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입원환자 30%, 치매와 비슷한 ‘이 증상’ 보여

김영섭 2024. 9. 2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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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혼란상태 ‘섬망’…간병인도 예방·치료에 큰 역할 가능
입원한 노인 환자가 갑자기 치매와 비슷한 '섬망'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가족 등 간병인이 환자의 섬망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병원에 입원한 노인 환자가 갑자기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신이 멀쩡했던 노인의 돌연한 변화에, 가족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호주 비영리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따르면 나이든 입원 환자의 20~30%에서 급성 혼란 상태인 '섬망'이 나타날 수 있다. 섬망은 입원 합병증의 일종이다. 노인 환자가 갑자기 기억력이 뚝 떨어지고 방향 감각을 잃고 헛소리를 하는 증상을 보인다. 섬망은 환자의 병과 사망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거나, 예방하지 못하더라도 조기 진단으로 올바르게 치료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섬망 환자는 밤엔 각성도가 높아져 매우 흥분하지만, 낮엔 심하게 졸려 침착한 태도를 보인다. 어젯밤의 일도 잘 기억하지 못하고, 병원이 아니라 집에 있다고 생각하고, 무질서하고 일관성이 없는 언어를 쓰는 등 인지기능에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 환각 증상과 초조함, 갑작스럽고 예측하기 힘든 기분 변화를 겪을 수도 있다.

흔하고 무서운 증후군인 섬망은 치매처럼 보이지만 치매는 아니다. 치매는 주의력, 집중력, 방향감각, 문제해결 능력 등 인지기능이 '점진적으로' 상실된다. 오랜 기간에 걸려 점차적으로 자율성과 일상활동의 수행능력에 장애를 일으킨다. 이에 비해 섬망은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노인 입원 환자가 섬망을 일으키는 큰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 약물의 동시 복용, 특정 약물의 복용, 급성병으로 인한 강한 스트레스, 수술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른 환자의 이상한 언행으로 숙면에 방해를 받는 등 병원 환경적 요인도 섬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치매와 섬망은 몇 가지 특징을 공유하지만 임상적으로 같지 않다. 하지만 치매와 섬망이 함께 발생할 수 있기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는 입원 기간 동안 섬망 증상을 보일 확률이 더 높다. '인지 예비력'이 낮아져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데 쓸 수 있는 뇌 자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섬망은 치료할 수 있다.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섬망의 가장 큰 위험은 증상 자체를 가족 등이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이다. 치매는 각성 수준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치매 환자에겐 이런 위험이 더 클 수 있다. 섬망이 특정 약물에 대한 반응이라면 약을 중단하고, 감염이 원인이라면 이를 치료해야 한다. 특정 약물로 치료해야 할 수도 있다. 섬망의 발생을 애초에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조치도 있다. 미국의 일부 병원에선 수면 관리, 조기 거동, 감각 장치(안경 또는 보청기 등) 사용, 수분 보충, 소화기 건강 증진 등 조치를 취한다.

간병인은 입원 중인 노인 환자의 섬망을 관리하거나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간병인은 환자의 낮과 밤 일정을 규칙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낮엔 커튼을 열어 햇빛이 들어오도록 하고, 밤엔 소음을 줄이고 조명을 꺼서 환자가 숙면을 취하게 돕는다. 환자가 최대한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병실을 조용하게 해준다. 짧고 간단한 문구를 써서 기본적인 대화를 계속하고, 환자가 응답할 수 있게 시간을 충분히 준다. 환자가 혼란스러움을 느끼거나 겁을 먹으면 현재의 위치와 상황을 상기시켜 준다. 환자가 많이 흥분하거나 짜증을 내면 침착함을 유지하고 논쟁을 피한다. 이야기의 주제를 바꾸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환자가 환각 증상을 보여도 이를 무시하거나 이의를 제기해선 안 된다. 환자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부드럽게 진정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섬망은 공공의료 시스템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환자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섬망의 예방과 조기 발견 및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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