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면 더 멀리 달릴 수 있다, 10년차 러너 이시훈 원장

2015년부터 러닝을 시작한 이시훈 원장은 5년 전부터 크루원들과 함께 러닝을 즐긴다. 서로가 서로의 페이스메이커가 되면, 스스로의 한계는 어느새 새 기록의 출발점이 된다.
이시훈(헤세드신경외과의원 대표원장, 크루고스트(Crewghost) 크루원)

러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인턴과 신경외과 레지던트 수련을 마치고 난 2015년쯤 체중이 90kg까지 늘었다. 체중 조절을 위해 크로스핏을 했었는데, 고강도 운동이다 보니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후 헬스를 시작하면서 트레드밀의 매력에 푹 빠졌다. 목표한 시간 동안 달린 뒤 땀을 흠뻑 흘리면 성취감과 함께 상쾌한 느낌이 드는데, 여기에 매료돼 본격적으로 러닝을 시작했다. 러닝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복잡한 생각이나 마음을 정리할 수 있고, 나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나 스스로와 경쟁하는 정직한 운동이라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러닝 루틴이 궁금하다
주로 퇴근 후나 휴일 아침에 러닝을 하는 편이다. 병원에서 집까지 3km 정도 거리라 ‘퇴근런’을 자주 하는데, 최근에는 ‘모닝런’ 루틴에도 도전해 보고 있다. 매일 규칙적으로 달리지는 못하지만, 여건이 될 때는 크루 세션에 나가거나 러닝 메이트들과 함께 달리는 기회도 만들어 보려고 한다. 러닝을 할 때는 달리면서 보았던 풍경과 나의 감정을 기록해 두고 싶어 달리는 내 모습을 풍경과 함께 촬영해 SNS에 게시한다.

즐겨 찾는 코스가 있나?
한강변에서 뛸 때는 반포를 중심으로 흑석을 지나 여의도를 한 바퀴 돌고 오는, 일명 ‘고구마런’을 즐긴다. 반포 트랙이나 반포천 근처에서 시작해 동작역까지 이어지는 허밍웨이길도 달리기 좋은 장소다. 잠수교를 건너 강북으로 달리는 코스도 좋아한다. 이촌, 옥수를 거쳐 중랑천과 서울숲까지 뛰고 오기도 한다.

부상 없이 완주하기 위한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
관절 보호를 위해선 관절을 지지해 주는 구조물들이 안정돼야 한다. 평소 관절 유연성을 위해 스트레칭을 자주 하고, 종아리 근육 발달을 돕는 카프 레이즈나 밴드를 이용한 근력 보강 운동을 병행한다. 달리기 전에는 동적 스트레칭으로 혈액 순환과 관절 가동 범위를 늘리고, 달린 후에는 폼롤러, 정적 스트레칭, 아이싱 등으로 부상과 통증을 관리한다. 최근 좀더 전문적인 평가와 관리를 위해 PT를 시작했다.

현재 소속돼 있는 크루를 소개해 달라
2019년 말 내원한 환자의 소개로 ‘크루고스트’에 가입했다. 크루고스트는 나이나 성별 등 별도의 가입 조건이 없고, 러닝은 물론 사회 공헌을 위한 행사에 페이스메이커 등 자원봉사 활동도 활발하게 하는 크루다. 오직 달리기를 위해 모였다 흩어지는, 간결하지만 끈끈한 관계성이 특징이다.

크루에서는 어떻게 러닝을 하나?

매주 2회 (월, 목) 저녁 7시 40분에 모여 여의도, 이촌, 동작, 남산, 압구정 등 다양한 곳을 달린다. 1km를 5분 30초에 달리는 ‘530페이스’부터 걷기와 뛰기를 반복하는 ‘걷뛰’ 등 자신의 러닝 레벨에 따라 그룹을 만들어 달릴 수 있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그룹별로 러닝을 한 뒤, 다 함께 모여 정리운동 후 간식을 먹고 마친다.

함께 달리는 것의 장점은 무엇인가?
혼자 달릴 때는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복잡한 고민이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지만, 체력적 한계에 부딪혔을 때 이를 돌파하는 정신적 추진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져 쉽게 속도를 늦추거나 포기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함께 달리다 보면 서로가 서로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 주기 때문에 혼자 달릴 때에 비해 피로감이나 지루함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더 멀리, 더 오래 달릴 수 있게 된다. 또, 규칙적인 훈련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동기 부여도 되기에 장거리 러닝에 필수적인 심폐지구력과 근력도 향상된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을 때는 서로의 힘듦을 잘 아는 러너들끼리 격려해 주거나, 크루 서포터들이 응원을 해 주기 때문에 다시 달릴 힘이 생겨 장거리 러닝 중 누구나 겪는 집중력 저하나 페이스 감소의 순간도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다. 최근에도 크루원들과 함께 일곱 번째 서울동아마라톤 완주에 성공했다.

크루원으로서 러닝을 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러너들의 연예인, 가수 션이 기부를 위한 러닝 행사에 참가할 때 크루원들과 함께 페이스메이커로 달린 것이 기억에 남는다. 선한 의도로 모인 러너들을 위해 코스를 미리 답사하고, 현장에서 가이드 역할을 하며 함께 완주했던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815런, 삼일전런, 승일희망재단 루게릭요양병원 개원을 위한 러닝 등에 참여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

러닝 입문자에게 크루 가입을 추천하나?
혼자 꾸준히 달리는 것에 어려움이 있거나 러너들과 인연을 맺고 싶은 이들에게는 러닝 크루 가입을 권한다. 가볍게 러닝을 즐기며 러닝 관련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러닝 크루는 러닝 아카데미와는 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싶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아카데미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물론 크루 활동으로 러닝을 시작한 뒤 러닝 아카데미를 찾아가도 괜찮다. 실제로 두 가지를 겸하는 러너들도 많다.

러닝을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최근 풀코스 마라톤 완주를 마친 뒤 SNS에 공유한 글이 있다. 첫째, 스스로의 훈련 수준과 현재 상태를 뛰어넘는 무리한 페이스에 대한 욕심을 버릴 것. 둘째, 나보다 앞선 러너들의 페이스나 기록에 대한 비교의식을 버릴 것. 셋째, 완주에 대한 염려를 버리고 자신을 믿고 끝까지 달릴 것. 이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러닝 입문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성취감이다. 처음에는 무리하지 말고 동네 한 바퀴, 하루 10분 이상 주 3회 정도 걷고 뛰기를 반복하며 달리기에 재미를 붙여 보자. 이렇게 달리다 보면 거리와 속도는 자연스럽게 늘어나니, 이 단계에서 다른 러너들과 스스로를 비교할 필요는 없다. 또 입문자의 경우 부상이나 통증이 쉽게 올 수 있기 때문에 운동 전후에 몸을 충분히 풀어 주고 이를 루틴화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면 5km 대회부터 한 번씩 참가해 볼 것을 권한다. 대회장에서 러너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느끼다 보면 러닝에 더욱 빠져들게 될 것이다.



ㅣ 덴 매거진 2025년 5월호
에디터 김보미 (jany6993@mcircle.biz)
사진 송승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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