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베이비스텝 또는 동결" 시장 확신 굳혔다
빅스텝 가능성 1주일만에 79%→0%로 뚝
[파이낸셜뉴스] '빅스텝(0.50%p 인상)'이 아니라 '베이비스텝(0.25%p 인상)'이나 동결?
오는 21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예상보다 적게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심지어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미국 은행발 금융위기가 우려되고,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단 소식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8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기준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기준금리가 0.5%p 오를 것으로 보는 전망은 일주일 전인 지난 8일에만 해도 78.6%에 달했지만 지금은 0%다.
반면 0.25%p 인상 확률은 일주일 전 21.4%에서 현재 62.7%로 높아졌으며, 동결에 대한 전망도 37.3%까지 상승했다. SVB 파산이 사실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촉발됐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잇따라 급격히 올리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물가상승도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 오르며 2021년 9월 이후 가장 적게 상승했다. 다만,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5.5%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다. 주거 물가 둔화가 지연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물가 압력이 약해졌다"며 "연준의 경우, 인플레이션에 보다 더 강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줄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연준이 SVB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금융 불안 리스크에 보다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다음주 25bp 인상이 유력하다"고 판단했다.
흥국증권도 이번 FOMC회의에서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 기조에서 후퇴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쳤다.
채현기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소형은행들의 파산 사태로 인해 연준의 금리인상 경로에 대한 전망이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면서 "이는 현재 연준의 정책 우선순위가 물가 안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들의 파산사태 발생 이전만 하더라도 빅스텝 인상을 전망했으나, 최근에는 25bp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의 은행 파산 사태가 좀 더 확산되는 흐름이 관찰되지 않는다면, 연준은 3월 회의에서 25bp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2월 CPI에서는 어느 정도 디스인플레이션의 추가 진전이 나타났다고 판단된다"며 "다만 아직 절사평균·중앙값 물가의 둔화세가 뚜렷하지 않은 점과 이날 함께 공개된 전미자영업연맹(NFIB) 구인 지표 상승 등은 우려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아직 연준 입장에서 물가에 대한 확신을 갖기는 어려운 시점"이라며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이유"라고 부연했다.
베이비스텝 가능성 보다는 적지만 동결 전망도 점차 확산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을 건너 뛸 것으로 관측했다. SVB 사태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경로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광범위하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증권도 동결 전망에 한표를 던졌다. SVB 사태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어, 단기 금융안정 목표가 중기 인플레이션 안정보다 우선시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SVB 사태가 그동안 '물가 안정'만을 최우선으로 강조해 온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에서 '금융안정성'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추가됐다는 점"이라며 "FOMC까지 금융시장의 빠른 정상화를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만큼 3월 FOMC에 대한 전망을 25bp 인상에서 금리동결로 수정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이를 반영해 최종금리수준도 기존 5.75%에서 5.50%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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