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에게 권한다'는 김포 지주택 사업의 결말 "2500명 집, 땅 없어질 판"
[공매로 넘겨진 전국최대 지역주택조합①] 2902가구 김포 '통합사우스카이타운' 사업무산
[땅집고] 경기도 김포시 골드라인 사우역에서 약 500m 떨어진 곳. 커다란 운동장과 신축 아파트 사이 커다란 땅이 나무와 수풀로 덮여 있습니다. 회색 펜스 곳곳에 ‘접근금지’ 테이프가 붙어 있고, 내부에는 포크레인과 건설 폐기물이 방치돼 있습니다.
이곳은 전국 최대 규모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알려진 경기 김포시 ‘통합사우스카이타운’ 아파트 부지입니다. 지난 2017년 8월 일부 주민이 주축이 돼 사우도시개발구역 안에서 '사우스카이타운'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했는데, 2019년 인근의 40년 된 빌라와 아파트 통합 개발을 하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2902가구 규모의 '통합사우스카이타운' 아파트를 짓기로 했습니다. 총 면적만 19만 4807㎡에 달합니다.
그런데 2021년 말 착공을 앞두고 추가 분담금 문제로 사업이 정체됐습니다. 최근엔 결국 사업 부지가 공매로 나왔습니다. 조합원과 업무대행사 간 토지소유권 관련 분쟁 등으로 갈등이 이어지다가 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2500여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의 피해도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 김포 최대 지주택 사업 좌초
2015년부터 지주택 사업 대행을 맡은 청일건설은 조합원 모집 초기 대비 토지비와 공사비가 올랐다는 이유로 평당 400만원 수준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했습니다. 당초 추가 분담금이 없는 확정분양가로 알고 투자한 조합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고, 현재까지 조합과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금융대주단이 만기 연장에 반대하면서 이 땅은 공매 시장에 나왔습니다. 최저입찰가는 9136억원입니다. 유찰이 거듭돼 마지막 회차까지 이르게 되면 최저 입찰가는 4233억원까지 떨어집니다.
문제는 조합이 땅을 한 평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토지를 확보하는 보통의 지역주택조합 사업과 달리, 김포 통합사우스카이타운 사업 관련 부지는 모두 건설사 관계자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공매에서 금융권 대출원금 이하로 사업 부지가 매각되면 조합원 분담금 전액 손실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토지에 대한 담보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 김포 역세권 3000가구 대단지 지을 기회인데...
지역주택조합 설립 인가 후 3년간 사업계획 승인을 받지 못하면 조합 총회를 거쳐 사업 종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해산 후 조합 명의 토지를 매각해 매각 대금을 분배하면 조합원들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현장은 조합 명의 땅이 없어 마땅한 해결 방법이 없습니다.
부실 PF 대출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대주단이 공매를 결심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가격이 9000억원이 넘는 초대형 부지가 이번 공매에서 새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게다가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등으로 사업성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토지를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전국 최대 지주택 사업이 최악의 지주택 사업으로 남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글= 김서경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