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전' 향단이의 180도 달라진 최근 근황

영화 '방자전' 향단이 역의 배우 류현경
[인터뷰] 영화 '주차금지' 류현경 "현실 기반 시나리오 흥미진진했다"
배우 류현경. 사진제공=영화사 주단

온전히 사적 공간인 집과는 사뭇 다르게 주거지 앞 주차공간은 땅따먹기 하듯, 내 구역과 네 구역을 나눠 완벽하게 구분 짓긴 어렵다. 임의대로 결정할 수도 없을뿐더러, 편의상 정해진 규칙에 따라 조율해야 한다.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근본적인 토대는 타인의 생활반경을 고려하는 태도다. 하지만 이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시대에 나의 울타리만을 눈앞에 두는 탓에 싸움이 늘 벌어진다. 얼굴 붉히는 사건의 전말도 사소한 시비에서 비롯된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주차금지'는 현실이 자아내는 이 같은 서늘함에 시동을 건다.

주인공 연희(류현경)는 이혼 후 경력 단절로 힘들어하다 겨우 계약직으로 복귀했다. 정규직 전환 기회를 앞두고 치근덕거리는 부장(김장원) 때문에 가뜩이나 골머리를 썩고 있는데, 왕복 4시간 거리로 통근까지 해야 하니 죽을 맛이다. 여유 공간 없이 차량을 주차해놓은 말숙(장희정)에게 차를 빼 달라는 요청을 하니 대뜸 신경질이다.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말숙의 전 남자친구 호준(김뢰하). 스트레스에 무심코 튀어나온 연희의 욕설이 거대한 충돌을 일으키는 순간이다.

"'나한테도 이런 일이 생기는 거 아냐'라는 현실 기반의 시나리오가 흥미진진했다"는 주연배우 류현경은 '주차금지'를 촬영하면서 경각심이란 신호의 버튼을 누르게 됐다. 방송 시사프로그램과 뉴스에서 흔히 보는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말대로 영화는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여성)처럼 여성이 겪을 만한 고충과 회사 내부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벌어지는 문제에도 귀를 기울인다. 심적으로 여유가 사라진 연희가 타인과 부딪치는 상황에서 극 중 류현경은 버거운 상황을 그려나간다.

그런 류현경은 올해로 데뷔 29년을 맞았다. 평소 친하게 지내온 방송인 김숙과 대화를 나누다 자신이 데뷔 29년차임을 알아챘다는 류현경은 "진짜 말도 안 된다. 김숙 언니랑 햇수로 1년 정도 차이 나는데, 30주년이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1996년 SBS 설 특집 드라마 '곰탕'에서 순녀 역 김혜수와 김용림의 아역으로 13살의 나이에 데뷔한 류현경은  영화 '방자전', '오피스', '치얼업' 등에 출연해왔다.

영화 '주차금지'에서 연희를 맡은 류현경. 사진제공=영화사 주단

한양대 연극영화를 나온 그는  2009년 '광태의 기초'를 시작으로, 2010년 '날강도' 등 단편영화에 이어  2024년 '고백하지 마'로 장편영화를 연출한 감독으로서도 역량을 쌓고 있다. '고백하지 마'는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 '페스티벌 초이스 장편'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가수 정인의 노래 '장마', '가을남자', '그 뻔한 말', 'Like Old Days' 뮤직비디오의 감독로도 활약해왔다. "우연히 뮤직비디오를 찍게됐다"는 그는 "겁이 나기도 했지만 친한 사이여서 의논하면서 완성시켰다. 팬으로서 선사하는 느낌으로 했다"고 돌아봤다.

"캐릭터에 대한 갈망보다 연기하고 싶은데 기회가 많이 없었다"면서 꾸준히 단편영화 작업을 해온 이유를 밝힌 류현경은 "그래서 내게서 파생되는 이야기들을 써왔던 것 같다. 연기할 땐, 그때가 막 행복하고 기쁘고 어떤 식으로 세상에 나와도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연출할 땐, 그 순간이 막 너무 힘들다가 세상에 나오면 기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로 29년차를 맞은 류현경의 바램은 앞으로 걸어온만큼 더 나아가는 것이다. 사진제공=영화사 주단

"사실 연기하는 제가 그 자체로 나인 것 같아요. 일생의 반 이상을 연기를 하면서 지내왔으니까요. 따로 후회한 적은 없어요. 제일 재밌고 너무 행복하고 항상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연기니까요. 10년 전부터 변하지 않고 했던 생각은, 나이가 먹어서도 많은 작품에 잘 쓰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게 앞으로 30년 동안 목표랄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