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즐기는 몇 가지 일상과 꿈

도시 근교에 있는 나만의 놀이터

금요일 오후, 불금을 즐기거나 휴식을 꿈꾸는 시각에 나는 도시 근교에 있는 나만의 놀이터로 달린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개미지옥 같은 일무덤 속이지만 어찌하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 것을…. 사서 고생하는 이 생활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뜻하지 않은 기회에 시골 농가를 구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른 채 덥석 사고 보니, 지대 특성상 배수가 잘 되지 않고 슬레이트 지붕 제거, 담장과 대문 설치 등 전반적으로 수리가 필요한 애물단지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시골생활을 꿈꾸고 준비하시는 분들은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마시길 바란다.

정리 이형우 기자 | 글 자료 문미애(전원주택라이프 독자)

코로나가 한창일 때 실내 생활만 하는 게 답답해 아이들과 학습 목적으로 병아리 부화를 시도한 적이 있다. 아이들이 어찌나 신기해하던지, 어른인 내가 보아도 정말 생명의 신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 병아리로 시작해 오리, 거위, 관상조류 등 온갖 종류의 유정란을 구해다 부화하게 되고, 급기야 이 아이들을 키워야 할 시골집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병아리 부화로부터 시작된 닭 기르기는 매일 시골집을 찾는 일상의 출발점이었다. 이제 그 닭들이 낳는 온갖 종류의 달걀은 전원생활의 고달픔을 잊게 해준다.

그래서 집을 구했고, 동물 친구들이 살 넓은 대지를 찾다보니, 아뿔싸 이렇게 손 많이 가는 집인 줄도 모르고 덜렁 사서 좌충우돌 고생 중이다. 올해는 장마와 무더위만 가시면 하나하나 수리해 나갈 생각이다. 기회가 된다면 향후 수리된 모습도 소개해 드리고 싶다. 지금은 엉망진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곳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새로운 꿈을 꾸는 몇 가지 일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병아리 부화로부터 시작된 닭 기르기는 매일 시골집을 찾는 일상의 출발점이었다. 이제 그 닭들이 낳는 온갖 종류의 달걀은 전원생활의 고달픔을 잊게 해준다.

전원에서 닭 기르는 즐거움
전원생활의 즐거움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닭 기르기이다. 대부분 별 준비 없이 시작해 금방 시들해지는 것이 닭 키우는 일인 것 같다. 닭을 기른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알아야 할 지식이 많다. 자칫하면 병들어 집단 폐사하는 일도 있다.

한편으로 닭만큼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가축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릴 적 제삿날, 복날, 아니면 손님 오는 날, 닭의 희생으로 우리는 단백질을 보충했다. 지금은 너무 쉽게 닭을 먹고, 노골적으로 대량생산해 과잉소비를 한다. 이는 현대인들이 반성하고 절제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고기도 분명 한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잊은 채. 그런 생각에 한동안 닭고기를 먹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멋진 자태를 뽐내는 시골집 동물 친구들

닭은 크게 산란 닭과 애완 닭으로 구분되는데 키우는 재미만 생각한다면 애완 닭을 권해드린다. 몸집도 작고 모이도 적게 먹으며, 일단 보기에 예쁘다. 특히 실키 종류가 인기가 높은데, 백봉오골계, 화이트실키, 버프실키 등은 반려동물로서 손색이 없다. 어릴 때부터 잘 놀아주고 하면 주인도 알아보고 이름을 부르면 멀리 있다가도 달려온다. 나는 지금 백봉오골계 몇 마리와 화이트실키, 금수남, 은수남을 기르고 있다.

닭은 사람보다 일찍 일어난다. 하루를 참 부지런히도 움직인다. 한낮에 잠깐 그늘에서 쉬는 것 외에는 잠시도 쉴 새 없이 먹이 활동을 한다. 흙 목욕을 하고, 일광욕을 하고, 시계를 안 보고도 집에 들어갈 시각을 정확히 알아서 미리미리 횃대에 오른다.

멋진 자태를 뽐내는 시골집 동물 친구들

나는 닭의 공간 개념에 감탄한다. 개가 좇아서 담 밖으로 날아갔다가도 돌고 돌아 집을 찾아온다. 아무리 어린 병아리라 해도 놀다가 잠잘 곳을 잘 찾아간다. 횃대의 높이를 가늠할 때도 참 신중하다. 여러 번 높이를 재고 실수 없이 단번에 날아오른다. 이런 닭도 밤에는 우리들과 같이 앞을 못 본다. 그래서 닭을 옮길 때는 밤에 옮긴다. 아무 저항도 없다. 반면에 오리와 거위는 철새 기질이 남아 있어서인지 밤에도 잘 본다. 눈에서 번쩍 빛이 난다.

