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략적 투자자도, 국내 통합론도 뚜렷한 해법이 되지 못한다면 남는 선택지는 금융자본이다. 사모펀드(PEF) 매각 시나리오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르는 이유다. 산업적 시너지 대신 재무적 해법을 찾는 방식이다.
'금융자본'이 가장 현실적 카드로 떠오른 이유
SK온 매각설이 돌 때마다 투자업계에서는 PEF가 가장 현실적 인수 주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략적 투자자는 산업 구조와 규제, 고객 관계까지 고려해야 하지만 사모펀드는 구조조정을 전제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낮은 설비를 정리하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뒤 재매각하거나 상장을 추진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특히 SK그룹 입장에서는 재무 부담을 빠르게 덜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대규모 설비 투자로 늘어난 차입 부담을 줄이고 현금 유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전면 매각이 아니더라도 특정 공장이나 합작법인 지분을 떼어내는 방식의 부분 매각도 가능하다. 실제로 투자업계에서는 통매각보다 자산 단위 분할 매각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업황 저점 매각…'헐값' 논란 변수
문제는 가격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배터리 업황 침체로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시점에 매각이 이뤄질 경우 '헐값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성장 국면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한 자산을 업황 저점에 넘기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배터리는 단순 제조업이 아니다. 각국 정부가 전략 산업으로 관리하는 분야다. 이런 회사를 재무적 투자자에게 넘길 경우 국가 핵심 산업을 금융자본에 맡긴다는 비판이 제기될 여지도 있다. 고용시장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사모펀드 역시 계산이 복잡하다. 배터리 산업은 투자 회수(엑시트) 시점이 불확실하다. 전기차 수요 회복 시점과 정책 환경, 기술 경쟁 구도까지 고려해야 한다.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되팔기에는 변수들이 많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일반 제조업과 달리 설비 규모가 크고 고객 계약이 장기인 구조라 전형적인 구조조정 모델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부분 매각 가능성…출구는 열려 있다
그렇다고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사모펀드는 통째 인수 대신 일부 자산이나 해외 거점에 한정해 투자할 수 있다. 북미 공장 지분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형 투자가 거론되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SK그룹은 지배력을 일정 부분 유지하면서 재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관건은 SK그룹의 선택이다. 단기간 재무 안정이 우선이라면 사모펀드 매각은 유력한 카드가 된다. 반대로 장기 산업 전략을 중시한다면 금융자본에 경영권을 넘기는 선택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사모펀드 매각은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부담이 큰 선택지다. 재무 구조를 빠르게 개선할 수 있어 SK그룹 입장에선 가장 매력적인 방법이지만 실제 사모펀드 해법을 택했을 시 뒤따르는 가치 논란과 산업적 파장을 감수해야 한다. SK온의 향방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한 이유다.
SK온이 쥔 마지막 카드는 매각이 아닌 '내부 재편'이다. SK온은 이미 또 다른 방향으로 키를 돌리고 있다.
장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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