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출신 도경수는 영화 '카트'로 연기 데뷔했다. 작품에서 염정아의 아들 역을 맡았다.

도경수는 2014년 영화 '카트'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 혼자 힘으로 수학여행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 염정아의 고등학생 아들 역을 소화했다.

그리고 영화 '카트'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가 되는 등 연기적으로 호평받았다.

이처럼 첫 연기 때부터 주목받은 배우 도경수는 어느덧 연기자로 10년 넘게 대중과 만나고 있다.

"사랑이란, 소중함 아닐까요? 사랑이라는 게, 비단 연인에게서만 느껴지는 것만은 아니잖아요. 이 사람이 정말 본인에게 소중하다고 느껴졌을 때가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죠."

도경수의 필모그래피를 찬찬히 톺아보다가 한 가지 발견한 사실이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작품 속 캐릭터들은 현실적으로 부닥치더라도, 집념으로 온 마음을 다해 무언가를 성실하게 쟁취해냈다.
사고로 달에 고립됐지만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몸부림치거나('더 문'), 진정한 나를 알게 해준 대상을 다시 만나기 위해 '신분적 격차'라는 허들을 뛰어넘고('백일의 낭군님'), 가까운 의미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사건에 몰입하고('진검승부'), '자유'를 열망하며 발재간을 놀리며 탭댄스('스윙키즈')를 춘다. 기교나 편곡 없이, 피아노 음계가 정석대로 한 음씩 쌓여 조화를 이룬다는 인상이다.
27일 개봉하는 '말할 수 없는 비밀'(감독 서유민·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에서 유준도 마찬가지다. 실력을 지닌 피아니스트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손떨림으로 잠깐 정지 버튼이 눌린 유준은 자신을 다시 작동하게 해준 정아(원진아)에게 어떠한 미사여구 없이 그대로 돌진한다. 피아노 연습실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선율의 끝에 만났던 정아에게 사랑에 빠진 시점이나 이유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

영화 개봉을 앞둔 2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도경수를 만났다. 설 연휴를 앞두고 주연 영화를 내놓는 그는 "하나에 빠지면 다른 것은 안 보이는 유준의 성격과 본래의 모습이 비슷한 편"이라며 이번 작품에서 "뭔가를 더하지 않은 사랑에 빠졌을 때의 감정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지난 2008년 국내서 개봉한 대만 영화가 원작이다. 도경수는 한국판 리메이크작에 출연하며 "부담감이 없진 않았"지만 "감독님의 디렉팅과 시나리오에 쓰여진 것에 충실하려고 했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원작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피아노 배틀 장면이 한국판에서도 그대로 재연된다. 반전이지만 정작 도경수는 "피아노를 칠 줄 모른다"고 했다. 그 말이 무색하게도 연주 장면에서 어색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김용화 감독의 '더 문'의 촬영을 마치고 불과 한 달만에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을 시작해서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기에 "피아노 선생님께 연주 동작을 최대한 배웠다"는 그의 말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충실히 목표를 이행한 흔적이 엿보인다. 소년다운 이미지의 도경수에게서 잔잔하지만 끈질긴 집념이 느껴지는 이유다.

