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재현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최영철 기자 2024. 9. 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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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줄줄 새는 ‘방광질루’, 방광 공기 채운 수술로 말끔!
배재현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박해윤 기자]
여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흔한 질병인 요실금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환자 피해가 더 극심하고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 있다. 방광에 구멍(누공)이 생기면서 소변이 질을 통해 나오는 '방광질루’가 그것이다. 방광질루는 기침, 웃음 등으로 복압이 증가할 때 소변을 지리는 복압성요실금으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발생 기전이나 증상, 치료법이 다르다. 만약 질에서 소변이 나오거나 복압 증가 없이 소변이 샌다면 방광질루를 의심해야 한다.

요실금은 케겔운동이나 약물치료를 통해 개선이 가능하지만 방광질루는 수술 외 다른 치료법이 거의 없다. 수술 또한 여타 질환에 비해 어렵다. 다행히 요실금은 전체 여성의 10~20%에게서 발생하는 데 비해, 자궁절제술 등 골반 수술의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방광질루는 2018년 이후 200~227건만 보고(건강보험심사평가원)되는 상황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자궁절제술이 많은 45~65세의 여성에게서 발생한다.

방광질루의 원인과 피해 정도, 최신 수술법을 알아보기 위해 이 질환 치료의 명의인 배재현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배 교수는 최근 좋은 수술 실적을 내는 '방광내공기주입 복강경수술’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방광질루는 환자뿐 아니라 의사들 또한 발병 사실을 외부에 알리길 꺼려 실제 환자는 보고된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고통 극심, 사망 선행요인 가능성

‘방광질루’는 어떤 질환인가?
"소변은 방광에 저장돼 있다가 요의가 발생하면 요도 괄약근이 열리면서 요도를 통해 배출되는 게 정상인데, 방광질루는 방광에 구멍이 생겨 방광에 있던 소변이 질을 통해 새 나오는 질환이다."

방광질루의 원인은?
"방광질루는 방광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방광 손상의 가장 큰 원인은 자궁절제술 등 골반 수술이다. 때로는 골반부 외상이, 드물게는 방광암, 직장암, 자궁경부암에 대한 방사선치료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부 저개발 국가에서는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 조혼, 영양실조, 높은 문맹률 및 부실한 의료 체계 때문에 90% 이상이 출산 합병증으로 발생한다."

자궁절제술 후 방광이 손상되는 이유는?
"자궁절제술은 우리나라 방광질루 발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골반부 구조를 살펴보면 방광 후면에 자궁경부가 붙어 있다. 자궁절제술은 방광과 자궁을 얇게 분리해 자궁경부를 절개하고 자궁을 들어낸 후 열려 있는 질을 봉합하는 수술이다. 수술 과정에서 방광에 손상이 발생하면 방광에 저장돼 있던 소변이 골반강으로 흘러 봉합한 질 부위를 통해 질 입구로 새 나오게 된다."

자궁 수술(자궁절제술)이 잘못될 가능성은?
"워낙 고통이 심하다 보니 '수술이 잘못돼 방광질루가 생긴 건가?’ 의심하기도 하는데, 실제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우리 의료 수준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다. 다만 방광과 자궁의 유착이 너무 심한 경우 이들을 얇게 분리하는 과정에서 방광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골반 장기가 서로 유착되는 이유는?
"방사선치료와 수술을 수차례 받은 경우나 자궁내막증, 골반염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런 치료 경험이나 병력이 있는 방광질루 환자는 수술 전 담당의와 충분한 상의를 거쳐 신중하게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

방광질루로 인한 피해는?
"하루 2~4ℓ의 소변이 질을 통해 계속 새 나오니 환자가 겪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상상조차 어려울 만큼 극심하다. 대용량 기저귀 착용은 물론 정상적 성생활이 불가능하며, 회음부에 습진과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다. 사회생활뿐 아니라 일상적 활동에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대부분 환자가 심각한 우울증에 걸리는 등 생지옥을 경험한다. 일반적으로 골반 및 방광에 감염성 질환이 생기고 드물게는 요로패혈증으로 진행해 사망의 선행요인이 될 수 있다."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이 대세

방광질루 수술 치료의 대상과 시기는?
"자연 치유가 되는 일부 사례(3~5%)를 제외하고 환자 대부분이 수술적 치료의 대상이다. 수술은 누공 주변의 염증 반응이 충분히 안정화된 이후 시행해야 한다. 누공의 크기, 환자의 전신 상태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누공이 생기고 3개월 후 수술한다."

