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 ‘경사’…광주 ‘세쌍둥이’ 100일 잔치
북구 김민아·김재현씨 부부, 건강한 출산 위해 생업도 접어
“분유·기저귀값 3배 들지만 ‘행복 3배’” 지자체 등 선물 답지
30일 광주시 북구 문흥1동 한 아파트의 거실에는 3개의 똑같은 신생아 베개가 놓여 있었다.
베개의 주인은 김민아(여·37),김재현(39)씨 부부가 100일 전 낳은 세쌍둥이인 하온·소율·효린이다.
이들 부부는 첫 자녀가 생겼지만, 세쌍둥이인 탓에 ‘육아 전투’ 중이다.부부는 “한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더 많은 힘이 들겠지만 살아갈 날의 기쁨과 행복은 3배로 커진듯 하다”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지방소멸의 위기에 아이 울음소리를 듣기 힘들어졌지만, 이 아파트만은 달랐다. 세쌍둥이가 100일을 맞은 이날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김씨 부부의 아파트에는 세쌍둥이의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졌기 때문이다.
김씨 부부는 1년여 전, 자그마치 3명의 생명이 한번에 찾아왔다는 소식을 접했다.임신 8주차에 산부인과를 찾았을 때 애초 진단과 달리 한 명이 아니라 세명의 심장소리를 듣고 기뻤지만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자연 쌍둥이가 발생할 확률은 1% 남짓이고 이들 부부처럼 세쌍둥이가 생길 확률은 그보다 훨씬 낮다.
민아씨는 “두 명도 아닌 세 명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많이 당황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캘리그래피 작가인 민아씨는 임신과 동시에 학교 강사를 그만뒀다. 설치 미술 작업을 하던 재현씨도 아내를 케어하기 위해 일을 접었다.이들은 생계를 내려놓고 뱃속의 아이들만을 위해 전념했다.
민아씨는 입덧이 심해 음식도 잘 먹지 못했고 입덧이 끝나자 미주신경성실신 증상으로 줄곧 쓰러졌다.
화장실도 못갈만큼 몸이 좋지 않아 대부분 시간을 누워서 지내야 했다.
그렇게 33주 6일차가 되던 때, 민아씨는 제왕절개로 세 아이를 맞이했다.
가장 먼저 세상밖으로 나온 하온이는 2.53㎏였고 소율이는 2.3㎏, 효린이는 2.06㎏이었다.
수술후 회복한 민아씨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새근새근 잠을 자듯 누워있는 아이들을 보며 눈물나듯 기뻤던 그때의 감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출산 이후에는 수유와 수면과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아이가 하루에 사용하는 손수건은 30장 가량, 하지만 3명의 아이를 한번에 키우려면 하루 100장 가까운 손수건이 필요했다.
수유도 한 아이라면 6번만 해도 될 걸 하루 18번을 해야 했다. 목욕 역시 3명을 모두 씻기려다 보니 조리원 퇴원 이틀만에 봉합부위가 터져 병원을 다시 찾아야했다.
다행히 시어머니가 안아주면 금세 울음을 그치고 새근새근 잠을 자는 덕분에 김씨 부부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육아에 전념하느라 김씨 부부는 일터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분유도, 기저귀도 3배로 드는 탓에 생활비는 늘어갔다.
민아씨는 “지금은 국가에서 매달 100만원씩 3년간 지원해줘 그나마 버틸 수 있지만, 이후 아이들이 초·중·고를 거치며 들어갈 교육비와 병원비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 부부는 출산 이후의 삶에 더 큰 행복을 느낀다.
민아씨는 “새근새근 잠을 자거나, 환하게 웃을 때 정말 행복하다”며 “세명 모두 개성이 다르다. 사진 찍을 때, 옷 입힐 때 등 일상의 순간마다 큰 기쁨을 준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쌍둥이가 100일을 맞은 이날 문인 광주북구청장과 문흥1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김씨 부부 집을 찾아 현금 100만원, 100만원 상당의 선물과 산양분유 144캔을 후원했다.
한편 광주시는 전년 동기 대비 출생아 감소율(올해 1분기)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11.3%를 기록했다.
출산 가능 연령대(15~49세) 여성이 가임 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은 전국에서 두번째로 큰 감소폭을 보였으며 혼인 건수도 줄어들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