● 대만 원작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저우제룬(주걸륜)이 연출·주연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대만 로맨스 영화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한국판으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에 어떤 장면이 비슷하고 다를지 기대를 모았다.
원작의 원형을 그대로 가져와 재해석하는 만큼 도경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훌륭한 원작이 있는 작품으로 당연히 부담감이 있었다"면서도 영화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어떻게 하면 다를 수 있을까" 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엄청 재밌을 것 같았어요. 오히려 '원작 배우가 표현한 것을 어떻게 하면 다르게 보일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사실 가장 걱정된 것은 피아노였죠. 주걸륜은 원래 가수이고 피아노를 잘 치지만 저는 피아노를 못 치거든요. 역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피아니스트라서,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서 피아니스트분들의 동작을 최대한 습득하려고 노력했어요."
한국판에서는 원작의 1999년 배경이 2019년으로 바뀌거나 피아노 배틀을 묘사하는 방식이 달라진 가운데 고등학교 배경이 대학교로 바뀌었다. 대만 원작 속 고등학생인 샹륜(저우제룬)과 샤오위(구이룬메이)가 머뭇거리면서 서로에게 다가간다면, 한국 리메이크에서 유준과 정아는 보다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강점으로 "더 성숙한 멜로"를 꼽은 도경수는 "훨씬 적극적인 멜로다. 원작의 남자 주인공이 유준처럼 직접 찾아가기보다는 기다린 것이 크지 않나. 사랑이라는 감정선은 비슷하지만 표현이 많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저우제룬과의 차별점보다 "시나리오에 나와있는 '널 위해서 연주할게'처럼 문어체적인 대사들을 어떻게 해야 오글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끼게 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 사랑에 직진하는 유준, "앞으로 멜로 더 도전하고파"
정아에게 첫눈에 반한 유준은 사랑 앞에서 재고 따지지 않는다. 강의실에 제때 나타나지 않고 지각하거나, 휴대폰을 들고 다니지 않아 연락할 방법도 없는 정아로 인해 유준의 눈은 늘 그녀의 흔적을 쫓는다. 무모할 정도로 사랑에 성실한 유준은 순수하게 느껴진다. 영화의 후반부, 정아의 비밀을 알게 된 유준은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전력 질주를 한다.
"장르 자체가 멜로, 판타지"이지만, 도경수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비슷하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유준의 감정을 이해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원진아와는 "NG가 거의 나지 않았다"며 "점잖은 이미지일 줄 알았는데, 엄청 밝은 인상이었다. '이런 식으로 정아를 표현하는구나'라며 너무 좋았다. 호흡이 딱딱 맞았던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실의 도경수라면, 사랑 앞에서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웃음) 지금까지 해왔던 커리어도 있고, 가족도 있는데.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팽치긴 힘들지 않을까요? 유준은 대단한 사랑꾼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계기로 멜로라는 장르를 더 해보고 싶어졌어요. 아무래도 판타지 장르다 보니,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사랑이나 이별 같은 자연스러운 감정들을 표현해 보고 싶어요."
영화에서 유준의 아버지는 한낮의 열기 가득한 뜨거운 감정을 겪는 아들에게 "사랑은 타이밍이다"라고 말한다. 도경수가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일까.
"소중함 아닐까요? 사랑이라는 게, 비단 연인에게서만 느껴지는 것만은 아니잖아요. 이 사람이 정말 본인에게 소중하다고 느껴졌을 때가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죠. 유준은 정아의 모든 것을 좋아했다고 생각해요. 말투와 행동 피아노도 공통분모가 될 수 있고 차츰차츰 빠지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면모
가수로 무대에 오르고 배우로 활동하면서도 도경수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도 적극적이다. 2012년 그룹 엑소로 데뷔해 야수처럼 '으르렁'대며 K팝 스타로 떠올랐고 2014년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로 연기를 시작해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예능프로그램 '콩 심은 데 콩나고 밥 먹으면 밥심 난다'에서는 인간적이고 친근한 매력으로 다가가 웃음을 안긴다.
잠시 그룹 활동은 쉬고 있지만, 개인 솔로 앨범을 발매하며 가수로 꾸준히 작업도 하고 있다. 도경수는 "(엑소가 곧)활동한다"며 "이제 준비를 하고 있고, 아마 가까운 내년에 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연기와 음악은 비슷한 것 같아요. 노래할 때의 표현법과 연기할 때의 방식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하는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예능은 항상 관심이 있었던 분야인데 덕분에 식당까지 해봐서 재미있어요. 같이 출연하는 (이)광수 형은 진짜 말도 안 되는 순발력이 있는데, 그런 것이 천재적이라고 생각해요(웃음)."
활동의 폭이 넓은 만큼 도경수는 "일상에서 습관처럼 순간의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며 "평소 윽박지르거나 화를 내는 경험이 거의 없는데 만약 화를 낼 때나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 감정을 묘사하는 게 재밌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하나에 몰입하면, 무언가 끝까지 공부하고 알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에요.(웃음) 사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유준 캐릭터와 되게 비슷한 면이 있죠. 요리로 예를 들어보면, 된장찌개를 만들 때에 정보가 없다면 무슨 맛인지 잘 모르잖아요. '어떻게 이 맛이 날까' 궁금해서 요리를 시작한 이유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