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충격에 주목도 커진 금융불안… 주요국 금리인상 멈출 가능성↑

이재은 기자 2023. 3. 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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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불길, 크레디트스위스로 번져
美 3월 0.25%p 금리인상 확률 80% 육박
시장, 연준 연내 금리인하 베팅 늘어
ECB ‘빅스텝’ 강행에도 속도조절 가능성 열어놔
한은 “통화정책 변수 더 늘어…불확실성 증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은행 줄도산 위험을 높이는 금융시장 뇌관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SVB 파산의 불똥이 최근 세계적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로 옮겨 붙으면서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간 주요국의 최대 골칫거리였던 인플레이션(지속적인 금리인상)보다 금융시장 불안이 더 큰 문제로 부각되면서 올해 금리 동결 대열에 합류하는 중앙은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 미 연말 최종금리 전망 4%대로 하락

17일 월가와 금융시장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21~22일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SVB 파산의 최대 원인으로 가파른 금리 인상이 지목된 가운데 미국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로 9개월 연속 둔화해 시장 기대에 부합했고, 생산자물가는 오히려 전문가 예상치를 하회했기 때문이다. 연준이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릴 명분이 사라졌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연준이 금융시장 혼란을 무릅쓰고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만큼 인플레이션 위험이 시급하지 않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은행 2곳의 파산이 촉발한 금융시장 혼란의 여파로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국면)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전망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JP모건체이스와 블랙록은 연준이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는 금리 동결을 전망했고, 노무라증권은 한발 더 나아가 연준이 금리를 0.25%p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연준의 금리 인상폭을 가늠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이날 연준의 기준금리 0.25%p 인상 확률은 전날 54.6%에서 79.7%로 높아졌다. 금리 동결 확률은 전날 45.4%에서 20.3%로 낮아졌다.

채권시장에서는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 3.71%로 하루 만에 46.4bp(1bp=0.01%포인트) 폭락했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도 3.38% 수준으로 내려왔다. 시장이 예상하는 미국의 연말 최종금리 수준은 SVB 사태 직전 5.5%를 웃돌았지만, 최근 4%대로 떨어졌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는 4.5~4.75%인데, 시장에서는 연준이 3월이나 5월까지만 금리를 올린 뒤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한국·캐나다 먼저 금리 동결…ECB도 긴축 조기 중단할까

SVB 파산의 여진이 금융시스템은 물론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면서 주요국의 금리 인상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WSJ는 “그간 물가 억제를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린 중앙은행들이 최근 SVB 사태가 촉발한 금융시장 패닉이 더 큰 위기로 번지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미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 캐나다 등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긴축을 조기에 중단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크레디트스위스발(發) 금융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0.5%p 인상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ECB가 크레디트스위스 유동성 위기 등을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ECB는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면서 빅스텝을 강행했다. 다만 향후 금리 인상폭에 대해서는 이번 은행권 위기가 얼마나 빨리 안정되느냐에 따라 조율하겠다고 시사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일부 위원들이 최근 시장 상황을 우려해 금리 인상을 중단하길 원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PGIM의 캐서린 니스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이번 성명에서 긴축 속도를 높일 것이란 점을 언급하지 않은 점을 들어 “ECB의 이번 0.5%p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캐나다 중앙은행이 지난 8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연 4.5%로 동결하면서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금리 동결 대열에 합류했다. 신흥국 중에서는 지난해까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온 브라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카타르 등이 금리 인상을 중단했다. 한국은행도 경기 침체 위험을 고려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는데, 이런 기조가 4월까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금통위는 국내 물가, 연준의 통화정책, 중국 상황 등을 변수로 고차 방정식을 풀어 금리 결정을 내리는데, 최근 1주일 동안 5차 방정식이 7차, 8차로 미지수 개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일축했다. 박 위원은 “통화정책 피벗(pivot·방향 선회)은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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