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아이슬란드 북극곰

박태우 기자 2024. 9. 2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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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슬란드 한 외딴 마을에서 북극곰이 쓰레기통을 뒤지다 사살됐다.

보도를 보면 북극곰은 민가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다.

북극곰은 아이슬란드 토착종이 아니지만, 그린란드에서 가끔 빙하를 타고 아이슬란드까지 내려온다고 한다.

가디언은 북극곰이 기후위기로 인해 빙하가 녹고 먹을 것이 없어져 아이슬란드 민가까지 내려온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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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슬란드 한 외딴 마을에서 북극곰이 쓰레기통을 뒤지다 사살됐다. 영국 가디언지에 보도된 짤막한 사건이다. 보도를 보면 북극곰은 민가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다. 집 주인은 겁에 질렸고, 결국 경찰은 곰을 사살했다는 내용이다. 북극곰은 아이슬란드 토착종이 아니지만, 그린란드에서 가끔 빙하를 타고 아이슬란드까지 내려온다고 한다. 가디언은 북극곰이 기후위기로 인해 빙하가 녹고 먹을 것이 없어져 아이슬란드 민가까지 내려온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에서 1만㎞ 이상 떨어진 나라의 작은 기사에 눈길이 간 것은 기후 위기 체감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져서다. 올해 이상기후는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다. 기록적인 무더위에 이어 초유의 ‘추석 열대야’를 겪었다. 게다가 남부 지방엔 역대급 가을비가 덮쳤다. 지난 20, 21일 이틀 동안 부산과 경남에 400㎜가 넘는 폭우가 내려 큰 피해를 입었다. 이상기후가 위기를 넘어 재앙으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그런데 정부와 국회 대응은 안이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아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고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면으로 다툰 소송은 아시아 최초다. 이번 소송은 2020년 3월 청소년 환경단체 ‘청소년 기후 행동’ 회원 19명이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영유아 62명 등 255명이 원고로 참여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2026년 2월 28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또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9일 국회 기후특위 설치에 합의했지만 진전이 없다. 기후특위에 법안, 예·결산 심사권을 부여하는 것에 다른 상임위가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앞 ‘밥그릇’을 챙기느라 미래를 외면하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탄소중립 분야 연구개발(R&D) 내년 예산도 2022년보다 350억 원가량 줄었다. 미국과 유럽 등이 관련 예산을 늘리는 것과 반대되는 흐름이다.

다시 북극곰 이야기다. 가디언은 북극곰이 아이슬란드에서 목격된 것은 2016년 이후 8년 만이라고 보도했다. 앞으로 더 자주 출몰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 추석 지인들에게서 ‘올해가 가장 시원한 추석이다’는 우스갯소리 인사를 심심찮게 들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기후위기가 북극곰이 아니라 우리 삶을 뒤흔들지 모른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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