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트위터 난민촌 ‘마스토돈’, 대안 SNS로 관심 급증
[비즈니스 포커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트위터가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인수된 후 연일 혼란을 겪고 있다. 이 틈을 타 급부상 중인 새로운 SNS가 주목 받고 있다. 오픈 소스 기반의 SNS ‘마스토돈’이다. 트위터에 실망한 이용자들 사이에서 ‘트위터 망명’이 본격화되고 있는 와중에 마스토돈의 가입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들이 새로운 난민촌으로 ‘마스토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트위터와 마스토돈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짚어 봤다.
트위터 떠난 망명자들, 어디로 갔나 봤더니
2022년 7월 기준 트위터의 월 활동 사용자 수는 4억3600만 명 정도였다. 사용자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페이스북(29억1000만 명) 등과 비교하면 큰 숫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위터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대표적인 SNS 중 하나로 꼽혀 왔다. 그 영향력의 기반이 되는 것은 바로 유명 정치인·기업인·연예인들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SNS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말 한마디가 전 세계를 뒤흔드는 뉴스가 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머스크 CEO가 트위터를 장악하면서 이와 같은 유명인들의 ‘트위터 엑소더스’가 본격화되고 있다. 가수 사라 바렐리스와 토니 브랙스턴, 배우 티이 레오니와 켄 올린 씨 등도 잇달아 “트위터를 떠난다”고 선언했다. 테슬라의 경쟁사인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화이자 등의 기업들도 잇달아 트위터 광고 중단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이는 트위터 사용자 수의 감소로도 나타나고 있다. 트위터 계정을 추적해 분석하는 ‘봇 센티넬’에 따르면 머스크 CEO가 트위터 인수를 완료한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트위터 계정 87만7000개가 비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49만7000개의 계정이 정지됐다. 인수 완료 이전 비활성화되거나 정지된 계정 수(5958개)와 비교해 208% 증가한 수치다. 머스크 CEO의 트위터 인수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트위터에서 이탈한 사용자들은 빠르게 새로운 SNS를 찾아 움직이는 중이다. 그중 가장 가파른 가입자 증가 추세를 보이는 곳이 바로 ‘마스토돈’이다. 미국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캐시 그리핀 씨와 언론인 몰리 종 패스트 씨 등이 트위터 탈퇴를 선언 후 마스토돈으로 이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마스토돈에서는 최근 들어 트위터를 탈퇴해 마스토돈으로 이주해 온 친구를 찾는 ‘#트위트돈(Twitodon)’이나 ‘#트위터이주(#TwitterMigration)’와 같은 해시태크가 인기를 얻고 있다.
2016년 설립된 마스토돈은 러시아계 유대인 가정 출신의 독일 소프트웨어 개발자 오이겐 로치코 씨가 개발을 주도했다. 마스토돈은 처음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소비자용 제품이라기보다는 ‘프로젝트’ 성격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그 스스로 ‘트위터 애호가’이지만 트위터상에서 사용자들끼리 주고받은 대화를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에서 새로운 방식의 SNS를 실험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로치코 개발자는 마스토돈이라는 이름을 동명의 헤비메탈 밴드에서 따온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마스토돈은 코끼리를 닮은 멸종 동물로, 이 회사의 아이콘 역시 코끼리를 닮은 마스토돈 모양을 하고 있다.
현재 월 활성 가입자 수(MAU)는 65만5000명 수준이다. 절대적인 규모는 트위터에 비할 바 아니지만 워낙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트위터를 대체할 SNS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11월 3일 로치코 개발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머스크 CEO의 트위터 인수 완료 이후 마스토돈의 가입자는 23만 명 증가했다. 마스토돈 설립 이후 최대 증가한 것이다. 모바일 시장 데이터 분석 업체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마스토돈은 10월 27일부터 11월 7일까지 12일 동안 약 32만2000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는 머스크 CEO의 트위터 인수 전 12일인 10월 15일부터 10월 26일까지와 비교하면 약 10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탈중앙형 SNS 마스토돈, 뭐가 다르기에
트위터 망명자들이 마스토돈을 새로운 난민촌으로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SNS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방식들이 트위터와 매우 유사하다. 이질감 없이 새로운 SNS에 정착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타임라인의 배치가 트위터와 마찬가지로 알고리즘 기반이 아닌 시간 순서에 따라 업데이트된다. 마음에 드는 다른 사용자를 트위터에서 ‘팔로우’하듯 ‘폴로’하거나 차단할 수 있다.
트위터에서 글을 ‘트윗’하는 것처럼 마스토돈에서는 이를 ‘툿’이라는 용어로 지칭한다. 게시글의 길이는 최대 500자다. 140자로 제한돼 있는 트위터보다 긴 글로 작성할 수 있다. 게시글 단위로 누구에게 공개할 것인지 정할 수 있고 트위터의 ‘리트윗’처럼 다른 사람의 게시글을 공개할 수도 있다. 마스토돈에서는 이를 ‘부스트’한다고 표현한다. 트위터와 마찬가지로 다른 특정 유저의 아이디를 ‘멘션’하면 그 툿이 그 사람에게 알림으로 간다. 또 특정 툿에 댓글 형식의 하위 툿을 달 수 있다는 점 역시 트위터의 ‘답글하기’와 동일한 기능이다.
하지만 마스토돈과 트위터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마스토돈은 ‘오픈 소스 분산형(탈중앙형)’ SNS다. 트위터처럼 서버를 운영하는 회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비영리 플랫폼인 마스토돈은 현재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운영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쉽게 말해 특정 개인이나 조직이 중앙 집중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스토돈은 현재 마스토돈의 기술과 관련된 전 세계 서버로 운영하는 소셜 네트워크 수천 개를 모은 ‘페디버스(Fediverse)’라는 플랫폼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이른바 연합 네트워크다. 마스토돈에서는 누구든 자유롭게 인스턴스(서버)를 열어 운영할 수 있다. 누구라도 자신의 컴퓨터를 서버로 삼아 SNS의 채널을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탈중앙화’된 시스템이다. 사용자가 특정 서버에 접속하면 그 서버 자체의 규칙과 정책을 따르게 된다. 각 서버끼리 상호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서버의 사용자를 팔로우하고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사용자는 지역별 혹은 주제별로 다양한 서버에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다. 현재 기술·예술·음악·애니메인션·퀴어 등 10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카테고리가 운영 중이다.
이와 같은 ‘탈중앙화’된 시스템에서 비롯되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마스토돈에는 게시글에 대한 규제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운영 주체에 의해 게시물을 검열 받거나 제한 받지 않는다. 이와 같은 특성에 따라 최근에는 실제 중국 가입자들의 마스토돈 유입 역시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광고가 없다는 점 또한 대기업이 운영하는 SNS와 다르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리스크로 지적되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이 제기될 수 있는 리스크가 매우 크다. 2021년 음성 SNS의 붐을 일으켰다가 시들해진 ‘클럽하우스’와 마찬가지로 마스토돈 또한 반짝 관심에 그칠지 아니면 트위터의 대안 SNS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쉽게 짐작할 수 없다. 하지만 그와 같은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중이다.
트위터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라 로버츠 UCLA 교수 겸 ‘UCLA 비판적 인터넷 조사 센터’ 책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마스토돈의 운영 방식이 트위터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기존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친숙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트위터에 이주를 공지한 지 1주일이 안 돼 마스토돈 팔로워가 1000명이 늘어날 정도로 지금의 마스토돈은 초기 트위터를 연상시킬 만큼 매일 활력 넘치고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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