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추진' 카카오엔터, 무리한 신사업 인수에 '발목'

왼쪽부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과 MBC 드라마 '바니와 오빠들'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매각이 추진되는 가운데 그동안 무리해 인수했던 신사업들의 부진이 기업가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흑자를 내고도 종속기업들에서 대규모 영업권 손상이 발생해 순손실을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자회사들을 정리하고 있지만 자금을 대거 투입했던 기업들의 적자가 지속되며 몸값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엔터 지분 66.03%를 보유한 카카오가 재무적투자자(FI)들에 드래그얼롱(동반매각청구권) 의사를 묻고 있다고 전해진다. 카카오는 "그룹의 기업가치 제고와 카카오엔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카카오엔터 주주들과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는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카카오엔터는 2015년 카카오가 인수한 포도트리가 모태다. 포도트리는 2017년 모바일게임 분석 마케팅 플랫폼 밸류포션을 흡수했고 2018년 카카오의 카카오페이지사업 부문을 1000억원에 사들이면서 사명을 카카오페이지로 변경했다.

이후 2021년 카카오페이지가 카카오엠(옛 로엔엔터테인먼트)을 인수하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같은 해 카카오엔터는 멜론컴퍼니를 흡수했다. 멜론과 카카오엠을 사들인 2021년에는 미국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시 인수에 1조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2023년에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9%를 인수하는 데 6250억원을 썼다. 그렇게 회사들을 인수·흡수하며 카카오엔터는 뮤직(음악·연예기획), 스토리(웹툰·웹소설), 미디어(제작사) 등 크게 세 가지 사업을 운영했고, 2023년 마지막 투자 당시 11조3000억원의 기업가치가 인정됐다.

최근 시장에서 거론되는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도 11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를 고스란히 인정 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사들인 자회사들이 카카오엔터의 연결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8128억원, 영업이익 80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3.24% 줄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35% 늘었다. 하지만 순손실이 2591억원에 달했다.

대규모 순손실은 영업권 손상 때문으로 보인다. 영업권 손상은 장부가액이 회수가능 금액보다 클 경우 그 차이를 손실로 인식하는 것이다. 즉 기업을 취득해 기대한 것보다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지난해 카카오엔터는 영업권 손상 1889억원을 반영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4373억원에 달했던 영업권은 연말에 2501억원으로 추락했다. 카카오엔터의 현금창출단위 33개 중 18개에서 영업권 손상이 발생했다. 그만큼 카카오엔터가 웃돈을 주고 인수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무리한 인수가 독이 된 셈이다. 지난해 말 카카오엔터의 종속기업은 총 42개다. 이중 4개가 청산 절차를 밟고 있으며, 올해 2월 아이에스티엔터테인먼트와 넥스트레벨스튜디오 매각을 완료했다. 쓰리와이코프레이션의 잔여 지분 50%도 연내 매각할 예정이다. 청산·매각 대상 기업을 제외하면 카카오엔터의 종속기업은 35개로 줄어든다. 그 중 지난해 순이익을 낸 것은 22개다. 다만 순이익 100억원을 넘긴 것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하나다.

1조원을 들여 사들인 래디시와 타파스는 2022년 타파스엔터테인먼트로 합병한 뒤 2023년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합병법인 타파스는 지난해 순손실 358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4252억원 손실에서 규모를 크게 줄였지만 수백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카카오엔터의 연결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타파스는 지난해 영업권 손상 처리되지 않았지만 2023년에는 4598억원이 손상 처리됐다.

카카오가 카카오엔터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도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카카오엔터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계열사 중 차기 기업공개(IPO) 주자로 꼽혔지만 최근의 증시 상황에서 상장해도 적정한 가치를 인정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매각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 관계자는 "IPO를 추진 중이라고 알려진 카카오 계열사들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구속 이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카카오엔터가 마지막 투자를 받았을 때 기업가치를 11조원으로 인정 받았는데 지금은 매각자, 원매자 모두 그 가격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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