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디슨모터스가 ‘KGM 커머셜(COMMERCIAL)’ 이름으로 전기 버스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 때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여겨졌던 초소형 전기차 사업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GM 커머셜은 이달 1일 별도 인사공고를 통해 김종현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또 6일 함양공장에서 곽재선 KG 모빌리티 회장의 KGM 커머셜 회장 취임식을 여는 등 향후 중형 버스와 대형 시외 버스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1968년 2월생인 김종현 신임 KGM 커머셜 대표이사는 2021년 5월부터 약 2년 간 에디슨모터스 시절 생산본부장 겸 함양공장 내 총 책임자로 근무했다. 이어 지난해 6월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회사를 떠날 당시 주주총회를 통해 에디슨모터스의 계열사 중 한 곳이었던 에디슨EV 비상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에디슨EV는 주주총회 당시 회사의 경영목적과 사업전략을 위해 사명을 ‘스마트솔루션즈’로 바꿔 분위기 전환을 꾀했지만 불성실공시로 인해 코스닥시장본부로 제재금 9200만원 이상을 납부하는 등 좋지 못한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또 주력 사업 중 하나였던 초소형 전기차 사업을 계속 이끌 여력이 되지 못했다. 결국 스마트솔루션즈는 김종현 당시 비상근 사내이사 선임 후 약 3개월만인 지난해 9월 초소형 전기차 사업을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분할된 회사의 명칭은 ‘스마트이브이(SMART EV)’다.
분기 최대 매출 기록했는데...스마트이브이의 몰락

스마트이브이는 지난 2017년 쎄미시스코 전기차 사업부 시절 세종시 미래산업단지 내 약 1만9173제곱미터 부지에 공장을 설립하고, 초소형 전기차와 경형 전기차를 확대한다는 포부를 알렸다. 당시 스마트이브이는 공장 내에 주력 모델인 초소형 순수 전기차 D2를 배치했고 우정사업본부 투입용 초소형 전기 화물차 D2C를 공개하는 등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 쯔더우사가 생산하는 차량의 차체 부품을 가져와서 생산하는 반조립(CKD) 형태의 공장이지만 삼성SDI 등 국내 업체 배터리를 사용해 업계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곳 중 하나다. 스마트이브이는 이후 경형 전기차 EV Z(제타)를 내놓는 등 일반 전기차 시장까지 사업 영역 확대를 시도했다.
스마트이브이의 사업 전략은 2021년 긍정적인 실적 결과로 이어졌다. 쎄미시스코 전기차 사업본부 시절 때 공개됐던 2021년 연결기준 1분기 매출액은 26억3000만원이었지만 경형 전기차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2분기 매출액이 73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같은해 6월 에디슨모터스에 인수되고 난 후 ‘에디슨EV’로 사명이 변경될 당시 전기 SUV까지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러나 11월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에 실패하면서 스마트이브이의 인지도가 급격하게 하락했다.
스마트솔루션즈는 지난해 9월 8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스마트이브이 분할 관련 보고서를 올렸다. 이 보고서에는 “분할신설회사(스마트이브이)는 분할회사화의 운영 분리를 통하여 급변하는 전기차 제조 및 판매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여 새로운 사업 진출 기회를 확대하고 분할 대상인 경형전기차 사업영역에 대한 책임 경영체제 확립을 통해 사업을 고도화하고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김종현 당시 스마트솔루션즈 비상근 사내이사가 확인해 찬성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스마트이브이는 자본금 5억원, 부채총계 약 66억원 상태에서 스마트솔루션즈로부터 분리됐다. 분리 당시 스마트이브이 대표이사는 1970년 9월생인 김정씨가 맡았다.

하지만 스마트이브이는 분리 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활동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세종시에 본사와 공장 등이 유지되고 있고 차량 안내를 위한 고객센터 번호까지 운영되고 있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심지어 분리 후 대표이사를 맡았던 김정씨도 지난 7월 사임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스마트이브이 홈페이지 하단 대표자명에는 여전히 김정씨로 표기됐다.
스마트이브이 고객센터 담당자는 한 숨을 쉬며 “지금은 차량 판매나 차량 생산 등 어떠한 정보를 이야기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스마트이브이는 11일 현재 상장회사로 등록되지 않아 분기별 매출과 영업이익을 알 수 없다. 차량 판매와 등록 현황 집계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종현 비상근 사내이사를 선임했던 스마트솔루션즈의 초소형 전기차 사업 분리 전략이 사실상 실패로 끝난 것이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자료에 따르면 김종현 당시 스마트솔루션즈 사내이사의 사임 날짜는 지난 6월 15일로 표기됐다. 올 3월 22일 쌍용자동차가 KG모빌리티로 사명변경한 지 약 3개월만에 스마트솔루션즈와의 인연이 종료된 것이다. 이후 약 4개월만에 초소형 전기차 사업에 대한 어떠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곽재선 회장의 부름을 받아 KGM 커머셜 대표이사가 됐다.
쎄보모빌리티 초소형 전기차 판매 하는 KG, 영향력은 "글쎄"
KG모빌리티는 지난 2021년부터 쌍용차 시절 국내 초소형 전기차 기업인 쎄보모빌리티와 손잡고 전국 320개 매장 내 쎄보모빌리티 초소형 전기차 ‘쎄보-C’의 판매를 돕고 있다. 쎄보모빌리티 관계자는 “2021년 당시 쌍용자동차 브랜드와 판매 협약을 진행했지만 쌍용자동차가 KG모빌리티로 상호가 변경돼도 초소형 전기차 판매는 계속 이어나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KG모빌리티나 쎄보모빌리티 내부에서는 쎄보-C 초소형 전기차 판매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양사간 합의 초창기 때는 전국 10개 KG모빌리티 매장 내 쎄보-C 차량이 배치됐지만 11일 현재 전국 KG모빌리티 매장에 쎄보-C가 배치된 곳은 1곳도 없다.

올해 쎄보-C의 판매량은 지난 2021년과 2022년과 비교했을 때 처참한 수준이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쎄보-C의 2021년 판매량은 650대, 2022년 997대까지 늘었지만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154대에 불과하다. 쎄보-C의 9월 판매량의 경우 전년 동월대비 78.8% 감소한 14대에 그쳤다. KG모빌리티와 쎄보모빌리티는 떨어지는 쎄보-C 판매량을 만회하기 위한 어떠한 전략을 전면적으로 내놓지 못했다.
KG모빌리티는 지난달 21일 미래발전전략 기자간담회를 통해 ‘원 스탑 모빌리티 서비스’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을 살펴보면 인포콘 커넥티비티 서비스 확대 적용,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2024년 적용,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카셰어링 서비스 제공, 토레스 EVX 출시 및 전기차 풀 라인업 구축 계획이 전달됐지만 스마트이브이와 쎄보모빌리티를 활용한 초소형 전기차 사업 계획은 단 한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곽재선 회장도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공유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KG모빌리티와 KGM 커머셜 초소형 전기차를 외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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