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수수료 개미지옥, 자영업자 녹아난다

이재호 기자 2024. 10. 15.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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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배달’ 유도하고 클릭할 때마다 광고비 부과
1위 지위 이용한 다양한 배민 갑질… 상생책 절실
2024년 7월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님 모임,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관계자 등이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부터 서울 강동구에서 프랜차이즈 햄버거·치킨가게를 운영하던 신아무개(36)씨는 2023년 말께 폐업했다. 가장 큰 이유는 배달플랫폼 수수료였다. 신씨는 2020년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매출이 줄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되레 전체 매출이 늘었다.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 정책에 따라 외출을 줄이고 배달 음식을 많이 소비했기 때문이다.

높아진 배달 수수료에 ‘문 닫을 결심’

문제는 코로나19가 끝나고 찾아왔다. 2023년 5월 정부가 코로나19 비상사태 종식을 선언하자, 배달 주문이 급감했다. 그러자 ‘배달의민족’(배민)이나 ‘쿠팡이츠’와 같은 거대 배달플랫폼들이 수익 유지를 위해 배달 수수료를 높이기 시작했다. 배민의 경우 울트라콜(월정액 8만8천원)에 가입하면 주문만 전달해주는(배달비는 대행사에 지급하는 구조) ‘가게배달’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였는데, 2023년 8월 이후로는 플랫폼 소속 라이더가 직접 배달하고 주문 금액의 6.8%를 중개 수수료(배달비 별도 청구)로 떼가는 ‘배민1’(현재 배민배달) 비중을 80%로 늘렸다.

배달 수수료가 너무 비싸 배민1 계약을 해지하려 하자,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본사 차원에서 계약이 돼 가맹점이 개별적으로 해지하면 안 된다”고 통보했다. 신씨는 “운영하던 프랜차이즈 가게는 지불해야 하는 물대(재료비와 물류비 등)가 50%였는데, 결제 수수료 3.3%에 배달플랫폼 수수료 6.8%, 배달비까지 3500원 따로 지급하고, 임대료·인건비 주고 나면 점주에게 남는 돈이 없는 수준이었다”며 “배달플랫폼이 앞으로도 수수료율을 계속 올리고, 광고비를 요구할 것이란 전망을 듣고, 가게 운영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사실상 독과점 지위를 누리고 있는 거대 배달플랫폼들이 수수료를 높이고 광고비 등을 과도하게 요구하면서 고통받는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점점 늘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플랫폼 기업에 대해 ‘자율규제’ 원칙을 천명해온 윤석열 정부가 뒤늦게 ‘수수료 상한제 검토’ 카드를 들고나왔지만 해당 부처와 엇박자를 보이면서 “정부를 믿기 어렵다”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21이 인터뷰한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전국의 자영업자 다섯 명도 신씨와 마찬가지로 2023년 8월을 기점으로 배달플랫폼의 수수료가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배민이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자화면(UI)에서 ‘가게배달’이 노출되는 비중을 줄이고, (정률 수수료를 내야 하는) ‘배민배달’이 더 많이 노출되도록 해 소비자가 배민배달로 더 많이 주문하게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님 모임’(공플사) 공동대표인 김영명(36)씨는 “과거 정액형 수수료 상품에서는 배달비 일부를 고객이 부담하도록 했지만, 정률형 수수료 상품에서는 배달비용을 자영업자가 모두 부담하게 하고 추가 수수료를 요구했다”며 “배달플랫폼 수익성을 높이려고 자영업자에게 수수료를 더 많이 내게 하고 영업권을 침해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경기 양주에서 김밥·분식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119만원 팔았는데, 입금된 돈은 1만원?

높아진 배달앱 수수료가 부담스러웠던 자영업자들은 ‘이중가격제’를 도입해 맞섰다. 가게배달보다 배민배달이 수수료가 비싸기 때문에 주문 경로에 따라 소비자 가격을 달리 책정한 것이다. 예를 들어 치킨 한 마리를 배민배달로 주문할 때 2만5천원을 받는다면 가게배달로는 2천원 저렴한 2만3천원을 받고, 매장에서 식사하거나 직접 수령하는 주문은 그보다 더 저렴한 2만1천원을 받는 방식이다. 점주 입장에선 수수료를 보전받기 위한 조처였으나, 배달플랫폼들은 이중가격제마저도 통제하고 나섰다.

경남 양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서아무개(56)씨는 “배민의 가게배달만 이용하고 있었는데 점점 앱에서 우리 가게 노출 빈도가 줄어들었고, (배민) 본사에서 배민배달 가입 독촉 전화가 왔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배민배달에 가입하고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본사에서 다시 연락해 앱에서 더 많이 노출되려면 가게배달·배민배달·매장 가격을 맞추라고 요구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서씨는 “배민의 요구를 들어주면 매장에서 우리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역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데 명백한 불공정 행위를 강요한 것”이라며 “배민이 수수료율을 정할 자유가 있다면, 우리도 판매하는 음료의 가격을 정할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쿠팡이츠와 배민은 ‘최혜대우’도 요구하고 나섰다. 최혜대우란 한 배달앱이 점주에게 다른 배달앱에서 판매하는 메뉴 가격보다 낮거나 동일하게 가격을 설정하도록 요구하는 걸 말한다.

