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부자의 특성과 끼친 영향... 산업, 소비, 교육 등
- 노후화 진행 중인 수성구 변화 필요...랜드마크급 주거지 더 나와야
시대에 따라 부촌(富村)도 바뀐다는 데… 대구 부촌 부동의 1위 ‘수성구’
부자들이 많은 곳을 ‘부촌(富村)’이라고 합니다.
과거 서울의 경우 사대문 안에 부자들이 많이 살았지만 지금의 부촌은 강남을 이야기합니다.
대구의 부촌은 열에 아홉은 ‘수성구’를 꼽습니다. 수성구는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릴 만큼 부촌이지만 수성구가 처음부터 부촌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구의 부촌도 시대를 거치며 변화가 있었습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대구의 부촌이 된 곳은 중구 남산동, 대봉동 일대입니다. 당시 중구에는 시청과 법원 등 핵심 관공서가 있어서 고위 공직자들과 부유층이 거주하며 자연스럽게 부촌이 됐습니다.
60~70년대에는 도시화와 산업화가 빨라지면서 대구와 경북 일대는 섬유 및 방직산업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 산업체 CEO들이 남구 대명동 일대에 자리를 잡으며 부촌이 바뀌었습니다. 당시 대명동 일대에는 높은 담과 고급 정원을 갖춘 2층 주택들이 즐비했습니다.
이후 70년대 후반부터 아파트가 공급이 되면서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들도 신흥 부촌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78년 중구 대봉동 청구아파트(대구 첫 고층 아파트로 주목), 79년에는 서구 내당동에 삼익맨션이 입주하면서 대구 부자들이 아파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80년대는 더욱 도시화가 활발해져 아파트 공급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때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곳이 바로 수성구 범어동과 수성동 일대입니다. 특히 중구 공평동에 있었던 대구지방법원 청사가 수성구 범어동으로 이전(73년) 한 이후 법조계 관계자들이 범어동, 수성동 일대로 유입이 됐습니다.
수성구가 한창 도시화되면서 범어네거리 일대는 호텔, 상업시설이 자리 잡고 이후로는 금융, 방송, 언론 기업들이 자리를 잡으며 범어네거리 일대는 업무지구이자 부촌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두산위브더제니스 같은 초고층 아파트를 비롯해 다양한 아파트들이 만촌동, 황금동 등에도 추가로 공급되면서 80년대 시작된 부촌 수성구 이미지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성구는 대구 부자들의 꾸준한 선택 속에서 ‘부촌 1위’ 명성이 깨지지 않고 있는데요. 대구 부자들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대구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부자 ‘1만 9,300명’…총자산은 40억 원 이상 있어야 ‘대구 부자’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발간한 ‘2024 한국 부자 보고서’에서는 금융자산을 10억 원 이상 보유한 사람들을 ‘부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는 46만 1,000명이 있으며 광역시·도 가운데는 서울이 20만 8,800명으로 가장 많고, 대구는 총 1만 9,300명으로 비수도권을 기준으로 부산(2만 9,20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부자가 많은 곳입니다.
다른 보고서에서는 총자산이 46억 원 정도는 있어야 대구·경북지역에서 부자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DGB금융그룹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금융자산 5억 원 이상 소유한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2021년 발간한 ‘2022 대구·경북 부자 Life 보고서’에서는 대구·경북지역 부자는 가구당 평균 46억 4,733만 원의 자산을 보유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이들의 2022년 연평균 소득은 2억 5,985만 원이며 월평균 977.3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자산은 부동산 57.9%, 금융자산 28.3%로 구성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고서에서 특별히 눈길을 끈 것은 지출의 37.5%를 자녀교육 및 지원 비용에 쓴다는 것입니다. 이는 차순위인 세금, 이자 등 금융비용(19.7%)을 크게 앞선 것인데 그만큼 대구·경북 부자들은 교육열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업의 변화, 소비성향, 교육 환경… 대구 부자 구성에 영향 끼쳐
대구 부자 특성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각각 산업의 변화, 소비성향, 교육환경 등인데요.
