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인 전투 장비의 중요성이 증명된 가운데, 한화시스템이 야심차게 선보인 신형 무인 전투차량 '구룬트(Grunt)'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무기체계의 등장이 아닙니다.
인구 감소와 병력 자원 부족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한 한국군이 찾아낸 혁신적 해답이기도 하죠.
과연 구룬트는 어떤 혁신을 담고 있으며, 미래 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의 뜨거운 경쟁
현재 한국군은 496억 원 규모의 다목적 무인차량 도입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수십 대의 시험 운용 차량을 도입하는 소규모 사업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한화시스템과 현대로템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군은 최종적으로 최대 500대의 다목적 무인차량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는 단순한 보급 지원용 차량이 아닌, 실질적인 전투 임무를 수행할 전투차량으로의 활용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사업 평가 방식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한때 중단되기도 했지만, 방위사업청은 올해 안에 최종 사업자를 정하기 위해 사업을 재개했습니다.
인구 감소가 바꾼 한국군의 작전 개념
한국군의 무인차량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기술적 호기심이 아닙니다.
근본적으로는 인구 감소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 때문입니다.

줄어드는 병력 자원으로도 군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군은 기존 보병부대들을 전면적으로 차량화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북한 급변사태 시 북진 작전을 고려할 때, 차량화된 부대들이 선봉에서 전진할 수 있도록 기계화하는 사업도 추진 중입니다.
처음에는 차륜형 장갑차에 30mm 기관포를 탑재한 수색정찰 차량을 고려했지만, 30mm RCWS 도입이 좌절되면서 105mm 포탑을 올린 차륜형 장갑차 도입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마저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바로 무인 전투차량이 유인 차량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새로운 작전 개념이 등장한 것이죠.
우크라이나 전쟁이 증명한 무인 전투의 가능성
한국군의 작전 개념 변화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전투에서 완전 무인화 전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실제 병력은 전혀 투입하지 않고 오직 무인 장비만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새로운 전술이 현실에서 입증된 것입니다.
현대 전장에서 강행정찰 임무는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보병용 휴대 대전차미사일의 발달과 무인기의 확산으로 인해, 수색정찰 부대가 적의 공격에 너무 쉽게 노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강행정찰을 마치고 후퇴하려 해도 적군 무인기의 추적과 자폭 공격, 그리고 무인기가 유도하는 포병 공격을 피하기 어려워졌죠.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사람이 직접 탑승하는 수색정찰 장갑차보다는 다목적 무인차량이 RCWS를 탑재하고 위협사격을 하며 전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무인차량이 파괴되더라도 인명 피해 없이 적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입니다.
기존 무인차량의 한계와 새로운 도전
현재 한화시스템과 현대로템이 개발한 다목적 무인차량들은 리튬 배터리를 기반으로 합니다.
하지만 이는 작전 지속 시간이 1시간에 불과하고, 최대 주행거리도 100km로 제한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색정찰 장갑차의 역할을 대신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성능인 것이죠. 더 큰 문제는 운용상의 제약입니다.
야전 부대가 다목적 무인차량을 운용하려면 지속적으로 리튬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발전기를 별도로 휴대해야 합니다.
이는 부대의 기동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구룬트의 혁신적 해결책, 하이브리드 시스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한화시스템이 내놓은 답이 바로 '구룬트'입니다.
이 신형 무인 전투차량의 가장 큰 특징은 하이브리드 구동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입니다.

구룬트는 야전에서 별도로 배터리를 충전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기갑장비들이 사용하는 디젤 연료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보급 체계의 부담을 크게 줄였습니다.
또한 항속거리도 기존 리튬 배터리 기반 차량들보다 월등히 향상되어 실제 작전 운용에 적합한 성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개선이 아닙니다. 한국군의 변화된 작전 개념에 정확히 부합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한 것이죠.
앞으로 한국군이 전진할 때는 무조건 유인 전투차량 앞에 무인 전투차량을 앞세운다는 새로운 전술 개념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
미래 전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룬트의 등장은 단순히 새로운 무기체계의 개발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한국이 찾아낸 창조적 해결책이며, 동시에 미래 전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한국군의 모든 부대에 다목적 무인차량이 배치될 것으로 보입니다.
병사들을 소모품처럼 사용할 수 없는 시대에, 위험도가 큰 임무는 무인 장비가 담당하고 인명은 최대한 보호한다는 새로운 전술 철학이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한화시스템의 구룬트가 최종적으로 선택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기술적 혁신과 전술적 변화가 한국 방산업계와 국방력 발전에 새로운 전기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500대 규모의 대량 도입이 현실화된다면, 한국군의 전투력은 물론 방산업계의 무인 전투체계 기술력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