거위는 하루에 야채와 과일 30kg를 해치워 자원 순환 활동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오리와 거위, 그리고 ‘자원 순환’
오리는 생김새가 예뻐서 부화종란을 주문했다. 그런데 당연히 흰 오리인 줄 알고 부화했는데, 청둥오리였다. 다시 흰 오리를 부화해 지금은 흰 오리, 청둥오리와 함께 살고 있다. 오리는 닭과 습성이 매우 달라 한 공간에서 키우기는 부적합하다. 오리는 물놀이를 좋아해 물놀이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줘야 한다.

오리를 키우다 보니 이제는 거위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어렵게 거위종란을 구입해(1개 만원) 부화했다. 아기 거위가 태어난 그 감격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귀여운 것도 잠시, 거위는 폭풍 성장을 하여 주변 동물들을 괴롭히고 깡패가 되어 갔다. 하는 수 없이 거위만 따로 가두어 기르고 있는데, 먹방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 주로 채식을 하는 거위는 하루에 야채와 과일 등 30kg 정도를 거뜬히 해치운다.

거위는 하루에 야채와 과일 30kg를 해치워 자원 순환 활동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도시와 시골을 매일같이 오가는 내가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자원 순환’이다. 대형 마트에서 상품 가치를 잃은 채소와 과일 등은 우리 동물들의 훌륭한 간식거리가 된다. 마트 사장님과 직원들도 나의 이런 순환 활동에 감사를 표한다. 이래저래 일석이조인 셈이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엔 시원한 수박을 먹고 싶어도 그 많은 양의 수박 껍질 때문에 주저하게 되는데, 내 주변은 그럴 걱정이 없다.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과일 부산물들은 내가 싹쓸이를 해가기 때문이다. 우리 동물 친구들이 맛있게 먹을 모습을 상상하면서.

나의 시골집은 지금 봉숭아, 족두리꽃, 달개비, 채송화, 로즈마리, 루드베키아 등 예쁜 꽃들이 지천이다.

꽃무리에 과일도 주렁주렁
도시 거주지인 아파트의 화분은 일조량이 부족해 꽃을 피우기까지는 역부족인데, 나의 시골집은 지금 해바라기, 족두리꽃, 봉숭아, 붓꽃, 달개비, 채송화, 백합, 로즈마리, 루드베키아, 백일홍, 나팔꽃 등이 지천이다. 가을이 되면 국화와 샐비어가 필 것이다. 화원에서 돈 주고 사다 심은 것보다 여기저기서 씨앗을 얻어 심은 것이 더 강인하고 보람 있다.

대추나무와 포도는 올해 유난히 열매가 많이 열렸다. 그 옆의 무화과 나무도 무럭무럭 자란다.

마당 한 귀퉁이에 있는 대형 대추나무에는 올해 유난히 대추가 주렁주렁 열렸다. 잘 익으면 따서 대추차를 만들 생각이다. 손님 접대에 아주 제격이다. 작년에도 아주 맛있게 먹었다. 3년 전에 사다 심은 포도나무 역시 올해 가장 많이 열린 것 같다. 포도는 쳐다만 보아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감 농사는 별로이지만그래도 홍시로 먹을 대봉 몇 상자는 될 것이다.

700만원 넘게 들여 제작한 닭장. 기성품보다 가성비가 크게 떨어져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엉망진창 시골집을 고쳐 나가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
지금은 정리가 잘 안 되어 어수선하지만 장비를 불러 울타리 정리와 콘크리트 일색인 마당 일부를 걷어내고 잔디를 깔 예정이다. 대문도 달고 이웃의 눈총 안 받고 우리 강아지들도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동물천국을 만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시골집 파수꾼 흰둥이

배수관도 적절히 설치하고, 외부 수도도 군데군데 만들고, 정원에도 길을 낼 생각이다. 비만 오면 질퍽거려서 고민이기도 하지만, 우리 닭, 오리들이 온통 흙투성이어서 보고 있기 안타깝다. 오리와 거위를 위해서는 작은 연못을 만들어 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