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테크] 차세대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상용화 임박… 韓·英·中 각축전
옥스퍼드PV·한화큐셀·론지그린에너지 주목
최소 셀 단위 성과서 패널로 발전, 생산시설 확충
전 세계가 차세대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위해 경쟁하는 가운데, 실리콘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전지의 장점을 극대화한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tandem cell·적층형 태양전지)이 주목받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은 이론적으로 빛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발전 효율을 최대 44%까지 높일 수 있어 글로벌 에너지 업계에서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21일(현지 시각) “기존 실리콘 기반의 태양광 패널을 대체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패널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영국과 한국, 중국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3국 주요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확충하면서 탠덤 셀을 기반으로 한 고효율 태양광 패널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유기·무기 소재의 장점을 모두 가진 태양전지 소재다. 간단하면서도 저렴한 화학반응으로 만들 수 있고, 플라스틱 필름에 용액 상태로 바르면 휘어지는 전지가 된다. 하지만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는 열에 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실리콘 기판 위에 페로브스카이트층을 추가하는 적층 방식의 탠덤 셀이 시도되고 있다. 실리콘과 페로브스카이트는 서로 다른 영역 대의 빛을 흡수한다. 따라서 탠덤 셀은 흡수하는 빛의 파장 폭이 실리콘 또는 페로브스카이트 단일 패널보다 넓어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탠덤 셀 상용화 선두 주자로 영국 옥스퍼드 PV를 꼽았다. 옥스퍼드 PV는 발전 효율을 26.9%까지 높인 탠덤 셀 패널을 개발해 출시했다. 최근 독일에 공장을 열어 상업용 패널을 생산하고 있고, 미국의 한 업체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패널은 태양광 발전의 기본 단위인 ‘셀’을 전지판으로 만든 형태인 ‘모듈’이 여러 개 겹쳐진 상태를 말한다.
크리스 케이스 옥스퍼드 PV 최고 기술 책임자(CTO)는 이코노미스트에 “첫 번째 생산 패널의 평균 효율은 24.5%이며, 차세대 패널의 효율은 26.9%에 도달했다”며 “30% 이상으로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017년 옥스퍼드 PV연구진은 셀 단위에서 실리콘과 페로브스카이트를 붙여 발전효율을 27%에서 32.2%로 증가시켰다. 발전효율이 5분의 1 정도 늘어난 셈이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발전효율이 이론상 최대효율인 29%에 육박하고 있어 효율 1% 올리는 일이 어렵다는 점에서 엄청난 성과로 받아들여졌다.
회사는 이제 상용화 단계인 패널 단위에서도 성과를 보였다. 현재 옥스퍼드 PV는 실리콘 태양광 패널과 탠덤 셀 패널의 내구성과 수명을 비교하는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옥스퍼드 PV에 이어 한국의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과 중국의 론지 그린 에너지도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탠덤 셀의 효율을 29.9%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충북 진천에 위치한 공장에 1365억원을 투자해 파일럿 설비를 구축했고, 올해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1㎠(제곱센티미터) 단위의 소면적 탠덤 셀 연구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 현재는 대면적 탠덤 셀을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진천의 파일럿 설비는 연구개발을 위한 시설로 계속 구축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상용화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큐셀은 2025년까지 1조 5000억원을 투자해 고효율 태양전지의 양산화를 앞당길 계획이다.
올해 6월 세계 최대 태양광 제조업체인 론지 그린 에너지는 실험실에서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의 효율을 34.6%까지 높이는 데 성공하며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최근에는 초기 프로토타입 패널에서도 30.1%의 효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패널이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가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페로브스카이트 분야 석학인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실리콘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던 중국의 론지 그린 에너지, 트리나솔라와 같은 대규모 기업들은 대부분 탠덤 셀을 연구하고 파일럿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며 “중국의 압도적인 지원으로 중국과 이를 제외한 국가 사이의 기술 격차가 표면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석 교수는 “탠덤 셀 상용화 경쟁에서 한국이 우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페로브스카이트와 함께 실리콘 산업 인프라도 갖춰져야 한다”며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나라에서 실리콘 산업이 쇠퇴하다 보니 탠덤 셀 기술 발전도 더디다. 한국은 실리콘 산업을 활성화해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국가의 지원과 기업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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