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엔 “과장된 기술력”으로 봤던 미국
한국이 대형 잠수함, 나아가 핵추진 잠수함 전력 구상을 본격화하자 미국 내부에서는 처음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원자로 문제를 떠나, 수천 톤급 잠수함을 조용하고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기술은 오랜 기간 축적이 필요한 영역이고, 미국·영국·프랑스 정도만 제대로 된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이 잠수함 설계를 내밀었을 때도 “문서상 스펙은 그럴듯하지만, 실제 완성도는 미지수”라는 선입견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국방부·해군·기술평가 인력들이 한국의 기존 설계, 시운전 데이터, 선체·소나·유체역학 구조 자료를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단순히 추진체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소음·진동·지휘통제·유압·전원 분배까지 잠수함 운용에 필요한 여러 시스템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통합돼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능력을 과장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생각보다 훨씬 앞에 와 있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나왔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온다.

핵심은 동력이 아니라 ‘소음을 죽이는’ 기술이었다
잠수함 기술에서 미국이 가장 예민하게 보는 건 동력원 자체보다 소음과 진동 제어다. 잠수함은 발견되면 끝나는 무기이기 때문에, 어느 속도에서 어떤 주파수의 소음이 얼마나 나는지가 생존성과 직결된다. 이 소음을 줄이려면 선체 설계, 축·프로펠러 구조, 유압·전기 장비 배치, 충격·진동 흡수 장치까지 전 영역의 설계·제조가 정교하게 맞물려야 한다.
평가 보고서에서 미국 측은 한국이 이미 3,000톤급 잠수함을 만들며 이 부분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분석했다. 단순히 “움직이는 잠수함”이 아니라, 일정 속도에서의 소음 패턴이 미국 기준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내려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진동 억제와 유압 소음 제어 설계에서 “일반적인 후발국 수준을 넘어선다”는 문구가 나왔다고 전해진다. 이 지점에서 초기의 의심은 “이 정도면 핵추진 플랫폼으로도 논의 대상”이라는 평가로 바뀌었다.

LNG선이 사실상 ‘거대한 잠수함 실험실’이었다는 분석
미국이 놀란 또 하나의 지점은 한국이 소음·진동 억제 기술을 쌓아온 경로였다. 보고서는 한국의 조선 산업, 그중에서도 LNG 운반선 건조 경험을 주목했다. LNG선은 영하 160도 안팎의 액화가스를 싣고 다니기 때문에, 화물창과 선체 구조가 극도로 민감하고, 펌프·배관·냉각장치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을 잘 억제하지 못하면 구조 피로와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 상위를 차지하며, 자연스럽게 소음·진동을 줄이는 선체 설계·장비 배치·방진 구조 기술을 축적해 왔다. 미국 측은 “LNG선에서 쓰인 소음 억제·유체 제어 기술이 일정 부분 그대로 잠수함에 응용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렸다. 즉, 잠수함만 따로 개발했다기보다, 상선·특수선에서 필요했던 기술이 쌓이면서 잠수함 기술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이야기다.

쇄빙선·특수선에서 다듬어진 유압·충격 제어 기술
유압 시스템과 충격 제어 역시 미국이 눈여겨본 부분이다. 잠수함 내부의 각종 핀·타·밸브·승강 장치는 정교한 유압 제어를 통해 움직이는데, 이 시스템이 거칠거나 불안정하면 바로 소음과 진동으로 돌아온다. 보고서에서는 한국이 쇄빙선·특수선박 건조 경험을 통해 이런 고난도 유압 제어 기술을 발전시킨 것으로 파악했다. 얼음을 깨며 항해하는 쇄빙선과 극지·혹한 환경용 특수선박은 충격과 진동이 상시 발생하는 만큼, 이를 흡수·분산하는 설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경험은 잠수함 설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한국이 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에서 관측된 진동·충격 응답 데이터는, 장기간 특수선 건조에서 다듬어진 유압·방진 기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 입장에서는 “잠수함만 보면 안 보이던 기술 축적 경로”가 LNG선·쇄빙선·특수선 전체를 통해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이 인식 변화가 “예상보다 위험할 정도로 빠르게 따라오고 있다”는 평가로 연결됐다.

그래서 미국은 ‘허용’과 ‘경계’ 사이에서 줄타기 중이다
핵잠수함 문제에서 미국은 한국을 두고 두 가지 상반된 계산을 한다. 하나는 동맹국의 해양 전력이 강해지는 것이 중국·북한 견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한국이 대형 잠수함과 핵추진 플랫폼을 갖추면, 동북아 해역에서 미국 해군의 부담을 나눠 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익이 있다.
다른 하나는 기술·자율성·확산 관리의 문제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대형·핵추진 잠수함을 설계·운용할 수준에 올라선다는 건, 장기적으로 미국의 통제 밖에서 움직일 수 있는 전략 플랫폼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발사체 기술과 정찰·타격 능력이 결합될 경우, 한국은 스스로 억지력을 설계·운용하는 수준까지 올라가게 된다. 미국이 “승인”과 “승인 철회 고민” 사이에서 미묘한 톤을 오락가락하는 이유에는, 이 두 계산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배경이 있다.

대형 잠수함 기술 신뢰를 한·미 동맹의 전략 자산으로 살려가자
결국 미국 국방부가 한국의 대형 잠수함 기술 심사를 통해 확인한 건, “생각보다 훨씬 앞에 와 있는 한국 조선·잠수함 기술의 완성도”였다. LNG선·쇄빙선·특수선에서 축적된 소음·진동 억제와 유압 제어 기술, 3,000톤급 잠수함 건조 경험까지 이어진 기술 경로를 확인한 뒤, 초기의 의심은 “기술적 신뢰”로 전환됐다. 동시에 이 수준의 역량을 가진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전략 플랫폼을 발전시킬지에 대해 미국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 기술 신뢰를 단순한 자존심이 아니라 한·미 동맹의 전략 자산으로 활용해, 동북아 해양 안보와 자주 국방을 함께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형 잠수함·핵추진 플랫폼 개발의 방향성을 차분하게 다져 가자는 목표를 분명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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