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 전문가 "고려아연 임의적립금 사용, 주주 배신 행위"

이한림 2024. 10. 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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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출신 김용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고려아연이 주주총회에서 자원사업이나 해외에 투자하기로 약속하고 오랜 기간 쌓아온 임의적립금을 주총도 거치지 않고 이사회에서 자사주 취득을 하겠다는데, 이는 회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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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재 고려대학원 교수 14일 한국경제 인터뷰서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지적
"선관주의 위반 여지 있어…형사처벌 가능성"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출신 김용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주총회를 통해 목적을 규정한 임의적립금을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를 위해 이사회 결의만으로 사용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으로 향후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14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김 교수는 인터뷰에서 "자사주 취득 한도에서 임의적립금을 공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고려아연의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고려아연이 주주총회에서 자원사업이나 해외에 투자하기로 약속하고 오랜 기간 쌓아온 임의적립금을 주총도 거치지 않고 이사회에서 자사주 취득을 하겠다는데, 이는 회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의 이런 발언은 MBK파트너스·영풍과 고려아연 맞불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고려아연 이사회를 향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중심으로 한 고려아연 이사회는 지난 12일 금융 당국의 경고에도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올리면서 임의적립금을 사용 포함해 약 3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강수를 뒀다.

이에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임의적립금을 사용하는 것은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된 사안을 무시하고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맞서는 모양새다. MBK파트너스·영풍의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는 83만원이며 14일 마감 예정이다.

김 교수는 "임의적립금 사용목 적은 주식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주주총회가 정한 건데 이걸 이사회 결의만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해석하면 그 자체로 주주들에 대한 배신행위나 다름없다"며 "공개매수로 목적을 변경하려면 정관 변경이나 주주총회 승인을 얻었어야만 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김 교수는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정 자체가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에 위반할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정이)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영풍이야 경영권을 취득하고자 하는 입장이니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공개매수를 할 유인이 있다지만 이미 경영권을 가진 경영진이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취득하면서 프리미엄을 추가로 얹어 더 비싸게 사고 있다. 이건 성실하고 합리적인 결정이 아니며 경영판단의 원칙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고려아연 경영진이 자사주 취득을 위해 쓰는 비용이 불합리하게 높다는 것 또한 선관주의 의무 위반의 요소다. 자사주 취득은 원래 모든 주주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줘야 하는 건데 영풍은 최대주주임에도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엔 응할 수 없다. 사실상 최대주주를 배제하는 것이며 주주 평등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교수는 고려아연 경영진과 이사회의 배임을 주장하고 있는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논리에 힘을 실었다. 김 교수는 "국내 판례상 배임죄 여부에 대해서도 경영판단의 원칙이 주된 기준이 된다. 고려아연 경영진이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할 가능성이 높으니 같은 이유로 배임죄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판례 모두 고려아연 경영진의 행위에 적용 가능한 판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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