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 "日, 마음 확 열었다는 느낌 받았다"
"실무 방문이지만 尹 예우 각별…野, 국익 관점서 한일 문제 바라보길"
(도쿄=뉴스1) 조소영 기자 =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 있지 않습니까. 지난해 4월 일본 조야(朝野) 반응이 그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동행한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 방일(訪日)했을 때의 기억을 이같이 꺼내놓았다. 정 회장은 당시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서 일본에 파견한 한일정책협의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일본을 찾았었다. 2018년 우리 대법원에서의 강제동원(징용) 판결 등으로 인해 한일 관계 경색이 짙어진 때였다.
정 회장은 그때와 비교해 '오늘의 일본'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 조야가 이번에 윤 대통령 방일을 맞는 것을 보면서 마음을 확 열어 젖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조야가 윤 대통령의 담대하고 포괄적인 접근에 공감했다"며 "야당도 정치적으로 일본 문제를 이용만 하지 말고, 국익 관점에서 한일 문제를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다소 소원했던 양국 의원들 간 교류도 급물살을 탈 분위기다. 정 회장은 "일본은 내각책임제라 한일 양국 의원들 간 교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며 "스가 전 총리가 연맹(일한의원연맹) 회장을 맡음으로써 양국 의원 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운터파트로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정 회장과의 일문일답.
-윤 대통령이 일본에서 큰 환대를 받은 듯하다. 지난해 4월 한일정책협의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일본에 파견됐었는데, 그때와 비교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나. ▶지난해 4월 당시 현 기시다 총리를 비롯해 모리, 아베 전 총리 등 60여 명의 일본 내 주요 인사들을 두루 만났는데, 단 한 명도 우리측 면담 요청을 거절한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일본측도 한국과의 대화 재개를 기다려왔다는 얘기다. 12년 만의 양국정상회담을 위해 방일한 윤 대통령을 일본이 환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다만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 있지 않나. 그 사람과는 무엇으로도 얘기하고 싶지 않을 때 쓰는 말인데, 지난해 4월 방일 때 일본 조야 반응이 그랬다. 당시 아베 전 총리를 만났을 때 첫 질문이 '박근혜 대통령은 잘 계신가'였다. 정치적 명운을 걸고 위안부 합의를 이뤄냈는데, 그걸 문재인 정부가 짓밟았으니 이런 상황에서 무슨 얘길 더 할 수 있느냐는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기시다 총리는 당시 외무장관으로서 아베 총리와 함께 위안부 합의를 타결한 책임자였다.
나는 '과거사 문제가 무역 갈등처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피해자는 100년이 가도 피해자다. 한일 양국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때와 비교해보면)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 조야가 이번에 윤 대통령 방일을 맞는 것을 보면서, 마음을 확 열어 젖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윤 대통령 방문에서 일본측의 '신경 쓴 흔적'이 있었나. ▶일본측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철통경호'에 특히 만전을 기했다. 공항에서부터 숙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도로에 경호경찰을 배치했고 교통도 통제했다. 실무 방문이지만 예우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최근 일본이 스가 전 총리를 일한의원연맹 새 회장으로 선임했다. 어떤 뜻이 담겨있다고 봐야 하나. ▶오늘 스가 전 총리가 윤 대통령을 예방했고 윤 대통령은 아소 다로 전 총리와 입헌민주당, 공명당 당수도 차례로 만났다. 모리 전 수상(총리)이 직접 나서서 일한의련회장 교체를 주선했다고 들었다. 누카가 전임 회장보다 더 중량감 있는 총리 출신에게 일한의련을 맡겨 한일관계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일본은 내각책임제라 한일 양국 의원들 간 교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스가 전 총리는 일본 의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다. 아베 국장 때 스가 전 총리만 조사(弔辭) 후 박수를 받았다.
-스가 회장도 방한 계획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스가 전 총리는 (이달 중으로) 취임하자마자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중도적 인물이지만 아베 전 총리의 신임이 가장 두터웠던 만큼 자민당 내 친한(對韓) 강경파와 소통하는데 있어서 나름의 역할이 기대된다.
일본 내에서 누구보다 큰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이다. 스가 전 총리가 의련회장을 맡음으로써 양국 의원 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의련 카운터파트로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겠다.
-곧 국민의힘 의원들의 방일이 있고 한일의원 축구 경기도 있다. 예정된 또 다른 행사도 있나. ▶박성민 의원을 단장으로 초선의원 30여 명이 이달 말 방일한다. 일본 쪽도 크게 환영하고 있다. 밀도 있는 한일 의원 간 토론을 통해, 또 신진 의원들 간 소통을 통해 양국 간 간극을 좁혀 나갔으면 한다.
5월 13일에 2002 한일월드컵 결승전이 열렸던 요코하마 경기장에서 한일의원친선축구대회를 갖기로 했다. 요코하마는 스가 전 총리의 지역구이다. 지난주 스가 전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축구시합 일정을 얘기했더니 크게 기뻐했다.
이 경기에는 민주당 등 야당의원들도 참여하게 될 것이다.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이끄는 한일의련 조선통신사위원회도 방일해 한일 친선을 다지는 '조선통신사의 길'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방일 및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야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간극을 좁힐 방법이 있나. ▶야당의 반발은 예상됐던 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야당 반발이나 지지도 하락이 두려워 한일 관계를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생각해왔다. 제3자 대위변제 해법이 아닌 다른 방법이 없는 현실에서, 대통령으로서 국익과 미래를 위한 용단을 내린 것이다. 1965년 국교정상화 조약과 대법원 판결 모두를 감안한 고육지책의 절충안이다.
야당도 정치적으로 일본문제를 이용만 하지 말고, 국익 관점에서 한일 문제를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민주당은 박근혜-아베 두 정상의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전면 폐기해놓고, 해결책은 나 몰라라 했다. 징용공 문제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징용공 문제에 있어 미쓰비시와 신일본제철의 성의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 양측이 징용공재단이 마련하는 보상 기금에 돈을 내야 한다고 제기하고 있다. 이 문제는 한일 관계의 전반적인 개선이라는 큰 맥락과 틀 속에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조야는 윤 대통령의 담대하고 포괄적인 접근에 공감했다.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의 이번 일본 방문이 한일 관계의 매우 큰 발자취가 될 것이다"고 말한 데 진심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정상회담에 임하는 윤 대통령 모습은 시종 자신감이 넘쳤고 당당했다. 특히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윈윈하는 국익"이라고 말할 때 양국 미래 협력관계를 확신하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나는 윤 대통령이 우리의 한방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몸 전체의 건강 상태를 확 끌어올리면 피부에 난 뾰루지는 자연히 사라지는 것 아니겠나.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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