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느리가 어느 날 오래된 사진첩을 빌려 갈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별말 없이 낡은 앨범 두 권을 건넸습니다.그러고는 한동안 그 이야기를 잊고 지냈습니다. 계절이 바뀔 무렵 며느리가 작은 상자를 들고 다시 찾아왔습니다.

낡은 앨범을 건네던 날
앨범은 오래되어 겉장이 헤지고 사진도 군데군데 색이 바랬습니다. 그래서 남에게 보여 주기가 조금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며느리는 조심스럽게 앨범을 받아 가방에 넣었습니다. 무엇에 쓰려는지 굳이 묻지 않은 것은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날의 짧은 대화가 시작이었습니다.

다시 돌아온 것은 한 권의 책이었습니다
상자를 열어 보니 깔끔하게 인쇄된 사진책 한 권이 들어 있었습니다. 흐릿하던 사진들이 또렷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사진 아래에는 언제 어디에서 찍은 것인지 짧은 설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며느리가 여기저기 물어 가며 하나씩 채워 넣은 흔적이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말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록은 마음이 남는 방식입니다
사진 자체보다 그것을 정리해 준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시간을 들여 누군가의 지난날을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 수고에는 상대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가족 사이의 정은 이런 작은 일에서 확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록은 결국 마음이 남는 하나의 방식이었습니다.

값비싼 선물이 아니어도 마음이 전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오래된 사진 몇 장이 그런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집에 잠들어 있는 사진첩을 한 번 꺼내 보시면 어떨까요. 가족과 나눌 이야기가 그 안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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