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포커스] 정몽규 '월권' 협회 '거짓말'…구차한 변명 말고 결자해지 하라
[STN뉴스] 이상완 기자 = 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62) 회장이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에서 월권 등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7월부터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특혜 의혹 등 협회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감사를 진행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2일 중간 발표했다.
문체부 발표에 따르면 협회 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제12조에 따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해야 하나 2023년 1월 당시 전강위원장(마이클 뮐러)은 전강위가 구성되기도 전에 감독 후보자 명단을 작성했다.
이후 에이전트를 선임해 후보자 20여 명에 대한 접촉을 진행하는 등 처음부터 전강위원들을 배제한 채 선임 절차를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 전강위원들은 총 6명으로 첫 번째 회의에서 위원장에게 권한을 위임해 주도록 협회로부터 요청을 받았다. 감독 후보자의 면접 과정에서도 1차 면접은 전강위원장이, 2차 면접은 정 회장이 진행했다.
전강위원들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협회가 계약을 체결된 이후에 두 번째 회의에서 통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선 제12조에 따라 이사회 절차를 거쳐야 했으나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이루어졌다. 문체부는 협회 규정상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 감독 후보자를 추천한 것을 지적했다.
이 기술이사는 정 회장과 상근부회장으로부터 감독 선임 후속 절차 진행을 위임받았고, 홍명복 감독과 외국인 감독 2명 등 최종 후보 3인에 대한 대면 면접을 진행하고 추천 우선순위를 결정해 보고했다.
특히 이 기술이사는 외국인 감독 후보 2인과 다르게 홍 감독은 면접 진행 중 감독직을 제안하는 등 형평성이 어긋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정해성 전 전강위원장은 6월 말 사퇴 직전까지 감독 후보자 3명에 대한 추천 우선순위를 정 회장에게 보고했으나 과정에서 홍 감독과는 어떠한 면접도 진행하지 않은 채 1순위로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 감독은 고심 끝에 국가대표팀 감독을 수락했고, 협회는 일사천리로 연봉 등 협상을 마친 후 이사회 서면결의를 거쳐 정식 선임했다.
하지만 이사회 서면결의 과정에서도 일부 이사는 '이사회 서면결의가 단순 요식행위에 가부 판정으로 의견을 낸다는 것에 유감' 입장을 밝히고 '정식 이사회 회부 요청'을 했으나 의결정족수에 따라 홍 감독이 선임 안건이 최종 통과됐다.
협회는 논란이 지속되자 7월 중순 온라인 임시회의에 참석한 전강위원 5명으로부터 후속 절차 진행에 대한 동의를 받고 홍 감독을 추천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감사 과정에서 이 기술이사는 전강위원으로부터 감독 추천 최종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후 협회는 임시회의는 감독 결정 권한을 특정인에게 위임할 수 있는 정식적인 회의로 인정할 아무런 규정상 근거가 없고, 제10차 전강위 회의 때 정 위원장에게 감독 추천 권한을 위임하는 것으로 이미 종료된 것이라며 입장을 번복했다.
정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해당 역할을 이 기술총괄이사에게 맡긴 것이라고 주장한 협회 입장과 달리 감사 과정에서 정 위원장은 협회에 이와 같은 요청을 한 사실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설사 정 위원장이 본인의 권한을 협회에 위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하더라도 전강위에서 정 위원장에게 협회에 재위임할 권한까지 위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기술총괄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있었다는 협회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협회는 "협회 정관과 국가대표팀 운영규정은 감독 선임 관련 절차에 대해 여러 상황에 대한 상세 규정과 세칙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명문화되어 있지 않은 과정이 진행되었다고 해서 이번 대표팀 감독 선임의 과정과 결과가 일률적으로 절차를 위반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반박 해명했다.
정부 당국의 감사 결과 무성했던 풍문들이 사실로 조금씩 드러나면서 정 회장의 사퇴 압박과 요구 강도는 더욱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협회 스스로가 작금의 사태와 논란에 대해 구차하고 비겁한 변명은 멈추고 이제라도 축구 팬들 앞에 서서 책임지는 자세, 용서 구하는 자세 등 결자해지의 모습을 반드시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때를 놓치면, 놓칠수록 후폭풍은 거대해지고 거세질 수밖에 없다.
STN뉴스=이상완 기자
bolante0207@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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