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치료제, 우리 효리는 안된대요"…급여 적용 못받는 사연

이창섭 기자 2022. 11. 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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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성근위축증 앓는 효리, 20억원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대상 제외"정부와 관계자들이 더 세심하게 살펴달라" 어머니의 호소
척수성근위축증을 앓는 생후 30개월의 효리. 복부 근육이 약해서 앉아서 놀 때도 한쪽 손을 바닥에 짚어야 한다./사진제공=효리 보호자 황신효씨

생후 30개월 된 효리는 아직 스스로 일어서지 못한다. 앉아서 놀 때도 한쪽 손을 바닥에 짚어야 한다. 복부 힘이 없기 때문이다.

가정 내 가구는 높낮이를 조절해 계단식으로 배치됐다. 효리는 팔꿈치를 이용해 가구에 기대어 가까스로 일어설 수 있었다. 효리 어머니 황신효씨는 "아이가 소파나 책꽂이 등에 기대서 종일 서서 논다"고 말했다.

효리가 앓는 병은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이하 SMA)이다. 이 병은 희귀 유전자 질환이다. 신생아 1만 명당 약 1명 비율로 발생한다. 운동신경세포1(SMN1) 유전자 결핍 혹은 돌연변이가 일어나 환자의 전신 근육을 약하게 한다.

SMA는 발병 시기와 중증도에 따라 네 개 유형으로 나뉜다. SMA 1형은 생후 6개월 이내 발병한다. 적절한 치료가 없다면 환자 90%가 만 2세 전에 사망한다. 효리가 걸린 SMA 2형도 30% 환자가 만 25세 이전에 사망할 수 있는 중증 질환이다.

'졸겐스마'는 이 병을 주사 한 방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이다. 효리는 '스핀라자'라는 대체 치료제를 4개월마다 투약받는다. 스핀라자는 증상 악화를 늦추기만 할 뿐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니다.

졸겐스마의 국내 등재 약값은 1회 19억8172만6933원. 다행히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환자 부담 금액 최대 598만원으로 올해 8월 첫 투약 환자가 나왔다.

척수성근위축증을 앓는 생후 30개월의 효리. 재활을 통해 네발 기기를 배운 이후 집 안에서 조금씩 돌아다니는 연습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효리 보호자 황신효씨

그러나 치료제 건보 적용 소식에도 효리네 가족은 웃을 수 없었다. 오히려 몇 개월을 방황했다. 효리가 앓는 SMA 2형은 급여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스핀라자를 투약하다가 졸겐스마로 교체 처방하는 환자는 내달 1일까지 급여 신청이 승인돼야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SMA 제1형의 임상적 진단을 받고 생후 24개월 이하, 체중이 13.5㎏ 미만인 환자만 급여 대상이다.

효리는 발병 형태가 다르고, 생후 24개월이 넘었기 때문에 이 기준에 들어가지 못한다. 약이 있어도 20억원을 감당할 수 없어 아이를 치료하지 못하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황씨는 "유전자 2형이라고 급여에서 제외될 거라고는 예상을 못 했다"며 "뭔가에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할 말이 안 나오고 어떤 감정 표현조차 차마 안 됐다"고 했다.

이어 "급여 적용 소식 이후 지인들이 조심스럽게 '축하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주변에서는 다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실상은 정말 극소수 환자만 보험 혜택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황씨는 급여 적용으로 효리도 졸겐스마를 하루빨리 투약받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지금은 스핀라자로 버티지만 앞으로 계속 맞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투약 주기도 불안정하다. 4개월마다 입원해 주사를 맞지만 아이 컨디션이 안 좋아 투약 시기를 놓치면 8개월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독일과 스페인, 포르투갈 등 일부 유럽 국가는 발병 유형과 연령 제한을 없애 졸겐스마 급여 범위를 폭넓게 인정했다.

황씨는 "해외에서 급여 범위를 넓게 인정한 만큼 저희는 그걸 믿고 싶다"며 "안전성이 문제라면 우리가 감수해야 할 문제다. 그저 치료제가 있어도 처방 기회 자체가 없다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효리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증상이 조금 괜찮은 사례인데 그만큼 약 처방을 통해 더 도와줄 여지도 많다"고 강조했다.

20억원이 초고가인 만큼 정부는 건보 재정을 우려해 급여 범위를 협소하게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평생 맞아야 하는 스핀라자도 만만치 않게 비싸기 때문에 졸겐스마 1회 투약이 오히려 재정에 덜 부담된다는 주장도 있다. 스핀라자도 1회 약 1억원으로 단순 약값만 계산하면 환자가 7살이 됐을 때부터 스핀라자 투약 비용이 졸겐스마를 추월한다.

효리 약값 마련을 위해 황씨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기업에 도움까지 요청했다고 한다. 앞서 국회의원들도 만나봤지만 소용없었다. "가장 영향력 있는 곳의 문은 다 두드렸지만, 문을 열어만 줬지 아무도 들어오라고 해주지 않았다"고 황씨는 호소했다.

"효리가 저를 의지해 바닥에 발이 닿으면 '뚜벅뚜벅 걸어갑니다'라고 하면서 걸어가는데 그것만으로 행복해합니다. 꿈에서라도 아이가 잘 걸었으면 좋겠어요."

황씨 소원은 아이가 엄마를 부르며 달려와 품에 안기는 것이다. 여행 가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효리 뒷모습만 봐도 흐뭇할 것이라고 했다. 황씨는 "정부와 관계자분들이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준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치료제가 있는 데도 쓰지 못하는 부모 심정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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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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