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오토 차이나 2026, 대한민국 모빌리티의 생로(生路)를 묻다

지난 4월, 오토 차이나 2026이 개최된 베이징 현장은 SDV 시대를 지나 AI 중심 차량(AIDV)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작년의 상하이 모터쇼가 예고편이었다면, 올해 베이징은 본편이었다. 현장에서 목도한 것은 자동차와 AI, 로보틱스가 하나의 유기체로 통합되는 존재론적 전환에 가까웠다.
연간 3,400만 대의 내수 시장에서 150여 개 브랜드가 벌이는 극한의 생존 경쟁은 중국 자동차 산업을 급속도로 진화시켰다. 배터리와 초고속 충전, 디지털 섀시, AI 자율주행까지 미래차 풀스택 기술을 빠르게 내재화한 중국의 기세는 이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실존적 위기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거대한 자본과 시장, 공급망을 동시에 장악한 중국이라는 골리앗과의 정면 승부는 현실적으로 승산이 낮다. 과거의 자동차 산업은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영역이었지만 AI 시대의 문법은 다르다. 이제는 산업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AI 시스템처럼 통합하는 국가 차원의 창업 정신과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대전환기다.
우리가 쥐어야 할 다윗의 돌팔매는 ‘피지컬 AI 기반 K-자율 모빌리티 전략’이다. 우리의 전략은 중국의 그림자를 뒤쫓는 속도전이 아니라, 아직 그들도 온전히 도달하지 못한 ‘안전성이 담보된 피지컬 AI’의 완성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자율주행은 물리 세계 속에서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기술이기에, 화려한 기능의 나열보다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가’에 대한 신뢰성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양적 확장에 집중할 때, 우리의 자율주행은 대한민국 사회가 당면한 구조적 결핍을 해결하는 ‘지능형 사회 인프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소멸해가는 지방 도시의 이동권을 지탱할 무인 마을버스, 교통 약자인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자율 이동 수단, 그리고 대형 상용차 사고로부터 공동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사회 안전망의 구축이 바로 그것이다. 기술이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정착될 때, 비로소 대중의 수용성이 확보되고 제도적 기반이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완성된 자율 시스템 기술은 로봇 생태계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어야 한다. 우리의 환경과 요구에 최적화된 자율 시스템은 외산 플랫폼이 대신해 줄 수 없다. 우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하는 기술 주권, 그것이 바로 K-자율 모빌리티가 지향해야 할 본질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우리는 플랫폼을 주도하는 국가가 아니라, 타국이 선점한 플랫폼 위에서 부품과 서비스만을 공급하는 하청형 산업 구조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승부처는 피지컬 AI 풀스택의 수직 통합 역량에 있다. 이는 제조 및 산업 생태계 전체를 통합하고 조율하는 국가 차원의 피지컬-AX 전략이다. 현재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M.AX 얼라이언스는 이런 관점에서 대한민국 AI 모빌리티 생태계 전환의 중대한 전략적 교두보가 될 것이다.
중국은 분명 강하고 두렵다. 그러나 피지컬 AI 시대의 최종 승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중국이 양적 팽창의 경쟁 속에서 질서 재편과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지금, 우리는 특유의 정교함과 축적된 데이터, 그리고 안전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고도의 질적 지능으로 승부해야 한다.
미래는 화려한 기술을 자랑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당면한 사회의 요구를 기술로 승화시켜 새로운 문명을 설계하는 자의 것이다. 2026년 베이징의 분주함 속에서 발견한 것은 대한민국 모빌리티 산업이 나아가야 할 명확한 생로(生路)에 대한 통찰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거인의 그림자를 쫓는 조급함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을 설계하는 전략적 통찰과 국가적 창업 정신이다.
전병욱 한국자동차연구원 AI·자율주행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