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위산업계에서 인도네시아만큼 예측 불가능한 고객도 드뭅니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가 4일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M-346F Block20 훈련기 공급에 관한 의향표명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했지만, 업계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네시아는 지난 수년간 수많은 무기 도입 계약서에 서명했지만 정작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F-15EX 도입이 2년 만에 무산되고, 중국제 J-10 관심 표명과 한국의 KF-21, 터키의 KAAN을 둘러싼 불투명한 행보는 군사 분석가들을 계속해서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죠.
이번 M-346 의향표명서 서명 역시 '또 다시 반복되는 의식'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M-346 도입 논의
레오나르도는 4일 "인도네시아 공군의 운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M-346F Block20의 공급 및 지원에 관한 협력을 위해 PT ESystem Solutions 인도네시아 및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의향표명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회사 측은 "인도네시아의 훈련과 전투 능력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부가 M-346을 선택했다"며 "M-346은 국방부가 진행하는 근대화 계획, 특히 호크(Hawk) 등 구식기 갱신에 크게 공헌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가 M-346에 관심을 보였던 징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죠.
Breaking Defense는 "인도네시아의 이번 움직임은 작년 12월 레오나르도와 오스트리아가 M-346 12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오스트리아가 M-346을 선택하자 갑자기 인도네시아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F-15EX 도입 무산의 전철을 밟을까
인도네시아의 '서명 습관'을 이해하려면 F-15EX 사례를 살펴봐야 합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F-15EX 매각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했지만, 정식 계약으로 이행하지 않은 채 2년이 경과했습니다.
결국 보잉은 이 거래를 단념했다고 보도됐죠.
Breaking Defense는 "인도네시아는 의향표명서에 서명하는 것만으로 '강제력이 동반되는 계약'에 서명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이번에도 서명만으로 끝나지 않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실제로 자금이 투입된 라팔 전투기, 스콜페누형 잠수함, 애로우헤드 140 프리게이트, 카를로 베르가미니급 프리게이트와 달리, 의향표명서나 양해각서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업들은 대부분 흐지부지되는 패턴을 보여왔습니다.
M-346도 이 범주에 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군사 분석가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의 행보는 일관성이 없습니다.
F-15EX를 포기하는 듯하더니 중국제 J-10에 관심을 표명했고, 한국의 KF-21 사업에는 파트너로 참여했지만 분담금 지급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터키의 KAAN 전투기 개발 참여 의사를 밝히는가 하면, 프랑스제 라팔은 실제로 도입하고 있죠.
이러한 불투명하고 예측 불가능한 동향은 군사 분석가들을 계속해서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F-15EX를 포기한 것이라면 경전투기 버전의 M-346F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주장에도 허점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한국제 T-50i 고등훈련기를 도입 완료했기 때문에, 만약 경전투기 버전의 저렴한 기체를 원한다면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FA-50 Block20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정비 인프라와 조종사 훈련 체계를 공유할 수 있어 운영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기업들에게는 '주주 어필용 재료'
그렇다면 왜 레오나르도는 이런 불확실한 의향표명서를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걸까요? Breaking Defense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이렇게 용이하게 서명을 얻을 수 있는 관계는 '미래의 수주 기대'로서 주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재료가 된다"는 것입니다.
즉, 실제 계약 체결 가능성이 낮더라도 의향표명서 서명 자체가 기업 입장에서는 일종의 '가지고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다는 얘기죠.

방위산업 기업들은 주주들에게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신규 시장 개척과 잠재 고객 확보는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죠.
인도네시아와의 의향표명서는 비록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충분합니다.
오스트리아와의 계약 체결 직후에 나온 인도네시아와의 의향표명서는 "M-346의 시장 경쟁력이 입증되고 있다"는 내러티브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의향표명서와 실제 계약 사이의 깊은 골
의향표명서(LOI)는 말 그레대로 '의향을 표명'하는 문서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양해각서(MOU)도 마찬가지죠. 실제 계약(Contract)과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레오나르도도 발표문에서 "각 당사자는 조기 조달 계약 체결을 목표로 다음 협의 단계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신중하게 표현했습니다.
'계약을 체결했다'가 아니라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죠.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여러 옵션을 열어두고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공급업체와 의향표명서를 체결함으로써 더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고, 국내 정치적으로도 "적극적으로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실제 예산 집행이나 계약 체결 여부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죠.
결국 또 다시 '의식'으로 끝날 가능성
레오나르도와 인도네시아의 이번 의향표명서 서명은 양측 모두에게 나름의 이점이 있습니다.
레오나르도는 주주들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낼 수 있고, 인도네시아는 추가적인 재정 부담 없이 외교적 협상 카드를 확보할 수 있죠.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이번 의향표명서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Breaking Defense의 표현대로 이는 '서명이라는 의식'에 가깝습니다.
화려한 에어쇼 현장에서 양국 대표들이 악수하며 서류에 서명하는 장면은 멋져 보이지만, 실제 항공기가 인도네시아 공군 기지에 인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습니다.
예산 확보, 의회 승인, 세부 사양 협의, 가격 협상 등 복잡한 과정이 남아있고, 인도네시아의 과거 행적을 보면 이 과정 중 어디선가 프로젝트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위산업 관계자들은 이제 인도네시아와의 의향표명서나 양해각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실제 계약서에 서명하고 선금이 입금될 때까지는 '잠재적 기회' 정도로만 인식하는 것이죠.
M-346 사업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레오나르도가 조만간 "인도네시아와의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라는 업데이트를 몇 차례 내놓다가, 결국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수많은 사업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