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재물 많아 유독가스 급속 확산.. 직원들 미처 대피 못해
주차된 화물차 주변서 불꽃 치솟아
박스·의류로 삽시간에 불길 번져
당국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조사"
27일 화재 원인 규명 합동 감식
석달전 소방점검 24건 문제 지적
국가안전대진단 대상선 제외돼
업체 측 "지적사항 모두 개선 조치"
고용부 "중대재해법 적용 검토"
대전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사고에서 큰 인명피해가 난 것은 지하주차장에 유독가스가 급격히 확산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급박한 현장 26일 오전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에서 발생한 화재로 총 7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날 오후 4시20분쯤 소방 구조대원들이 현장에서 발견한 실종자를 구급차로 이송하고 있다. 대전=뉴스1 |
인명피해가 커진 것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연기와 유독가스가 지하주차장에 급격히 퍼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화재를 목격한 택배업체 직원은 “지하주차장에서 뭔가가 터지듯 ‘딱딱딱’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청소하는 소리인가 했는데 곧바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는 “발화 지점은 하역장 부근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이 사고 현장 관련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 남성이 하역장 근처에 주차된 화물차에서 물건을 내린 직후 화물차 인근에서 불꽃이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소방대원 등 126명과 장비 40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화재가 발생한 지 5시간 만인 오후 1시10분쯤 큰 불길을 잡았다. 특수 차량을 이용해 내부 열기·연기를 빼내는 작업을 벌인 뒤 잔불 정리와 인명 수색에 나섰으나 짙은 연기와 유독가스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명피해가 늘었다.
최초 발화 모습 26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 대형 아웃렛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중이다. 사진은 이날 오전 이 건물 지하에서 최초로 화재가 발생한 모습. 대전=연합뉴스 |
해당 시설은 3개월 전 소방안전점검에서 화재감지·피난 설비 등에 문제를 지적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아울렛에 따르면 지난 6월3∼12일 현대아울렛이 자체적으로 민간업체에 맡겨 진행한 소방점검 때 24건이 지적됐다. 당시 지하 1층 주차장 화재 감지기 전선이 끊어졌거나 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스프링클러나 제연장치 등에서는 별다른 결함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울렛 측은 지적된 사항을 모두 개선하고 그 결과를 유성소방서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아울렛은 대전지역 대형 유통점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안전대진단 다중이용시설 안전점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도 드러났다. 감독기관인 대전 유성구는 지난 8월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생활·여가 5곳, 건출시설 19곳 등 67곳을 대상으로 민관합동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현대아울렛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전시가 진행한 국가안전대진단 등 다중이용시설 33곳에 대한 특별 안전진단에서도 현대아울렛은 빠졌다. 대전의 다른 대형 유통점인 신세계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NC백화점은 점검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구 관계자는 “행정안전부가 내린 지침에 따라 노후시설과 고위험시설이 아닌 현대아울렛은 국가안전진단 점검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27일 오전 10시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등과 함께 합동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화재 발생 초반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 폭발이 화재 원인으로 지목됐으나 소방당국은 “전기차 발화가 아니다”라며 “연소가 급격히 확대돼 폭발로 추정했으며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전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전기차 충전소를 관리해온 전기차 충전업체 ‘차지인’은 “충전 관련 화재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은 오열 속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화재로 유명을 달리한 고 채호병(35)씨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 유성선병원에서 채씨의 작은어머니는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추석 때 현대아울렛으로 옮겼다고 했는데 결혼도 못하고 몇 달 만에 이런 날벼락을 맞게 됐다”고 흐느꼈다. 채씨의 어머니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오열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장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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