 2분기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냈으나 파운드리만은 예외였습니다.

대만 TSMC를 따라잡겠다고 했지만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죠. 경쟁사들이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맡기기는 어려울 테니 TSMC보다 고객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공정을 비롯한 기술력과 턴키 솔루션을 내세웠지만 TSMC 아성을 뛰어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다시 분사(分社)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반도체 제국이었던 인텔(Intel)마저도 파운드리 사업 분사를 선언했기 때문이죠. 삼성 파운드리 분사설도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닙니다. 2022년에 삼성증권에서 불을 지폈던 바 있어요.

당시 삼성증권은 ‘지정학 패러다임 변화와 산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분사 필요성을 검토했었습니다. 삼성증권은 “파운드리는 고객과 접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현지화가 필요하다”며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하고 미국에 상장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었어요.

그러나 파운드리 분사도 쉬운 길은 아닙니다. 인텔이 사업 철수가 아닌 분사를 선택했고, 미국 정부도 자국 기업을 밀어주려는 모양새거든요. TSMC는 하반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삼성 파운드리 앞날을 밝아 보이진 않습니다.

추격 속도 높이는 中
화웨이 어센드901C 반도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미국이 대중(對中)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 반도체기업들은 추격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오히려 미국 제재가 강해질수록 자립이 이뤄질 거라는 시각도 있죠. 국영 반도체기업 우한신신은 화웨이와 함께 HBM 제조 협력에 나섰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우한신신과 화웨이는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패키징을 제공할 수 있는 장쑤창장일렉트로닉스테크와 퉁푸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함께 하죠.

지난 5월에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MT)가 퉁푸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함께 HBM 샘플을 개발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한신신은 12인치 웨이퍼를 매달 3000개 생산할 수 있는 공장 건립에 나섰고요.

엔비디아를 겨눈 그래픽처리장치(CPU)도 중국에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최근 화웨이가 AI칩 샘플을 자국 기업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화웨이는 성텅910C(어센드 910C) 프로세서를 중국 서버 회사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정부는 엔비디아보다는 자국 기업들과 거래를 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중국산 AI칩을 구매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어요. 중국 AI칩 기업들이 점유율을 늘리고 미국발 제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죠.

고삐 죄지만…뒤숭숭한 삼성전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매경DB
상황이 녹록지 않으니 삼성전자 안팎에서도 여러 말이 나옵니다. 전영현 부회장이 DS부문장으로 취임하며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인재 유출도 이어지고 있고요. 오죽하면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 “주위에 나가려는 인력들도 지켜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을까요.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려 했던 파운드리 포럼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독일(뮌헨)·일본(도쿄)·중국(베이징) 파운드리 포럼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겠다는 거죠.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현장에서 진행했던 행사입니다.

칩워(Chip War) 최전선에서 투자 정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매주’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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