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가 왜 1위인가” 임종훈-신유빈, 듀스 고비 넘고 싱가포르 결승行

싱가포르의 테이블 위에서 대한민국 탁구의 자존심이 다시 한번 찬란하게 빛났다. 세계 랭킹 1위라는 타이틀이 주는 중압감, 그리고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임종훈과 신유빈이 보여준 ‘뒷심’은 왜 그들이 파리 올림픽 이후에도 여전히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를 완벽하게 증명했다.

26일 열린 2026 WTT 싱가포르 스매시 혼합복식 준결승은 그야말로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상대는 챈 볼드윈(홍콩)과 김나영(한국)으로 구성된 연합 조.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앞서 있었지만, 2세트와 3세트를 연달아 듀스 접전 끝에 내주며 세트 스코어 1-2로 뒤진 순간, 경기장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임-신’ 조의 진가는 위기에서 발휘되었다. 4세트부터 급격히 안정을 되찾은 이들은 특유의 날카로운 드라이브와 빈틈없는 수비로 상대를 압도하며 내리 두 세트를 가져왔다. 기술적인 우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승부처에서 흔들리지 않는 랭킹 1위다운 ‘강철 멘탈’이 승부를 갈랐다.

개인 전술을 넘어선 ‘환상의 짝꿍’, 그들이 결승으로 향하는 법

복식 경기는 두 선수의 단순한 합산 실력이 아니라, 서로의 약점을 얼마나 잘 가려주느냐의 싸움이다. 임종훈의 묵직한 왼손 공격과 신유빈의 정교한 코스 공략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단단한 합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 결승 진출은 올해 첫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신유빈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자 복식에서도 일본의 나가사키 미유와 짝을 이뤄 결승에 선착하며 ‘멀티 메달’의 가능성을 높였다. 단식에서는 세계 2위 왕만위라는 거대한 벽과 16강에서 마주하게 되었지만, 지금의 기세라면 결과와 상관없이 세계 탁구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장우진 역시 남자 단식에서 일본의 신성 마쓰시마 소라를 꺾고 8강에 안착하며 한국 탁구의 저력을 과시했다. 한때 침체기에 빠졌던 한국 탁구가 이처럼 남녀 단식과 복식 전 종목에서 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숫자로 증명하는 클래스, 1위의 자존심을 지킨 역전승

26일 준결승의 스코어(3-2)가 말해주듯,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4세트와 5세트를 모두 11-6으로 마무리 지은 과정은 이들이 경기를 어떻게 장악해 나갔는지를 잘 보여준다. 상대의 변칙적인 플레이에 잠시 고전했지만, 결국 정공법으로 돌파해내는 모습에서 세계 1위의 위엄이 느껴졌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한 계단이다. 결승 상대가 누가 되든 임종훈과 신유빈은 자신들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2026년 첫 메이저 타이틀을 정조준할 것이다.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자들이 보여주는 에너지는 결승 무대에서 더욱 폭발적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의 밤은 깊어가지만, 한국 탁구의 황금기는 이제 막 다시 타오르고 있다. 임종훈의 노련함과 신유빈의 패기가 만들어낼 시상대 맨 윗자리의 풍경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그들의 라켓이 그리는 궤적이 곧 한국 탁구의 역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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