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출고가 절반이 세금…주류세 손 보면 식당 술값 잡힐까

유엄식 기자 2023. 11. 21. 1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소주·위스키 세부담 완화 추진...도매·소매가격 인하 이어져야 효과, 종량세 전환 목소리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소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스1
정부가 소주, 위스키 등 증류주에 부과하는 세금을 줄이기 위한 주세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면서 주류 업계에선 제도 개편에 다른 득실 계산으로 분주하다. 기본적으로 출고가의 50%에 달하는 세금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제품 출고가를 낮출 유인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출고가 인하가 도매가와 일반 음식점의 판매가를 낮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업계 일각에선 중장기적으로 맥주, 탁주(막걸리) 등 다른 주종처럼 종량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준판매비율 적용하면 1200원대 소주 출고가 1100원대로 다시 낮아져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주류 업계와 국산 증류주의 과세표준에 '기준판매비율'을 30~40%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기준판매비율은 개별소비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제품 생산 원가에서 기준판매비율을 반영한 금액을 과세표준에서 차감해 세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소주는 제조가격에 72%의 주세와 21.6%의 교육세가 붙는다. 출고가격에 10%의 부가가치세도 더해진다. 이를 모두 반영한 출고가격은 현재 360ml 1병당 약 1250원이다. 출고가의 약 50%가 세금인 셈이다.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면 주세 과표가 낮아진다. 소주 1병 원가를 600원이라고 가정하면 기준판매비율 40%를 곱한 240원을 제외한 360원을 과세표준으로 설정하므로 그만큼 세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업계에선 약 40%의 기준판매비율이 적용되면 기존보다 실제 출고가격이 15% 이상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200원대로 오른 소주 출고가격이 1100원 이하로 다시 내려가는 셈이다. 제조사 입장에선 세부담이 줄어든 한도 내에서 출고가를 낮추기 때문에 영업이익 등 실적이 악화하는 부작용은 없다.

다만 이 같은 출고가 인하 효과가 도매상, 소매점 등을 거쳐 최종 소비자 가격을 하락할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하면 마트, 할인점 등에서 판매하는 가정용 소주는 가격이 소폭 하락하겠지만 음식점 등 비가정용 채널 판매가격은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의 맥주와 소주 출고가 인상 이후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가 도매가 동결을 선언했지만 일부 도매상들은 출고가 인상 이전 확보한 재고가 소진되자 도매가를 인상했다. 또 출고가 인상을 빌미로 판매가를 올린 음식점들이 가격을 다시 낮추지 않을 경우 주세 인하 효과를 소비자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국산 위스키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될 것...수입 주류업계 "종량제 전환 필요"
국내에서 생산한 첫 싱글몰트 위스키인 김창수위스키. /사진제공=GS25
주세 개편으로 수혜를 보게 될 업종은 김창수 위스키, 쓰리쏘사이어티 등 국내에서 위스키 원액을 직접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 브랜드 위스키는 수입 신고가를 기반으로 세금이 부과된 반면, 국산 위스키는 생산 원가에 판관비 등 각종 비용이 더해진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돼 역차별 논란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이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국산 위스키들이 중장기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흥채널 판매 1위 국내 브랜드 위스키인 골든블루는 호주에서 병입한 제품을 판매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 2323억원으로 전년대비 68.9% 신장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6배 늘어난 513억원을 달성했다. 회사 측은 내부적으로 이번 기존판매비율 적용에 따른 출고가 인하 효과 및 회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준판매비율 적용 효과를 분석하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주류 수입사들은 중장기적으로 종량세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높은 세금으로 인한 해외직구나 해외여행을 통한 주류 구매는 불필요한 외화 유출로 이어지고 있으며, K위스키나 전통주 등 고품질 국산 주류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라며 "시대 변화에 따라 종가세 취지가 약해졌지만 종량세 필요성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