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세탁기 등 대형 가전도 구독(렌탈) 서비스 피해 주의보”

A씨는 지난해 5월 온라인에서 월 1만4450원에 정수기 구독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다음달 청구 금액을 보니 홈페이지 표시와 달리 월 2만8900원으로 표시돼 있었고 정수기 사업자에게 확인한 결과 2년차부터 계약금액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A씨는 사업자가 중요 정보를 숨겨서 판매했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2021년 8월 건조기 렌탈 계약을 체결한 B씨는 2025년 3월 건조기 작동에 문제가 생기자 사후 서비스(AS)를 요구했다. 그러나 업체는 해당 사업을 중단해 부품 단종으로 수리가 불가하다며 위약금 없는 해지를 해주겠다고 했다. 2025년 8월이면 렌탈 약정이 완료돼 자신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는데 3개월을 남겨두고 수거하겠다는 처사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수기·비데 등 소형가전뿐 아니라 냉장고·세탁기 등 대형가전까지 구독(렌탈)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피해가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삼성전자·LG전자·쿠쿠홈시스·코웨이 등 대형 가전 구독 4개 사업자의 서비스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8일 공개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 6개월간 접수된 가전 구독 서비스 피해구제 신청은 모두 2624건으로 집계됐다. 피해는 2022년 636건에서 2023년 643건, 2024년 886건, 2025년 6월에는 459건으로 늘어나는 등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피해 유형은 중도 해지 위약금, 계약 불이행 등 ‘계약 관련’ 불만이 1446건(55.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품 고장이나 수리 지연, 부품 단종 등 ‘품질·AS’ 관련 불만이 908건(34.6%)으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렌탈 사업자들이 제품 렌탈과 관련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행 규정상 사업자는 월 이용료뿐 아니라 ‘구독 계약에 필요한 모든 비용의 합계’(총비용)와 소비자 판매 가격을 함께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태조사를 해보니 삼성전자·코웨이·쿠쿠홈시스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품목에 대한 관련 정보를 제공했지만 LG전자는 정수기·비데 등 고시에 명시된 일부 품목만 총비용과 판매가격을 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냉장고와 세탁기 등 대형 가전의 상당수는 총비용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가 실제 부담금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의무 사용기간이 1년을 초과하는 계약의 중도해지 위약금을 잔여 임대료의 10%로 제시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지 시점에 따라, 코웨이와 쿠쿠홈시스는 품목에 따라 각각 최대 30%까지 위약금을 차등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소비자 설문 결과 응답자의 30% 이상이 위약금 수준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품 미보유 등 AS 불가 상황에 대한 조치도 미흡했다. 삼성전자는 수리 불가 상황에 대한 조치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명시했지만 LG전자·코웨이·쿠쿠홈시스는 ‘수리 불가’ 안내 외에 대체 방안이나 보상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장기 계약이 많은 가전 구독 서비스 특성상 부품 단종이나 사업 중단으로 수리가 불가능해지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가전 구독 서비스는 명칭상으로는 새로운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존 렌탈과 유사하게 계약기간과 위약금이 존재한다”면서 “계약 전 총비용과 위약금 조건을 반드시 확인하고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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