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 꼬마 늑대, 위대한 리더가 되다
9만9987회 현장 관찰 기록 바탕
‘늑대 8번’ 성장·성공 그린 관찰소설
사랑·우정, 경쟁·혼란, 협동·공감 ···
‘늑대의 마음’ 통해 인간관계 투영
울프 8 - 늑대의 마음에서 함께 사는 질서를 배우다/ 릭 매킨타이어/ 노만수 옮김/ 사계절/ 2만3000원
1872년 미국은 와이오밍, 몬태나, 아이다호 3개 주에 걸친 8933㎢의 자연을 세계 최초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그곳에 ‘옐로스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산맥과 계곡 사이로 지하수를 내뿜는 간헐천이 흐르고, 드넓은 초원에 늑대와 아메리카 들소, 코요테와 엘크, 퓨마와 흰머리수리 등 수많은 야생동물이 어울려 사는 이곳에 관광객 발길이 이어졌다.

미국 연방정부는 실수를 깨닫고 생태계를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작업에 나섰다. 1995년 1월 캐나다에서 14마리 야생 늑대를 데려와 옐로스톤에 풀어놓았다. 늑대의 귀환에 따라, 엘크의 수가 이 지역의 환경수용력(어떤 환경에서 특정 종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최대 부양 능력)에 맞게 줄어들었다. 흰머리수리처럼 멸종위기에 내몰렸던 청소동물과 비버도 옐로스톤으로 돌아왔고, 먹이사슬의 바탕을 채울 식물들까지 되살아났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의 한복판에 바로 ‘늑대들’이 있었다.

저자가 바라보되 개입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되 감정은 들이지 않는 방식으로 서술한 이 책은 꼬마 늑대 8번의 성장과 성공을 담은 일종의 ‘관찰 소설’이다. 동시에 그와 동료들의 사랑과 우정, 경쟁과 혼란, 협동과 공감 등 독특하고 고유한 관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늑대들이 함께 사냥하고 새끼를 양육하고, 늑대 무리가 결합하거나 갈라지는 장면들 속에서 독자는 ‘늑대의 마음’을 또렷하게 감지할 수 있다. 때로 지은이의 경험과 늑대의 행동을 비교해 전달하는 대목에서 독자는 8번의 성공담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 늑대를 인간과 몹시 가까운 존재로 여기게 된다.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세계적인 동물학자 제인 구달은 저자를 가리켜 “늑대 행동에 관한 절대 권위자”라고 설명하는데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저자는 지난 40여년간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의 레인저, 늑대 해설사, 옐로스톤 늑대 복원 프로젝트 연구원 등으로 일하면서 역사상 그 누구보다 오래 늑대를 관찰하고 그 누구보다 많은 기록을 남겨놓았다. 야생 늑대 행동에 관한 세계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이유다.
저자가 관찰한 옐로스톤 늑대 이야기는 유수의 언론과 다큐멘터리,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소개되었고, 그가 작성한 기록물은 전 세계 늑대 행동 연구의 토대가 되었다. 그가 늑대 8번과 21번, 302번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옐로스톤 알파 늑대’ 시리즈 세 권과 ‘알파 암컷 늑대’, ‘늑대처럼 생각하기’ 등은 자주 읽히는 책이다. ‘울프 8’은 미국 아마존 올해의 과학책, 올슨 자연저술상 주목할 책으로 선정됐다. 미국 영화제작사 스탬피드벤처스는 ‘옐로스톤 알파 늑대’ 시리즈를 장편 영화로 만들 예정이다.
“늑대들 대부분이 다른 늑대와 싸우다 죽거나 인간이 쏜 총에 맞아 죽거나 덫에 포획돼 죽는 것을 고려하면, 먹이 사냥 중에 사망한 것은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결말이다. 8번은 죽기 직전까지 가족을 먹이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마지막 숨결까지 가족에게 바친 것이다. 나는 늑대 8번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려보았다. 더 이상 생존을 이어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8번은 몸부림을 멈추고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려 했을 것이다. 그를 고통스럽게 하는 모든 것이 희미해져갈 때, 그의 마음에 마지막으로 떠오른 건 생명에 대한 감사였을 거라고 나는 믿고 싶다.”(335쪽)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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