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CVC캐피털파트너스가 '여기어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티저레터(투자안내서)를 배포한 후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만 향후 일정은 서두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VC캐피털은 여기어때 매각주관사로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를 선정했다. 지난 4월 잠재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티저레터를 송부하며 국내외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CVC캐피털은 특수목적법인(SPC)인 베이컨스컴퍼니를 통해 여기어때 지분 80.87%를 보유하고 있다. CVC캐피털은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할 계획이다. 아직 예비입찰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CVC캐피털 관계자는 "예비입찰 일정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2019년 CVC캐피털은 심명섭 전 대표가 가지고 있던 여기어때 지분 45.1%와 위드웹, JKL파트너스 등의 지분 26.4%를 매입했다. CVC캐피털은 지분 71.5%를 확보하며 여기어때 최대주주에 올랐다. 구체적인 인수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CVC캐피털은 여기어때의 기업가치를 4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추가 투자 등으로 2023년 말 기준 80.87%까지 지분을 늘렸다.

CVC캐피탈은 지난해 유상감자를 실시해 투자금 일부를 회수했다. 여기어때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유상감자에 따른 차손이 약 1000억원 잡혀 있다. 보통주 193만5129주, 우선주 6만4571주 등 총 199만9700주를 소각하는 데 1000억원이 들었다. 유상감자로 CVC캐피털은 808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CVC캐피털이 여기어때 지분을 확보하는 데 약 3000억원이 들었기 때문에 투자금의 25%가량을 거둬들인 셈이다. 여기어때의 총발행주식 수는 유상감자의 여파로 168만7183주로 줄었다.

CVC캐피털이 올해를 여기어때 매각의 적기로 판단한 것은 수익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어때는 지난해 매출 3092억원, 영업이익 464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1.20%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이 42.70%나 늘었다.

여기어때 수익 개선의 중심에는 정명훈 대표가 있다. 현재 여기어때 대표인 정 대표는 CVC캐피털 한국사무소 대표 시절 여기어때 인수를 이끈 뒤 2021년 이 회사 대표에 올랐다.

정 대표는 여기어때 대표가 된 후 해외여행 사업에 집중했다. 정 대표 취임 이후 여기어때는 해외항공 예약 전문사 '온라인투어' 지분 20%를 인수하며 해외여행 사업에 진출했다.

2022년에는 실시간 해외항공권 예매 서비스와 해외숙소 예약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같은 해 10월 단거리 자유여행 서비스 '해외특가'를 출시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며 해외여행 사업 거래액이 전년보다 11배 늘어났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여기어때의 기업가치는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어때는 2022년 미래에셋캐피탈 등의 신규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1조2000억원으로 평가된 바 있다. 2021년 매출 2049억원에 주가매출비율(PSR) 멀티플 6배 수준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방식으로 2023년 매출 3092억원을 대입하면 여기어때의 현재 기업가치는 1조8552억원 수준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정 대표 선임 이후 여기어때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고 사업 다각화에도 성공했다"며 "수익이 좋아지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한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