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의 고요함과 밤의 반짝임이 같은 공간에서 이렇게 극명하게 갈릴 수 있을까. 파주시와 고양시의 경계, 도시의 끝자락쯤에서 갑자기 커다란 정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파주 퍼스트가든은 겉보기엔 단순한 테마 정원 같지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감정과 시선이 모두 천천히 풀리는 느낌이 든다. 자연과 조경, 예술적 장치가 섞여 정원 하나가 하루의 여행을 책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해준다.
낮에는 고요한 초록과 꽃의 색이, 밤에는 별빛이 쏟아지는 정원

문을 지나 토스카나 광장이 펼쳐지면 이곳이 왜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바로 이해된다. 사계절 다른 표정을 가진 플로라 분수,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경사 정원, 그리고 여러 나라의 정원을 차분하게 섞어놓은 듯한 조경이 방문객을 느리게 만든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오후 시간에는 화이트가든이 특히 아름답다. 자작나무의 은빛 껍질과 흰색 계열의 꽃이 겹겹이 어우러져, 마치 조용한 영화 한 장면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준다. 그 옆으로 이어지는 벚나무길은 계절에 따라 색이 바뀌며 산책의 결을 부드럽게 바꿔준다.


하지만 이 공간이 진짜 얼굴을 드러내는 순간은 해가 지고 난 뒤다. 조명이 하나둘 켜지면 퍼스트가든 전체가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변신한다. 벚나무길을 따라 펼쳐지는 루미나리에, 잔잔한 음악, 오색빛 조명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는 낮의 정원을 지워버리고 새롭게 태어난 듯한 몽환적 풍경을 선물한다.
내내 잔잔했던 정원이 밤에는 생동감 있는 축제장으로 바뀌는 셈이다. 특히 이곳의 별빛축제는 계절에 상관없이 365일 운영되는 만큼, 언제 와도 다른 빛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숨겨진 스토리가 담긴 테마정원들

퍼스트가든이 단순한 ‘예쁜 정원’이 아닌 이유는, 공간 하나하나에 작은 이야기와 조형의 의미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멈춰 서는 곳은 로즈가든이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에로스, 푸시케를 모티브로 만든 조형물 사이로 계절마다 피는 장미가 향기를 채워 넣는다. 꽃만 보는 정원이 아니라, 작은 신화를 산책하듯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어지는 토스카나길은 이국적인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코스다. 은빛 잎을 가진 블루엔젤 나무들이 길을 정렬하게 채우고 있어, 어느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도 여행 필름의 한 컷처럼 남는다.

그리고 조금 더 조용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피크닉가든에서 천천히 쉬어가면 된다. 바람이 느리게 지나가는 그늘 아래에서 시간을 잠시 멈춰두기 좋은 곳이다.
조금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다면 테라스가든과 계수나무길을 추천한다. 물이 흐르는 소리와 계단식 정원이 어우러져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 같고, 조각적 요소가 섞여 있어 산책 중간에 자연스럽게 ‘멈춤’이 생긴다.
그리고 퍼스트가든의 개성을 가장 강하게 보여주는 곳은 단연 제우스 벽천분수다. 신화적 모티브, 계단식 조경, 그리고 벽 뒤에 숨겨진 ‘사라진 도시’ 벽화까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는 공간이다.
찾아가는 방법과 방문 팁

대중교통은 크게 세 곳에서 이동하면 편하다.
백석역·마두역에서 출발하는 90번 버스, 혹은 운정역에서 타는 088번 마을버스가 있다. 단, 088번 배차 간격이 30~40분이라 넉넉하게 시간을 잡는 게 좋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밤 10시까지이며, 발권 마감은 오후 9시. 조명 점등 시각은 매일 조금씩 다르니 방문 전 확인이 필수다.

입장료는 대인 기준 1만원, 소인 9천원이며 빅3·빅5 패키지가 따로 있다. 경로·국가유공자·장애인은 할인 가능하고 단체 방문 시 추가 우대가 적용된다. 외부 음식과 반려동물은 입장 제한이 있으니 참고해야 한다.
하루 동안 낮의 정원과 밤의 정원을 모두 경험한다면, 자연스럽게 두 번의 여행을 한 날이 된다. 퍼스트가든은 그만큼 분위기 변화가 뚜렷하고, 정원을 즐기는 방식도 시간대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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