자영업자 ㄱ씨 정산 내역. 119만원 주문을 받았지만 실제 배달의민족에서 정산받은 금액은 1만원에 그쳤다.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제공

배달플랫폼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업주들이 수수료 외에도 더 많은 광고비를 내도록 유도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음식 판매업을 하는 ㄱ씨는 2024년 8월2일부터 4일까지 배민을 통해 주문을 받고 정산하는 과정에서 깜짝 놀랐다. 그가 사흘 동안 배민을 통해 손님들의 음식 주문을 받은 금액은 119만원이었지만, 그의 통장에 입금된 금액은 1만500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상세 내역을 살펴보니 배민의 ‘우리가게클릭’ 이용요금이 75만원이나 빠져나갔다. 우리가게클릭은 배민에서 좀더 식당을 노출하고 싶은 점주들이 추가로 광고비를 내는 프로모션 시스템인데, 점주가 클릭당 가격을 높게 책정할수록 더 많이 상단에 노출된다.

그런데 배민은 우리가게클릭으로 실제 주문이 이뤄지지 않고 소비자가 클릭만 해도 비용을 부과했다. 최초 주문 이후 재주문을 해도 똑같이 광고 수수료가 부과되고, 식당이 영업하지 않는 휴무일에 소비자가 클릭해도 수수료가 빠져나갔다는 경험담도 나왔다. 대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아무개(53)씨는 “2023년부터 우리가게클릭을 사용해왔는데, 2024년 들어 몇 차례 약관을 변경한 뒤에 광고 비용으로 2023년에 견줘 딱 두 배가 더 지출됐다”며 “비용이 부담스러워 9월부터 우리가게클릭을 사용하지 않았더니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져 어떻게 해야 좋을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2024년 7월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출범식에서 양쪽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뢰할 수 없는 대통령실 발표

이런 와중에 2024년 10월4일 대통령실이 과도한 배달플랫폼 수수료의 상한선 지정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서민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발표였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오락가락 정책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크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플랫폼 갑질 문제는 시장이 자율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불과 한 달 전인 9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있었던 대정부질문에서 배달앱이 수수료를 과도하게 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가 수수료를 내려라, 올려라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게다가 대통령실의 배달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검토 보도가 나온 뒤인 10월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마저 “(수수료) 상한선을 정부가 정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자율적인 조정에 의해서 이뤄지는 게 맞는다”고 답했다. 대통령실과 총리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거대 플랫폼의 자율규제를 논하기엔 이미 때가 늦었다고 평가했다. 프랜차이즈 업주 등으로 구성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9월27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가 불공정 행위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협회는 “배달앱 시장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이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배달앱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고, 자사우대, 최혜대우 요구 등을 했다”며 “배달의민족이 입점업체의 음식가격 및 배달가능 최소주문금액을 경쟁 배달앱들에 비해 낮거나 동일하게 책정하도록 요구하고 입점업체가 거절하면 앱 화면 노출을 제한하는 등 방식으로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24년 10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배달의민족의 갑질 조항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를 듣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2024년 7월 출범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상생협의체)도 10월에 운영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10월8일 서울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6차 상생협의체 회의에서 입점업체 대표(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상인연합회)는 △수수료 등 입점업체 부담 완화 방안 마련 △소비자 영수증에 (배달앱) 수수료 및 배달료 표기 △최혜대우 요구 중단 △배달기사 위치정보 공유 등 네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정부는 상생협의체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배달플랫폼(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이 제출한 상생안을 입점업체 대표들에게 공개했다. 가장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배민의 ‘차등수수료’였다. 배달앱 매출액이 많은 상위 60% 점주에게는 기존과 같이 9.8%의 중개수수료율을 적용하고, 나머지 40% 가게의 수수료를 낮추는 내용이 골자다. 매출이 가장 낮은 20% 점주들에게는 공공앱 수수료율인 2%를 적용하겠다고도 밝혔다.

문제는 배민이 하위 20~40% 가게들에 대해선 영업점주가 주문시 할인 혜택을 1천원 제공하면 수수료율을 6.8%, 1500원 제공하면 수수료율 4.9%를 적용하는 안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식당의 자율적인 할인 혜택에 배달플랫폼이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하는 게 맞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게다가 소비자 영수증에 배달앱 수수료를 표기하도록 하라는 점주들의 요구를 모든 배달플랫폼이 거부했다.

이날 회의에 참가한 한 입점업체 대표는 “배민 쪽에서 큰 선심을 쓰듯 차등수수료안을 발표했지만, 매출액 기준으로 하위 40%면 배민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할 것으로 보여 진정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대통령실에서 상생협의체 회의를 앞두고 수수료상한제를 언급하면서 압박했지만 그 효과도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공플사 김영명 대표는 “배민은 2024년 7월 정부가 상생협의체 출범을 예고한 직후 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높여놓고, 지금에 와서 일부 업체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6.8%로 낮추겠다고 선심 쓰듯 말하고 있다”며 “이런 태도로는 합의점에 도달하기 어렵다”고 했다.

“배민 차등수수료안, 진정성 없다”

상생협의체가 답을 찾지 못하면 결국 정부와 국회가 직접 법·제도를 정비해 배달플랫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겨레21과 인터뷰한 소상공인들은 “수수료뿐만 아니라 불공정 행위를 고쳐달라”고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야식 식당을 운영하는 김아무개(34)씨는 “쿠팡이츠는 2023년에도 배달 수수료가 9.8%였기 때문에 사실 수수료율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고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배달플랫폼들이 수익을 유지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하면서 자영업자들을 착취한 불공정 행위 전반을 살펴서 바로잡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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