산업의 변화는 대구를 대표하는 중심 산업이던 섬유산업의 쇠퇴를 말합니다.
대구의 섬유산업은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합니다. 1970년대까지 대구 경제를 이끌던 핵심 산업으로 대구 부자는 섬유산업 및 관련 사업체 CEO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로 저가의 중국산 물량 공세로 전 세계적으로 섬유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하며 대구의 섬유산업도 영향력이 줄었습니다.
섬유산업의 쇠퇴 이후 대구시는 산업의 다각화에 힘을 쏟았고 이에 따라 금속, 기계, 자동차, 식품 산업이 성장하면서 이들 산업체 CEO들이 대구 부자로 올라서게 됐습니다.
대구지역의 강한 소비성향은 자영업자들을 부자로 올라서게 했습니다. 단, 신흥 자영업자가 아닌 대를 잇는 자영업자들입니다.
대구의 강한 소비성향은 지역 내 총생산(GRDP)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2023년 잠정 GRDP 가운데 71.1%를 서비스업이 차지할 정도입니다(출처: 대구광역시청).
또한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의 2024년 매출은 1조 5,460억 원으로 이는 전국 5대 백화점의 68개 점포 가운데 6위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서울 등 웬만한 대도시 백화점들의 매출을 웃돌고 있습니다.
대구 부자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병원장 등 고소득 의사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의 의사수는 인구 1,000명당 3.79명으로 서울(4.97명), 광주(3.91명)에 이어 17개 광역시·도(세종시 포함) 가운데 세 번째로 많습니다.
이는 의과 대학이 많은 대구의 교육 환경 영향이 큽니다. 대구에는 4개의 의대가 있는데 8개로 가장 많은 서울 다음으로 많은 의대 개수가 4개며 대구와 경기, 부산이 이에 해당합니다.
대구 부자의 수성구 사랑 언제까지?
CEO, 의사 등 대구 찐 부자들의 수성구 사랑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수성구 A공인중개사는 “대구에서 이만한 인프라를 갖출 곳은 앞으로도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상급지로 가려는 사람들의 심리로 볼 때 대구와 주변 경북지역 자산가들의 수성구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관심 속에 수성구에서 가장 아쉬운 것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노후화입니다. 실제로 수성구에서 준공된 지 10년을 초과한 아파트가 전체 아파트의 80.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구 평균(72.4%) 보다 높은 수준입니다(출처: 부동산R114).
대구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히는 수성구 범어동의 두산위브더제니스가 올해로 입주 16년 차(2009년 12월 입주)로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이 아파트와 견줄만한 아파트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찐부자’가 많이 사는 아파트로 유명한데요. 한 조사에 따르면 두산위브더제니스 가구들의 2024년 연평균 소득은 2억 6,533만 원으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신축 아파트 연 소득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매일경제, 부동산R114).
서울의 부촌인 강남과 서초, 부산 해운대 같은 경우엔 재건축이나 각종 개발을 통해서 이름에 걸맞은 랜드마크급 아파트들이 공급되며 지역 안에서 수요자들의 이전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수성구청에 따르면 현재 수성구 내에서는 24개 정비사업구역(예정구역 포함)이 있으나 사업 초기 현장들이 많아 아파트가 신규 공급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때문에 정비사업을 제외한 대구MBC 이전부지(2025년 상반기 분양예정)나 대구지방법원(2029년까지 이전 추진) 부지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서울 강남권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는 2002년 입주한 타워팰리스가 절대적이었다면 현재는 타워팰리스 이외에도 강남권에 신규로 공급된 고급 아파트들과 함께 부촌 강남을 대표하고 있습니다”라면서 “수성구 두산위브더제니스도 대구를 대표하는 고급 아파트지만 이 단지와 함께 대구를 대표할 단지가 수성구에서도 더 나와준다면 부촌 수성구의 가치는 더욱 견고해질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