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K9 자주포 사업에서 탈락의 쓴맛을 봤던 한국이 이제 영국의 1.4조원 규모 군용차량 입찰에서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군사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영국이 수십 년간 운용해온 구형 차량들을 대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특히 폴란드에서 검증받은 한국산 현마 전술차량이 영국군의 새로운 주력 차량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꾼 영국군의 절박함
영국 국방부가 오는 12월 추진하는 군용차량 교체 사업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푸틴이 동유럽 지역에 병력을 파견하면서 나토를 위협하자, 영국도 빠른 병력 파견을 위한 새로운 전력 구축이 필요해졌죠.
이를 위해 영국은 내년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곧이어 최종 사업자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영국이 현재 운용 중인 랜드로버 디펜더는 1990년대 도입된 모델로, 험지에서의 기동성은 뛰어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방탄 기능이 없다는 것이죠.

실전에 투입될 경우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더 이상 현대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영국은 12개 모델의 디펜더를 모두 신형 차량으로 교체할 계획이며, 1차로 1,400여 대를 도입한 후 상황에 따라 물량을 늘릴 예정입니다.
폴란드에서 검증받은 한국산 현마의 실력
한국산 현마 전술차량이 영국군의 관심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폴란드에서의 성공적인 운용 경험 때문입니다.

폴란드군은 현마를 레간(Legan)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해 운용하고 있으며, 나토 연합훈련에도 투입하면서 그 성능을 입증했죠.
방탄형 모델이 기갑부대의 주요 차량으로 운영되면서 야전 기동성과 운영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마 전술차량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경쟁력입니다.
험비(HMMWV)의 절반 가격으로 도입이 가능하면서도 방탄 모델의 경우 이탈리아나 독일산 전술차량보다 가격은 낮고 성능은 더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폴란드는 현지 생산을 통해 3,000대 이상의 현마를 도입할 계획이며, 핵심 부품을 국산화해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럽 경쟁업체들의 한계와 한국의 우위
영국의 군용차량 입찰에는 독일 폭스바겐, 벤츠, 이탈리아 이베코, 프랑스 아쿠오스 등 유럽의 주요 업체들도 참가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몇 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죠.
독일 벤츠사가 생산하는 게바겐(G-Wagon)은 군용으로 2차 개조하는 모델로, 방탄 능력을 추가하기 위해 수작업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연간 양산량이 제한적입니다.

더 큰 문제는 가격입니다.
유럽산 비방탄 차량도 대당 10억 원을 훌쩍 넘어가는 상황에서 1,400대 도입에 1.4조원을 배정한 영국으로서는 10여 종류의 다양한 모델을 도입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탈리아의 LMV 전술차량도 방탄 능력은 있지만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 되고 있죠.

반면 한국의 현마는 이미 한국군을 위해 수년째 양산이 진행되고 있으며, 16가지 종류의 파생형이 개발되어 영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빠르게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기아자동차는 연간 20만대 규모의 생산 시설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어서 대량 양산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우핸들 생산 능력까지 갖춘 완벽한 준비
기아자동차의 또 다른 강점은 영국에서 사용하는 우핸들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마 차량이 모하비를 기반으로 개발되면서 우핸들 버전이 이미 존재하고, 타스만 픽업트럭도 호주 시장 공략을 위해 우핸들 버전을 개발했죠.
독일과 이탈리아 업체들이 우핸들 차량을 따로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이미 준비가 완료된 상태입니다.
영국은 최전방에서 운영할 방탄용 군용차량뿐 아니라 비전투형 군용트럭도 도입할 계획이어서 타스만 군용 모델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아자동차가 폴란드와 현마차량 공급 계약을 맺고 1년도 안 되어 현지 조립이 가능하도록 기술과 생산 설비를 빠르게 지원한 것도 영국 정부가 유리하게 분석하고 있는 요소죠.
90조원 규모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도전
기아자동차가 현재까지는 군용차량 사업에서 큰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군사적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2030년대까지 9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파격적인 제안을 이어가고 있죠.
특히 군사 강대국인 영국이 현마 전술차량을 도입해 실전에서 운용할 경우, 다른 국가들의 도입 물량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아자동차가 방탄형 현마와 비방탄 모델 타스만을 군용 모델로 추진한 것도 해외 수출에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입니다.
영국 사업은 단순히 1.4조원 규모의 계약을 넘어서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이 K9 자주포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영국 시장에서 전술차량으로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