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xAI로 테슬라 자원 꾸준히 영입…배임 논란 커지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설립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자신이 소유한 기업의 인력과 자원을 동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테슬라 주주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유튜브 영상

11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xAI의 AI 개발을 위해 테슬라 등의 인재, 데이터, 하드웨어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일부 테슬라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xAI 웹사이트와 링크드인 페이지에 따르면 회사는 지금까지 최소 11명의 테슬라 전직 직원을 고용했고 여기에는 AI 기반의 주행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 팀원 6명이 포함됐다. 앞서 머스크는 테슬라 등에서 근무하는 훌륭한 엔지니어가 경쟁사로 이직하지 않도록 xAI에서 고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지난가을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SNS) X 주주가 xAI 지분 25%를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xAI는 X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 중이며 X 데이터에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올해 초 AI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테슬라가 엔비디아에 주문한 수천개의 GPU를 xAI와 X에 공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앞서 머스크는 테슬라가 전기차를 통해 수집하는 대량의 데이터를 xAI의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테슬라는 xAI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완전 자율주행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테슬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자신이 운영하는 여러 회사 간의 자원 공유가 투자자들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X에 "신뢰할 수 있는 외부 투자자 몇 명이 가치를 평가한다고 가정할 때 테슬라가 xAI에 50억달러를 투자해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온라인 투표를 게시했다. 해당 투표에 약 96만명의 참여자 중 68%가 찬성하자 그는 “대중이 찬성하는 것 같다”며 “테슬라 이사회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테슬라와 xAI의 공식 협력 가능성이 제기됐다.

xAI는 240억달러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았다. 이는 AI 스타트업 중에서는 챗GPT 개발사 오픈AI 다음으로 큰 규모다. 회사는 지난 5월 60억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는데 상당 부분 머스크의 네트워크를 통해 조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xAI가 테슬라를 비롯한 머스크의 다른 사업에서 얻은 데이터를 사용해 대형언어모델(LLM)을 학습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일부 테슬라 주주들은 머스크가 다른 회사의 인력과 하드웨어를 xAI로 빼돌리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또 최소 3명의 주주들이 머스크가 신탁 의무를 위반해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8일 미국 민주당 소속의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 상원의원은 머스크의 회사 자원 유용이 의심된다며 테슬라 이사회에 이와 관련해 공식 조사와 정보 제공을 요구했다.

WSJ는 회사 간 자원을 공유하는 것이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지만 큰 규모의 기업에서 이러한 관행이 드물고 이로 인해 특정 회사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법학과 교수인 스콜 커밍스는 “법적으로 여러 회사에 대한 신탁 책임을 지는 것이 금지되지 않지만 본질적으로 한 회사의 이익을 위해 다른 회사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보스턴칼리지의 브라이언 퀸 법학과 교수는 “머스크가 자신의 회사 중 한 곳의 자원을 사용할 때마다 다른 사람의 돈을 다루는 것”이라며 “이 모든 자산을 자신의 개인 자산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