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질린다는 '이 동물'… 외국에선 보호 구역까지 만들어 키운다

한국에서만 무려 10만여 마리 이상 서식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고라니 자료 사진 / '크랩 KLAB' 유튜브

한여름이 다가오면서 풀숲이 우거지고, 도로 주변으로 초록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 운전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존재가 있다. 갑자기 튀어나와 사고를 유발하고 불쑥 차도에 나타나 시선을 끈다.

사람들 사이에선 골칫거리로 불리지만 정작 그 정체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도로 한복판에 갑작스럽게 나타나 우리를 당황하게 만드는 이 생명체는 바로 고라니다.

뿔 없는 사슴, 고라니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크랩 KLAB' 유튜브

고라니는 사슴과에 속하지만 일반적인 사슴과는 전혀 다른 외형과 습성을 가졌다. 겉모습만 보면 초식동물 특유의 순하고 온순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작고 통통한 체형, 짧은 다리, 복슬복슬한 털을 가지고 있어 얼핏 보면 귀엽다는 인상을 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정작 야생에서 의외로 고라니는 빠르고 민첩한 행동으로 살아남는 야성의 상징이다.

고라니는 사슴과 다르게 뿔이 없다. 수컷도 마찬가지다. 대신 눈에 띄는 건 입 옆으로 길게 삐져나온 엄니다. 송곳니처럼 보이는 이 엄니는 서로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방어 수단이다. 수컷 고라니는 엄니를 이용해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주로 해질 무렵 활동을 시작하는 야행성 습성을 보인다. 겁이 많고 경계심이 강해 사람 눈에 잘 띄지 않고 감각이 예민하다. 특히 청각이 뛰어나 아주 작은 소리에도 반응한다. 인기척이 느껴지면 즉시 달아난다.

가장 특이한 행동 중 하나는 새끼를 보호하는 방식이다. 새끼를 수풀에 두고 홀로 멀리 떨어져 있다가 밤이 되면 조용히 돌아온다. 천적의 눈을 피하려는 본능이다.

수영도 잘한다. 해안이나 얕은 물가 근처에서도 종종 목격된다. 영어 이름은 ‘워터 디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물과 친하다.

고라니는 번식력이 높다. 짧은 임신 기간, 빠른 생식 주기, 한 번에 두세 마리씩 낳는 새끼 수까지 더해져 빠른 번식이 가능하다. 외부 환경에 쉽게 노출되는 작은 체구, 먹이 부족, 위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새끼를 낳아 일부라도 살아남게 만들기 위한 일종의 생존 전략인 셈이다.

알고 보면 멸종위기종 고라니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크랩 KLAB' 유튜브

고라니가 주요 서식지로 삼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중국과 한국이 유일하다. 현재 한국 전역에는 약 10만 마리 이상이 서식 중이고 중국은 약 1만 마리가 살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주요 서식지지만 유독 한국에 개체 수가 집중돼 있는 결정적 이유는 생태계 구조 때문이다.

한국엔 고라니를 위협할 만한 대형 포식자가 없다. 맹수가 사라졌고 사냥 문화도 없다. 고라니가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다. 게다가 고라니는 울창한 숲보다 나무가 드문 곳, 잡풀이 많은 공간에서 잘 적응한다. 개발로 인해 생긴 공터, 벌목지, 도로변은 고라니에게 오히려 안성맞춤이다.

도로변에서 자주 목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사장 주변, 고속도로 인근, 차도 옆 풀밭에서 먹이를 구하기 쉽다. 경쟁자도 없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잦아진다는 점이다. 운전자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라게 되고 고라니 역시 방향 감각을 잃은 채 도로를 질주하다 사고를 당한다.

농작물 피해나 도로 위 사고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국내에선 고라니를 유해조수로 분류하고 있지만 고라니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안전한 서식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고라니가 더 이상 '도로 위 무법자'가 아닌, 멸종위기종으로서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크랩 KLAB'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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