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살 집과 번식에만 힘 쏟는다”...부모 봉양은 ‘숫컷보다 암컷’ 확인시켜준 조류 [사이언스라운지]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4. 10. 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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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눈썹 참새. [사진=영국 엑시터대]
영국 과학자들이 수컷 조류가 암컷보다 부모 조류를 덜 돕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수컷 조류는 부모를 돕기보다 자신만의 새로운 거주지와 번식지를 찾는데 더 주력한다는 분석이다.

파블로 카필라라셰라스·앤드류 영 영국 엑시터대 생태및보존센터 연구원 연구팀은 24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남부에 있는 칼라하리 사막에 서식하는 ‘흰눈썹 참새’의 행동과 이동패턴을 조사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PLOS) 생물학’에 발표했다.

흰눈썹 참새는 아프리카 중부와 남부 등에 서식하는 조류다. 몸 크기는 17~19cm 정도로 흰 눈썹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10마리 내외가 무리를 이뤄 살아간다. 무리 가운데 부모가 되는 한 쌍만이 번식을 하며 새끼를 낳는다. 새끼를 낳으며 무리의 숫자를 불려나가는 것이다.

흰눈썹 참새 무리 특성 중 하나가 암컷이 주로 새끼들에 먹이를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새끼 가운데 성장한 암컷이 막 태어난 새끼들에 먹이를 먹이는 역할을 주로 한다. 암컷들이 가족 무리에 머무는 시간도 더 길다.

연구팀은 흰눈썹 참새를 포함해 많은 동물사회에서 한쪽 성이 다른 쪽 성보다 무리를 돕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현상을 발견하고, 현상의 이유를 밝히기 위해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연구를 시작하며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무리에 머무는 시간이 긴 성별일수록 무리에 더 협력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무리에 더 오래 머물기 때문에 협력할수록 그 후속 혜택을 더 많이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계산 하에 이런 현상을 보인다고 추정했다. 후속 혜택에는 도움을 줬던 개체로부터 다시금 도움을 받는 것을 포함한다.

연구팀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10년 간 칼라하리 사막을 돌아다니며 흰눈썹 참새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한 개체가 무리에서 떨어져 독립하는 것에 대한 추적 연구도 진행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가설이 참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수컷 흰눈썹 참새들은 다른 곳에서 살고 번식할 기회를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관찰됐다”며 “가족 무리를 돕는 것보다 다른 것에 더 많은 노력을 쏟고 있기에, 그 차이로 인해 암컷이 더 많이 무리에 협력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무리에 머무는 시간과는 별개로 성별 간 생물학적 역할 차이로 인해, 암컷이 무리에 더 많은 협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동물사회에서의 협력에 있어 성별 간 차이를 보이는 것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며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 쓸 수 있는 에너지와 시간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어떻게 분산해 활용해왔냐가 성별 간 차이의 진화를 이끌어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성별 간 차이의 진화는 부모 세대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부모가 성별에 따라 자식을 다르게 대하면서 그에 따른 성별 간 차이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발레티나 토네이 영국 사우스햄튼대 경제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5월 “부모가 딸보다는 아들의 수학 능력을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부모는 성별에 관계없이 자녀의 독서나 학업 성취도에 대해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는 경향이 있으나, 유독 수학에서만큼은 부모가 아들의 능력을 훨씬 더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3000명과 그들의 부모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이런 성별 고정관념이 여학생의 수학 능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부모가 자식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을수록 실제 자식들의 학습 수준도 높아지는 현상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부모가 아들의 수학 능력을 딸보다 더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아들과 딸 간 수학 능력의 차이가 더 벌어진다는 것이다.

토네이 교수는 “성별에 대한 많은 편견들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며 “자녀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자식들이 어릴 때부터 이를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네이 교수의 이런 조언 역시 이미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부모들이 자식 성별에 따라 뇌 반응까지도 차이가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제시된다. 제니퍼 마스카로 미국 에모리대 연구원팀은 지난 2017년 부모들에게 자신의 아이 사진을 보여준 다음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를 촬영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행동 신경 과학’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아버지의 뇌는 아들보다는 딸의 행복한 표정에 더 큰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을 알 수 없는 모호한 표정을 자식이 짓는 경우, 딸보다는 아들의 사진에 아버지들의 뇌 반응이 더 컸다. 연구팀은 “아버지들은 아들의 모호한 감정표현에 더 큰 자극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에모리대 연구팀 역시 이 연구를 바탕으로 “무의식적인 성별 개념이 자식들을 대하는 방식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자녀와의 상호작용이 성별에 따라 미묘하게 편향되고 있다”며 “부모가 이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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