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티몬 미정산 5억인데…큐익스프레스는 물류비 7천만원 독촉”

정혜민 기자 2024. 9. 1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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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익스프레스 물동량 확보 위해
티메프 등 ‘역마진’ 프로모션
입점업체에 배송비 지원 미끼로
큐익스프레스 택배 이용 유인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티몬·위메프 등에 무리한 ‘역마진’ 프로모션을 지시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검찰의 큐텐 수사가 500억원 규모의 횡령과 1조4천억원대의 사기 혐의에 이어 배임으로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는 큐익스프레스의 실적 개선을 위해 각 계열사를 동원한 것이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배임 여부를 검토 중이다. 큐텐 쪽이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에 무리한 역마진 프로모션 등을 지시해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배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큐익스프레스 상장을 위해 큐익스프레스를 통한 계열사 물품의 배송을 늘리라’는 취지의 구 대표 지시가 담긴 녹음파일 등도 확보해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은 지난해부터 이커머스 계열사와 큐익스프레스를 연계한 통합 서비스인 ‘큐엑스(Qx)프라임’을 선보였다. 티몬(T프라임)·위메프(W프라임)·인터파크커머스(I프라임)이 입점한 판매자(셀러)들의 재고 관리, 상품 보관, 배송까지 모두 대행하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오는 10월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했던 큐텐 쪽은 올해 들어 매달 초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에 큐익스프레스를 통해 그달 소화해야 할 물동량 목표치를 할당했다. 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본격화 하기 직전인 지난 6월 각 계열사의 큐익스프레스 물동량 목표치 합계는 약 100만 상자였다. 5월 목표치(80만)보다 물동량을 20% 더 늘리라는 주문이었다. 큐익스프레스의 국내외 한달 물동량은 300만 상자 정도로 추산된다.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를 통해 월 수십만 박스에 이르는 물동량을 급격히 확대하다 보니 내부에서는 “큐익스프레스에서 소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물동량이 늘어나 서비스 품질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과정은 구 대표가 주도했다고 한다. 큐텐 관계자는 “ 구 대표가 참석하는 그룹 차원의 주간회의 때마다 목표치를 챙겨야했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질책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큐텐 쪽은 각 계열사에 “큐익스프레스 상장준비와 연결되니 반드시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 “구영배 사장이 실적 부진을 강하게 질책했다”는 전자우편도 보냈다고 한다.

이러한 압박 속에서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는 역마진으로 상품을 싸게 내놔 판매량을 늘려주거나 배송료까지 일부 부담하면서 판매자들이 큐익스프레스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유도했다고 한다.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가 손해를 감수하고, 이익은 큐익스프레스에 몰아주는 구조다.

티몬 입점업체 임원 ㄱ씨는 한겨레에 “티몬으로부터 최대 20%의 역마진과 택배비 지원을 약속받고 큐익스프레스를 이용했다”며 “지원 혜택으로 판매도 잘돼 큐익스프레스를 통해 많을 때는 한 달에 1만 상자를 배송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정산 사태로 결국은 큰 손해를 보게 됐다. ㄱ씨 업체가 티몬으로부터 받지 못한 미정산금은 5억3천만원인데, 큐익스프레스는 물류비 7600만원을 지급하라며 독촉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큐텐 관계자도 “우리 물류(큐익스프레스)가 다른 곳보다 비싸다 보니 비용을 써가면서 물류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우리(큐텐 계열사)가 일부 이용당한 측면도 있지만 그룹 차원의 목적(나스닥 상장)을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이 불법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역마진 프로모션을 둘러싼 입장을 듣고자 구 대표와 큐익스프레스 쪽에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큐익스프레스는 지난 7월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큐텐 그룹 관계사의 정산 지연 사안과 큐익스프레스 사업은 직접적 관련은 없”며 “티몬·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 물동량 비중은 낮추고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중심의 해외 물량을 전체의 약 90%로 높였다”며 미정산 사태와 선을 그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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