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 보고서] SKC '전기차 캐즘' 현금 창출력 '마이너스' [넘버스]

서울 중학동 SKC 본사 사옥 /사진=SKC

SKC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적자가 1년 새 2배 넘게 불어나며 지난해에는 1000억을 넘어섰다. 일시적 캐즘으로 여겨지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부진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 주력하는 SKC도 직격탄을 맞는 모양새다.

올해 첫 성적표에서도 손실이 이어지며 여전히 비상구 찾기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업계 전반의 상저하고 기대감이 SKC에서도 가시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SKC의 EBITDA는 1004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바로 전년에도 411억원 적자에 이어 그 폭이 144.3%나 더 커졌다.

EBITDA는 기업의 영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현금 창출력을 보고 싶을 때 활용하는 항목이다. 이자 비용과 세금 등의 지출과 과거 투자에 따른 유·무형 감가상각비 등을 빼기 전 순이익을 의미한다. 특히 EBITDA는 인수합병 거래 시 중요 잣대로 쓰인다. 비슷한 업종의 다른 회사들의 몸값이 EBITDA 대비 몇 배 정도인지를 살펴보며 기업 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SKC의 이 같은 EBITDA 손실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곳의 비금융 상장사들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해 의도적으로 부실을 몰아서 털어내는 빅배스를 단행하며 조 단위의 EBITDA 적자를 감내한 현대건설을 제외하면, 조사 대상 기업들 중 해당 손실이 가장 많았던 사례다.

영업손실이 지속되며 현금 창출력 지표가 더욱 빠르게 악화하는 흐름이다. SKC는 2023년 2137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으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도 2768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를 지속했다. 이 기간 영업손실 증가 폭이 29.5%였던 것과 비교하면 EBITDA 적자가 더 빠르게 확대됐다.

SKC의 부진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의 캐즘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기업들이 재고 축소에 주력한 탓이다. 캐즘은 신제품이나 기술이 초기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SKC의 주력 제품인 동박은 이차전지의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를 씌우는 역할을 한다. 동박은 머리카락 굵기 30분의1에 불과한 두께 10㎛(1㎛는 100만분의1m) 내외의 얇은 구리막이다.

문제는 전기차 캐즘의 여파가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SKC는 올해 1분기에도 745억원의 영업손실과 117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떠안았다. 전분기 대비 각각 9.8%와 55.1%씩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지속했다.

그래도 지난해 실적을 바닥으로, 올해는 반등 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동박의 핵심 원료인 구리 가격 상승은 호재가 될 전망이다. 원재료인 구리 시세와 연동해 배터리사와 계약을 맺는 구조여서, 구리값이 오르면 동박 판가도 인상되기 때문이다.

비로소 자리를 잡고 있는 해외 공장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SKC의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10%대 수준에서 현재 50%까지 높아졌다. 구리를 녹인 용액을 전기 분해하는 공정 특성상 전력비가 동박 수익성을 좌우하는데, 해외 공장의 해당 비용은 국내보다 30% 이상 저렴하다.

미국발 관세 변수도 SKC 입장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온다. SKC는 전북 정읍과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산은 0%, 말레이시아산은 1% 관세가 유지되고 있다. 반면 최대 경쟁 제품인 중국산 동박은 미국이 기존에 26%를 부과한 데 더해 최근 20%포인트(p)를 추가, 관세율이 46%까지 오른 상태다.

유지한 SKC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진행된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SKC와 중국산의 관세 격차는 45%p에 달한다"며 "중국에 대한 제재가 확대되면 배터리 소재 부품 밸류체인은 더 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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