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를 모르는 환경부[오늘을 생각한다]
세종특별자치시 도움6로 11 정부세종청사 6동에 계신 분들 얘기다. 환경부라 쓰였지만, 환장부라 읽게 되는 그곳! 인류는 매년 4억3000만t이 넘는 플라스틱을 생산하며, 그중 3분의 2가 곧장 폐기물이 돼 바다로 유입되거나 인간과 동물의 먹이사슬로 되돌아온다. 플라스틱은 말 그대로 환경 재앙이다. 2022년 3월 유엔 회원국 전체가 모인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마련하기로 합의하고, 구체적인 협약 내용을 정하기 위해 5차례의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 11월 13일부터 19일까지 유엔환경회의 본부가 있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3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가 열렸다. 남은 두 차례 회의는 2024년 상반기 캐나다, 하반기 대한민국에서 열린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말 한국에서 플라스틱 협약 최종안이 성안될 것이다.
올해 9월 유엔환경회의는 2025년 6월 5일 제54차 세계 환경의 날을 대한민국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환경의 날은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행사로 2025년에는 전 지구적인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주제로 열린다. 이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2025년 세계 환경의 날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체결되는 만큼 지구 환경 보전의 분수령이 될 것이며, 개최국으로서 대한민국은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을 선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한다더니, 같은 달 환경부는 세종·제주에서 시범운영 중인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 시행하는 대신 지자체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2022년 6월에 전국 시행됐어야 하는 제도를 12월로 무단 연기하고 세종·제주 두 지역으로 대폭 축소해 감사원 지적까지 받은 환경부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현행법까지 위반해 가며 일회용컵 사용을 장려하다니 진짜 염치도 없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1월 7일에는 3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단 며칠 앞두고 24일 시행 예정이던 식당·카페 안에서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소매점에서 비닐봉투 사용금지 규제를 전격 취소했다. 종이컵은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로, 빨대와 비닐봉투는 계도기간의 무기한 연장이다.
환경부 보도자료의 주요 민원 사례를 보면 기가 막힌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A씨, 학생들에게 컵떡볶이, 슬러시를 종이컵에 담아서 파는데 이제 다회용컵을 사용하자니 유지·관리할 엄두가 나지 않고, 종이컵을 쓰면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추운 날씨에 마음이 편치 않다. 학부모 항의 전화도 받았다는 내용이다. 정말 분식집 사장님과 학생들이 걱정이라면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환경부령)을 개정해 매출액 규모에 따라 일정기준 미만 사업자는 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금지 의무를 면제해 주면 될 문제다. 국제기구와 전 세계인을 속이고 언론인과 분식집 사장님을 기만하는 환경부, 염치라곤 1도 없는 환경부다. 한국은 ‘세계 환경의 날’을 개최할 자격이 없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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