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형우가 친정 삼성으로 돌아간 자리를 나성범이 채워야 했다. 6년 150억원짜리 FA 계약의 5년차, 팀 주장이자 4번 타자다.
그런데 7일 삼성전에서 나성범은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고, KIA는 10-3으로 대패했다. 최형우가 3타수 2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하는 동안 나성범은 존재감이 없었다.
2군 성적이라고 해도 믿겠다

올 시즌 나성범의 성적표는 참혹하다. 9경기에서 타율 0.188(32타수 6안타)에 홈런 1개, 타점 3개다. 2군에서 뛰는 신인도 이 정도면 방출 논의에 오를 수준이다. 150억원을 받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기록이라고 보기 어렵다.

2021-2022 FA 시장에서 KIA는 나성범에게 계약금 60억원, 연봉 60억원, 옵션 30억원을 더해 총 150억원을 베팅했다. 당시 이대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역대 FA 최고액 타이 기록이었고, NC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고향팀으로 데려온다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KIA 팬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이적 첫해만 빛났다

나성범이 기대에 부응한 건 이적 첫해인 2022년뿐이다. 144경기 전 경기 출전하며 타율 0.320, 21홈런, 97타점, OPS 0.910을 기록했고,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그런데 그 뒤로는 3년 연속 부상에 시달렸다.

2023년에는 종아리 부상으로 시범경기부터 개막전까지 날리고 6월에야 복귀했는데, 58경기에서 타율 0.365, 18홈런, OPS 1.098로 폭발했다. 144경기로 환산하면 전성기 이승엽급이었지만, 9월에 햄스트링이 터지면서 시즌을 접었다. 2024년에도 시범경기 때 햄스트링을 다쳐 2년 연속 개막전 출전에 실패했고, 102경기 타율 0.268, 10홈런에 그쳤다.
최형우는 떠났는데

문제는 올해부터 최형우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 나성범의 잦은 부상 공백을 메워주던 최형우가 삼성으로 떠났고, KIA 타선에서 무게중심을 잡아줄 선수는 오직 나성범뿐이다. 카스트로와 김도영이 3번과 5번을 맡고 있지만, 이들은 전형적인 거포라기보다는 중장거리 타입에 가깝다.

팀이 필요할 때 한 방으로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4번 타자의 위압감은 결국 나성범이 줘야 한다. 그런데 그 나성범이 타율 0.188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삼진 2개를 당하며 힘을 쓰지 못했고, KIA는 2승 7패로 하위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은 2년, 150억 먹튀냐 부활이냐

나성범에게 남은 계약 기간은 2년이다. 올해 37세, 2년 뒤에는 39세가 된다. 만약 지금과 같은 부진이 반복된다면 '150억 먹튀'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고, 반대로 극적인 부활에 성공한다면 최형우처럼 롱런의 길을 열 수 있다.

NC 시절 나성범은 '나단장'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팀을 생각하는 선수였고, 2020년 NC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며 프랜차이즈 스타로 사랑받았다. 그런 그가 고향팀 KIA에서 이렇게 무너지고 있다. 타율 0.188은 2군 성적이라고 해도 믿을 수준이다. 150억원의 가치를 증명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