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는 줄이고 월급은 그대로" 10조 뜯어내려 파업 카드까지 꺼낸 현대차 노조

현대자동차 노사가 6일 울산공장에서 2026년 임단협 공식 교섭을 시작한 가운데, 노조는 약 10조 3,000억 원 수준인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과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을 사측에 요구했다. 반면 최영일 대표이사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한 경영 위기 상황을 지적하며,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노조가 현실을 직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2026년 5월 6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은 내연기관의 유산과 AI가 주도하는 미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역사적 현장이었다. 최영일 대표이사와 박상만 전국금속노조위원장, 이종철 현대차지부장 등 노사 교섭 대표 60여 명이 마주 앉은 이번 상견례는 단순한 임금 조정을 넘어 모빌리티 전환기 고용 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전초전이 되었다. 울산공장은 이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노동 구조가 기술 혁신에 의해 재편되는 거대한 전략적 실험장으로 변모했다.

노조는 지난해 거둔 역대급 순이익을 근거로 사상 최대 규모의 보상을 정조준하고 있다. 요구안의 핵심은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과 더불어 지난해 순이익 10조 3,648억 원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것이다. 이는 약 3조 원을 상회하는 규모로, 삼성전자(15%)나 삼성바이오로직스(20%) 노조의 요구안을 압도하는 수치다.

연간 순이익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금액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것은 현대차를 보상 기대치의 예외지대로 설정하겠다는 노조의 강력한 배수진이다. 그러나 노조의 시선은 단순한 현금 보상을 넘어,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는 기술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술적 위기감은 생산 현장의 임금 체계마저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2030년까지 로봇 3만 대 생산을 예고하고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투입을 가시화하자, 노조는 소득 안정을 위해 '완전 월급제' 카드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노조 간부 44%가 이를 지목한 배경에는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다크 팩토리' 시대에 대한 본능적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로봇이 정밀 공정을 맡으면서 연장 및 특근 근무시간이 감소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노조의 완전 월급제 요구는 AI에 잠식당하는 노동 시간을 수익 구조에서 분리하여 소득을 방어하려는 계산된 생존 전략이다. 노조의 거센 공세에 대해 사측은 1분기 성적표를 들이밀며 냉혹한 현실을 경고하고 나섰다.

최영일 대표이사는 상견례에서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현실을 직시하라"며 경영 위기 의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8% 급감한 2조 5,147억 원에 그치며 수익성이 급격히 후퇴했다. 이는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닌 미국 수출 관세 리스크(8,600억 원)와 원자재 가격 상승(2,000억 원) 등이 겹친 구조적 비용 쇼크의 결과다.

사측의 이러한 '위기론'은 성장이 보장된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선언과도 같다. 경영진의 강경한 현실론과 노조의 성과 배분론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6년 무분규의 역사가 다시금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노조는 오는 5월 13일 울산공장에서 임금협상 출정식을 열고 본격적인 투쟁 수순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세 차례의 부분 파업으로 사흘간 약 4,000억 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가 파업이라는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글로벌 전기차 및 로봇 시장에서 확보한 주도권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번 협상의 본질은 단순히 돈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기술 전환의 비용을 누가 짊어질 것인가에 있다. 노사는 과거의 실적에 매몰된 소모적 쟁의에서 벗어나 생산 효율과 고용 안정의 접점을 찾는 질서 있는 타협에 매진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파도 속에서 노사가 상생의 지혜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담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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