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정부 향해 “암컷이 나와 설친다”···여성 비하 논란

박순봉·조문희 기자 2023. 11. 2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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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탈당의 정치’ 북콘서트서
“‘검찰 공화국’ 아닌 ‘동물의 왕국’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 부른다”
지난 19일 광주에서 열린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북콘서트 모습. 왼쪽부터 두번째부터 최강욱 전 의원, 김용민·민형배 의원. 유튜브 채널 나두잼TV 캡처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 “암컷이 나와서 설친다”고 말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발언으로 추정된다. 여성 비하 발언이라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제기됐다. 당 지도부는 최 전 의원에게 경고 조치했다. 비이재명계(비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최 전 의원에 대한 징계를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관용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며 징계를 시사했다.

최 전 의원은 지난 19일 광주에서 열린 민형배 민주당 의원의 책 <탈당의 정치> 북콘서트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사회를 맡은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이제 ‘검찰 공화국’이 됐다고 봐야 하느냐”고 묻자 최 전 의원은 “공화국이라는 말은 그런 데다 붙이는 게 아니다”라며 “공화국도 아니고 ‘동물의 왕국’이 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어 “동물의 왕국? 동물농장(조지 오웰의 소설)이라는 책을 보시면요, 지금의 정치하고 거의 비슷하다”고 말하자 최 전 의원은 “동물농장에 비유를 했는데, 동물농장에서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 그걸 능가하는 데서··· ”라며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 최 전 의원은 “암컷을 비하하는 말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 전 의원 발언에 무대에 있던 김용민·민형배 의원은 함께 웃었다.

최 전 의원은 또 “윤석열 일가로 표상되는 이 무도한 정권의 가장 강력한 가해자가 되는 길을 가고 싶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짐승들을 길들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술도 안 마시면서 이렇게 과격한 말을 하느냐”고 하자 최 전 의원은 “할 줄 아는 게 술 먹는 것뿐인 놈보다 훨씬 낫다”고 답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계파를 막론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원칙과 상식’은 최 전 의원의 징계를 촉구했다. ‘원칙과 상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금이라도 당 윤리심판원은 최 (전) 의원 징계 재심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암컷’ 발언에 대해 민주당의 전 의원으로서 엄중한 징계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며 “막말 설화로 당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국민께 실망을 드리는 일을 이제는 막아야 한다”고 했다. 최 전 의원은 지난해 6월 ‘짤짤이’ 발언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았지만 재심을 청구했고, 이후 결론은 나지 않았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SNS에 “최강욱씨를 이제는 떠나 보낼 시간”이라며 “함께 자리하며 웃었던 민형배, 김용민 의원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국민 앞에 고개숙여 사과하고 적절한 징계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친이재명계(친명계) 정성호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구화지문’ 입은 재앙이 드나드는 문이고, ‘설참신도’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고 적었다. 우원식 의원은 SNS에 “우리가 엄숙·경건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지만 국민들 눈살 찌푸리게 해서는 않된다”라면서 “정치는 국민 속에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조승현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수석상임부위원장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제가 봤을 때는 (암컷은) 김건희 여사를 뜻한 것”이라며 “예를 들면,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 비판할 때 대통령실 화보집이라든지 아니면 국정농단이라든지, 비선 실세라든지 이런 단어를 통해서 비판을 해야지,이런 암컷이라는 단어를 썼을 때는 다른 사람들도 불편할 수가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기자에게 “(최 전 의원은) 왜 그렇게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지 모르겠다”며 “분노에 의해서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세력들은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 선거를 지겠다는 생각이 아니냐”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최 전 의원에게 경고 조치만 내렸다. 민주당은 입장문을 통해 “조정식 사무총장은 최강욱 전 의원의 발언을 ‘국민들에게 실망과 큰 상처를 주는 매우 잘못된 발언’이라고 규정하고 최 전 의원에게 엄중하게 경고했다”고 밝혔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민주당은 앞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이나 상처를 주는 언행에 대해 각별히 유의하겠다”며 “관련해서 마음을 무겁게 느끼셨을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최 전 의원에 대한 후속 징계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방금 말씀드린 게 지금까지 이뤄진 모든 상황”이라고 답했다. 후속 징계 조치는 없다는 취지다. 또 ‘다른 의원들(김용민·민형배 의원)에 대한 징계가 없느냐’는 질문에 “(최 전 의원의) 그 발언 관련해서는 오늘 그렇게 문자로 공지된 게 지금까지는 전부”라고 답했다. 한 친명계 의원은 “발언은 잘못됐지만, 말을 세게 한 걸 가지고 징계위원회를 열고 그럴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공복인 정치인은 언제나 겸허하게 국민을 두려워하고 섬겨야 한다”면서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했다. 또 “정치인에게 말 한 마디는 천근의 무게를 지녔다”며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늘 진중하고 세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언행은 언제나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져야 하고 또 그렇게 평가된다”며 “국민의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관용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최 전 의원은 이날 지도부의 경고 조치 이후에 SNS에 “It’s Democracy, stupid!(이건 민주주의야. 멍청아)”라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맹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SNS에 “잊힐만하면 습관처럼 다시 도지는 민주당의 막말 본능과 비하 발언이 국민을 분노케 한다”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답시고 ‘암컷’ 운운하며 여성을 싸잡아 모욕하는 행태가 과연 정상적인 사고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정말로 해서는 안 될 막말”이라고 비판했다. 임이자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보니 박원순, 안희정, 오거돈 이런 성범죄 사건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논평에서 “최 전 의원은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중앙여성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최 전 의원의 직접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가영 정의당 부대변인은 “감수성 부족한 민주당의 조직문화 개선이 시급하다”고 논평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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