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연 매출 ‘억대’ 사장님 출신 여배우의 감성적인 여름 코디

한여름 밤거리에서, 여유로운 낮 카페에서, 또는 혼자 거울 앞에 선 순간까지 김히어라의 패션은 늘 자연스럽지만 눈에 띈다. 계절과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스타일 속에서도 꾸민 듯 안 꾸민 듯 편안하지만 섬세한 디테일이 살아 있는 그의 패션을 세 장의 사진을 통해 살펴본다.

배우 김히어라 사진 / 김히어라 인스타그램

더운 날씨에도 놓치지 않은 감각적 스타일

첫 번째 사진은 여름밤의 스트리트 분위기 속에서 포착됐다. 브라운 컬러의 슬리브리스 톱과 청바지라는 다소 심플한 조합이지만 그 안에 감춰진 디테일이 돋보인다. 어깨에 걸친 화이트 셔츠는 체온 조절을 위한 아이템이자 무심한 멋을 더하는 포인트다. 여기에 머리 위로 올린 선글라스와 얇은 금팔찌, 과감한 호피무늬 숄더백이 스타일을 완성한다. 전체적인 스타일링은 깔끔하고 실용적이지만 작은 소품 하나하나가 개성을 드러낸다. 특히 호피백은 룩 전체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며 단조로울 수 있는 여름 코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김히어라가 밤 거리에서 호피백 숄더백을 걸치고 있다 / 김히어라 인스타그램

두 번째 사진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밝은 오후 햇살 아래 김히어라는 핑크색 볼캡과 플라워 롱스커트를 매치해 산뜻한 데이타임 룩을 완성했다. 티셔츠 위로 아이보리 컬러 맨투맨을 어깨에 걸쳐 스타일과 실용성을 동시에 챙긴 모습이다. 플라워 패턴이 돋보이는 스커트는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청순한 인상을 주고 핑크 볼캡은 캐주얼한 무드를 더해준다. 여기에 과한 액세서리 없이 작은 이어링 하나로 마무리해 균형 잡힌 코디를 선보였다.

김히어라가 거울 셀카를 찍고 있다 / 김히어라 인스타그램

세 번째 사진은 실내 공간에서 촬영된 미러 셀카로 편안하면서도 감각적인 스타일이 눈길을 끈다. 와인 컬러의 반팔 티셔츠 안으로 스트라이프 셔츠를 레이어드한 후 캡모자를 거꾸로 착용해 힙한 무드를 강조했다. 데님 팬츠는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기본 아이템이지만 여기서는 전체 스타일의 안정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접어올린 셔츠 소매가 빈티지한 공간과 어우러져 한층 더 세련된 인상을 만든다.

김히어라가 반팔에 맨투맨을 걸친 채 앉아 있다 / 김히어라 인스타그램

동대문에서 시작된 남다른 패션 감각

김히어라의 이런 남다른 패션 감각은 동대문 옷 시장에서의 특이한 이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김히어라는 연기라는 길을 일찍이 선택했지만 그 여정은 쉽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무대에 올랐고 배우로서 살아가겠다는 꿈을 품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연극 무대와 단역 사이를 오가며 수많은 오디션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번번이 좌절이었다. 생활이 막막해졌고 연기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자 그는 결국 무대를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김히어라가 실내에서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히어라 인스타그램

연기를 포기한다는 생각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선택이 필요했다. 그렇게 김히어라는 동대문 시장으로 향했다. 처음엔 옷을 떼다 파는 일부터 시작해 그 안에서 장사의 흐름과 감각을 스스로 익혀갔다. 시장에서는 손님과의 소통이 중요했다. 그는 유행을 빠르게 읽고 고객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추천하며 점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사람을 관찰하고 그들의 취향을 파악하는 일은 연기와도 닮아 있었다. 김히어라는 손님의 성향과 반응을 세심하게 읽어내며 적중도 높은 제안을 건넸고 이는 곧 단골 고객으로 이어졌다. 그의 가게는 입소문을 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억대 매출을 올리는 점주로 성장했다. 당시를 떠올리며 방송에서 김히어라는 “꽤 유명한 사장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적인 안정이 찾아오자 연기에 대한 갈망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는 다시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고 이전과 달리 마음속 여유가 생겨 있었다. 과거에는 매 순간이 절박했지만 이제는 한 번 떨어져도 또 도전하면 된다는 여유로움을 갖게 됐다.

동대문에서의 경험은 배우로서의 그에게 깊은 자양분이 됐다. 매일같이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고 그들의 감정을 읽어내며 대응하는 과정은 이후 그의 연기에 그대로 스며들었다. 그는 “시장에서 많은 사람을 상대하면서 분위기를 읽는 눈이 생겼다. 그게 지금 연기를 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힘든 시간을 지나 다시 무대 위로 돌아온 김히어라는 이제 더 깊은 시선과 넓은 감정으로 인물을 표현해 내고 있다. 단단해진 내면과 현실에서 체득한 감각은 그만의 색깔로 연기에 녹아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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