방광질루의 진단은?
"방광질루는 누공이 작은 경우 복압이 상승할 때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복압성요실금으로 오인될 수도 있다. 만약 복압 증가 없이 소변이 소량씩 지속적으로 배출된다면 방광질루를 의심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비뇨의학과 전문의와 상담 후 방광 내시경을 통해 누공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방광질루 수술의 원리는?
"혈류가 좋지 않은 방광의 누공 주변 조직을 충분히 잘라내고 소변이 새지 않도록 겹겹이 봉합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간단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어려운 수술이다. 따라서 환자의 과거력, 누공의 크기와 위치 등에 따라 수술법이 달라진다."

수술의 종류와 방법은?
"질을 통한 수술, 복강경수술, 방광 경유 수술 등이 있다. 우선 질을 통한 수술은 누공의 위치가 비교적 질 입구에 가깝고, 크기가 크지 않을 때 시행한다. 꽤 간단한 수술이지만, 질을 통해 수술을 진행해야 하므로 환자의 질이 좁거나 누공이 질 안쪽 깊은 곳에 있다면 불가능하다. 복강경수술은 배에 구멍을 내고 내시경을 넣어 하는 수술이라 비교적 시야가 좋고 방광과 질의 누공을 따로 분리해 봉합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환자가 이미 수차례의 골반 수술을 받았거나 방사선치료를 받아 복강 내 유착이 심한 경우 누공 부위를 분리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방광 경유 수술은 하복부에 낸 절개창을 통해 방광을 째고 직접 접근하는 방법인데, 질을 통한 수술에 비해 시야가 좋고 누공의 위치가 질 안쪽 깊은 경우에도 접근이 용이하다. 또 복강을 경유하지 않아 장기 유착에 대한 걱정이 없고 방광점막을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봉합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방광을 절개해야 하고 복강 수술에 비해 수술 공간이 좁아 어려움이 따른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복강경수술 혹은 로봇수술이 많이 이용된다."

공기주입술에 로봇수술 적용

방광내공기주입 복강경수술(이하 공기주입술)이란 무엇인가?
"방광을 절개하지 않고 방광 내에 공기(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부풀린 상태에서 복강경을 넣어 누공을 봉합하는 수술법이다. 기본적으로 방광을 경유하는 수술법과 같은 원리이지만 육안 수술에 비하면, 복강경을 통해 수술 부위를 좀 더 크고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누공의 위치가 요관구(요관 입구)에 가까운 경우에도 직접 확인이 가능해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작은 방광 안에서의 복강경수술이 어렵다 보니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널리 시행되지 못하는 상태다. 앞으로 수술 장비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공기주입술의 적응증은 계속 확대될 것이다."

최근 공기주입술의 실적은?
"내가 수술한 환자 26명 중 23명은 수술 후 누공이 사라졌고, 1명은 공기주입술로 수술이 어려워 개복수술로 완치됐으며, 나머지 2명의 경우 1차 수술 후 누공이 재발해 2차 수술 이후 완치됐다. 1회 수술로 완치된 환자 23명의 평균 입원 기간은 9.1일이었고, 소변줄을 단 평균 기간은 11일이었다."

공기주입술이 불가능한 경우는?
"방광의 크기가 너무 작아 수술 공간이 확보될 만큼 공기를 주입할 수 없는 경우, 방광에 난 구멍이 너무 큰 경우, 주변 조직이 건강하지 않은 경우, 방광과 질 사이 공간이 너무 얇은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다."

로봇수술을 공기주입술에 적용했다는데?
"로봇수술은 복강경수술에 비해 시야가 좋고 수술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2018년 1개의 절개창으로 수술이 가능한 로봇이 등장하면서 2023년부터 수술 범위가 다른 수술에 비해 작은 공기주입술에도 로봇수술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아직은 증례가 많진 않지만 기존의 복강경수술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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