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빠진 인도네시아 4강전... 믿었던 박가은이 무너졌다....결승행 최대위기!!

오늘 한국 여자 배드민턴 준결승 흐름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안세영 없어도 된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까지는 완벽했는데,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현실이 한 방에 날아왔다. 단체전은 늘 그렇게 잔인하다. 잘 풀릴 때는 모든 계산이 ‘명장’의 설계처럼 보이지만, 한 경기만 삐끗하면 그 계산은 바로 ‘무리수’로 바뀐다. 그리고 2월 7일 칭다오 콘손체육관에서 한국이 겪은 흔들림이 딱 그 장면이었다.

초반은 말 그대로 폭격이었다. 1단식에 나선 김가은은 세계 17위다운 경기라는 말을 넘어, 상대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위야반을 상대로 21-5, 21-4. 점수판이 너무 노골적이라 오히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첫 게임은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았고, 인터벌 이후엔 연속 득점이 길게 이어졌다. 두 번째 게임은 시작부터 9-0. 단체전 준결승의 첫 단추를 이렇게 끼우면 벤치도, 동료도 마음이 놓인다. 이 시점부터 분위기는 ‘결승행’으로 흐른다. “안세영을 굳이 안 써도 되겠는데?”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된다. 상대 단식 랭킹이 67위, 77위, 152위라면 더더욱 그렇다. 에이스는 결승을 위해 아끼고, 지금은 다른 카드로 3승을 채우면 된다. 단체전은 3승 선착이니까. 깔끔하게 3-0으로 끊어내면 체력도 아끼고, 부상 위험도 줄이고, 분위기도 살린 채 결승에 갈 수 있다. 전형적인 ‘좋은 팀’의 운영이다.

1복식까지 잡아내면서 그 계산은 더 그럴듯해 보였다. 백하나-김혜정 조는 원래 계획된 조합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인상적이다. 백하나-이소희(세계 3위), 공희용-김혜정(세계 5위)라는 원투펀치가 있는데, 대회 도중 변수로 ‘헤쳐 모여’가 만들어졌다. 그런데도 흐름을 지켰다. 1게임 중반 상대가 따라붙어 13-13 동점까지 만들었을 때, 그 지점이 중요했다. 진짜 강팀은 그때 흔들리지 않는다. 한국은 그 순간 다시 달아나며 21-14로 1게임을 챙겼고, 2게임은 21-10으로 정리했다. 단체전 스코어 2-0. 이제 남은 건 한 경기. 한 경기를 더 따면 결승이다. 그러니 다시 한 번 그 말이 나온다. “안세영 필요 없어. 오늘은 쉬어.” 이 말 자체가 틀린 말은 아니다. 오히려 단체전에서 에이스를 관리하는 건 고급 운영이다. 문제는 단 하나, 단체전은 ‘3승’이 아니라 ‘세 번째 승리’가 어디서 나오느냐가 전부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세 번째 승리가 가장 예상치 못한 곳에서 미끄러졌다. 2단식 박가은이 프라티위에게 0-2로 무너졌다. 점수는 14-21, 13-21. 단체전에서 2단식은 참 묘한 자리다. 1단식은 분위기를 여는 경기라서 변수가 생겨도 팀이 수습할 시간이 있다. 1복식은 팀의 강점이 드러나는 자리라서 ‘실력 차’로 밀어붙이기 쉽다. 그런데 2단식은 다르다. 여기서 깨지면 갑자기 팀의 표정이 바뀐다. 2-0으로 여유 있던 팀이 2-1이 되는 순간, “설마?”라는 단어가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경기장 공기가 바뀌는 게 느껴진다. 이때부터는 선수 개개인의 실력보다, 남은 경기의 ‘구조’가 문제로 떠오른다.

기사 흐름대로라면 인도네시아는 뒤에 2복식에 강한 조합을 들고 나올 수 있다. 특정 선수의 랭킹이 높다고 언급될 만큼 부담스러운 카드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3단식 김민지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는 말까지 붙으면, 2단식 하나가 단체전 전체를 진흙탕으로 끌고 간다. 이렇게 되면 이제 질문이 바뀐다. “안세영이 필요 없나?”가 아니라 “안세영을 뺀 판단이 정말 괜찮았나?”로 변한다. 단체전은 결과론이 잔인하다. 3-0으로 끝냈으면 “명단 제외 신의 한 수”가 된다. 그런데 한 경기 삐끗하면 곧바로 “왜 뺐냐”가 된다. 오늘은 그 경계선 위에 올라선 날이다.

그렇다고 해서 결론이 ‘안세영은 무조건 나와야 한다’는 식으로 단순해지면 안 된다. 핵심은 안세영을 빼느냐 넣느냐가 아니라, 안세영을 쉬게 하는 순간에도 팀이 흔들리지 않게 만드는 ‘층’을 얼마나 두껍게 쌓았느냐다. 김가은이 21-5, 21-4로 압살한 건 분명 희망이다. 백하나-김혜정이 급조 조합으로도 2-0을 찍은 건 더 큰 수확이다. 그런데 박가은의 패배가 던진 현실도 분명하다. 아직 한국은 “안세영 없는 한국”을 만들 수 있는 과정에 있고, “안세영이 필요 없는 한국”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 차이는 종이 한 장 같아 보이지만, 큰 대회에서는 그 종이 한 장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가른다.

결국 이 경기는 ‘안세영’이라는 이름을 더 크게 만들었다. 안세영이 뛰어서가 아니라, 안세영이 빠졌을 때 생기는 균열이 얼마나 빠르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에이스는 언제나 이기고 나서 존재감이 커지는 게 아니다. 팀이 흔들릴 때, 그 흔들림을 끝내는 이름이 에이스다. 오늘 한국은 김가은과 복식이 초반을 너무 잘 열어놔서 오히려 더 크게 흔들렸다. 잘해놓고도 불안한 날, 그게 단체전이다. 그리고 그런 날을 여러 번 지나야, 진짜 우승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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