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대한 유엔의 제재 이행 감시를 중·러 없이 유엔 밖에서? 실효성 있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반대로 활동이 종료된 가운데, 정부는 미국‧일본 등과 함께 유엔 밖에서 대북 제재를 감시할 새로운 기구를 창설했다. 감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시급한 출범이 필요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인데,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이 빠진 상황에서 감시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16일 김홍균 외교부 1차관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등 한미일 3국 차관과 프랑스 등 8개국 주한대사는 서울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새로운 유엔 대북제재 이행 감시 기구인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 (MSMT, Multilateral Sanctions Monitoring Team)을 출범시킨다고 발표했다.
이 기구는 유엔 밖에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감시하게 되는데, 한미일을 포함해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총 11개국이 공동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정부는 "MSMT는 열린 체제로, 안보리 대북제재의 충실한 이행에 대한 공약과 기여 의지, 그리고 역량을 갖춘 국가들의 참여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MSMT는 기존 유엔 전문가패널이 했던 것처럼 대북 제재 위반 및 회피 활동을 감시하고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정부는 기존 전문가 패널의 경우 1년에 두 차례만 보고서를 발간했으나 MSMT의 경우 정례 보고서와 함께 특정 이슈·분야별로 수시 별도 상세 보고서 발간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대외에 보고서를 공개하고 유엔 안보리 내 회람 및 안보리 공개 브리핑 등도 추진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해당 기구가 "안보리 내 이사국 간 갈등에 따른 역학관계에서 자유롭고, 기존 보고 주기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면에서 이전 패널 보고서의 단점 극복이 가능"하다며 "국제사회의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 감시 체제의 공백을 메우고, 이를 더욱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 제재 이행을 감시할 기구를 유엔 밖에 만드는 다소 기이한 구조가 만들어진 이유는 지난 3월 28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 채택이 러시아의 반대로 부결됐기 때문이다.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반대로 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874호를 근거로 만들어진 전문가 패널은 4월 30일자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해당 패널이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이 의심되는 상황을 독립적으로 조사해서 연 2회 보고서를 발간하는 활동을 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패널 종료는 곧 제재 이행을 감시할 방법이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제재의 효용성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이에 정부는 대북 제재 이행 여부를 감시해야 할 필요성이 시급했기 때문에 유엔 밖에서라도 일단 뜻이 맞는 미국, 일본 등과 협의를 통해 기구를 출범시키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홍균 1차관은 "전문가 패널을 대체하는 효과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지에 대해 미국, 일본, 주요 국가들과 함께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그런 와중에도 북한의 제재 위반 사례가 계속 발생했다. 이에 시간을 늦추지 말고 신속하게 메꿔야겠다는 생각에 유엔 밖에서 MSMT를 출범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엔 밖에서라도 감시 기구를 신속하게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한 것인데, 이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이미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에 거부권을 사용한 상황에서, 이와 유사한 기구를 유엔 내에서는 만들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커트 캠벨 부장관은 "최근 러시아와 중국은 (대북 제재와 관련) 일부 협력을 막아왔다. 특히 북한의 위험한 도발적 행동과 관련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필요한 방법을 외부에서 찾은 것"이라며 "물론 선호하는 것은 유엔 내부에서 (감시를) 계속하는 것이지만 러시아가 원하지 않아서 막혔고, 그래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했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 보고서 활동이 러시아 등의 반대로 막힌 부분도 있었는데 이제는 좀 더 자유롭게 추적 등을 할 수 있고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여러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유엔 내에서 감시 체계를 만드는 노력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차관은 "유엔 내 (감시) 시스템도 검토해왔고 앞으로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패널이 종료된 다음날인 5월 1일 유엔에서 린다 토마스-그림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가 49개국 및 유럽연합(EU)과 함께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대체 기구 마련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번에 MSMT에 참여한 국가가 11개국밖에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참여국 수는 열려있다.더 확대해 나가고 싶다"고 답했다.
캠벨 부장관은 "지금은 첫 발걸음이다. 다른 국가도 참여하길 원할 것이다"라며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단합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MSMT 설립 과정에서 러시아‧중국과는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러시아와 협의 여부에 대한 질문에 "안보리 결의 이행은 중국, 러시아뿐만 아니라 모든 유엔 회원국의 의무"라며 "MSMT는 중국과 러시아에 관한 것은 아니다. 안보리 결의 이행의 의무는 중국과 러시아만을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그런데 실제 북한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곳이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대북 제제 이행 감시는 고사하고 대북 제재 자체의 실효성도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군이 필요한 러시아가 대북 제재 결의 위반사항인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추가적인 제재를 하지 않는 등 북한에 밀착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러시아를 제외한 채로 대북 제재 이행 및 감시가 원만히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제재 이행 및 감시가 원만하지 않으면 북한 비핵화 협상도 더욱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당시 대북 제재가 협상의 중요한 지렛대로 작용했던 것을 감안했을 때, 북한 입장에서는 제재가 무력화 되면 핵과 제재를 맞바꿀 필요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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