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역사 스터디서 지혜 배우는 ‘늦깎이 청강생들’
50~70대 매주 ‘열린 강좌’에 참여
중국 정사 ‘사기’ 공부에 구슬땀
“배울 때마다 나를 돌아보게 돼”
재학생도 “인생 선배에 긍정 영향”
가정주부인 김춘교씨(74)는 16년째 매주 한 번씩 목원대를 찾는다. 목원대 역사학과 학생들과 함께하는 스터디를 통해 중국 정사인 사마천 <사기(史記)>를 원문으로 배우고 있다. 김씨는 목원대에 정식으로 입학한 적은 없지만, 배움에 대한 열의로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사기>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있다”며 “어렸을 때부터 배웠더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에서 중·고등학생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한경애씨(58)도 2005년부터 19년째 이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한씨는 “스터디를 통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고 말했다.
목원대 스터디에 참여하는 늦깎이 청강생은 이들만이 아니다. 김춘자(72)·이광규(69)·양연호씨(60)도 10여년째 이곳에서 중국사를 배우고 있다. 이들은 모두 청강생 자격으로 수업을 듣는다. 늦깎이 학생 5명과 재학생 37명, 졸업생 3명 등 총 45명이 이 수업을 듣고 있다.
해당 스터디는 도중만 목원대 역사학과 교수가 21년째 운영하고 있는 ‘열린 강좌’다. 도 교수는 목원대에 부임한 이듬해인 2003년 제자들의 학업을 돕기 위해 이 스터디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재학생만을 위한 강좌로 시작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외부인들에게도 문을 열어줬다. 중국사를 전공한 도 교수는 매주 화요일마다 <사기> 원문을 가르치는데, 현재까지 총 500여명이 이 수업을 들었다.
목원대 관계자는 25일 기자와 통화에서 “2004년부터 외부인들의 스터디 참여 요청이 잇따랐고 도 교수도 ‘학문은 공적으로 가르치고 공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 스터디를 열린 강좌로 개방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열린 강좌이다보니 누구나 스터디에 참여할 수 있지만 배움에 의지가 없는 학생들에 대해선 제한될 수도 있다”면서 “아직까지 중도에 수업을 나간 학생은 없었다”고 밝혔다.
늦깎이 청강생 김춘자씨는 “수업을 통해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마다 나를 돌아보게 된다”며 “수업에서 배운 지식과 지혜를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13년째 스터디에 참여 중인 요양보호사 이광규씨도 “중국의 역사를 연대별로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며 “이제는 중국 서적을 번역하는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서예가인 양연호씨 역시 2008년부터 빠지지 않고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양씨는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수준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겠지만 배움에는 끝이 없듯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4년간 이 스터디에 참여했던 목원대 역사학과 졸업생 송해인씨(25)는 “인생을 몇 배로 경험한 선배분들과 함께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목원대는 최근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늘리기 위해 열린 강좌를 늘리는 등 지식봉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희학 목원대 총장은 “목원대 강점 학문 중 하나인 음악과 미술을 활용한 열린음악회와 전시회 등을 여는 등 대전 시민들이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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