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떨어졌다' 디딤돌대출 규제에 청약자 날벼락
"유예기간 없이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에 당황스럽습니다. 계약금만 날리고 길에 나앉게 되는 거 아닌가 뜬눈으로 밤새고 있어요."
정부가 디딤돌대출 등 정책대출을 제한하며 한도가 수천만원에서 억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내 집 마련을 계획했던 분양계약자들도 큰 혼란에 빠졌다. 기습적인 정책 변화에 자금계획이 틀어졌다는 아우성이 나온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에 디딤돌대출 취급 제한을 요청했다. 세부 내용은 ▲대출한도에서 소액임차보증금(서울 5500만원)을 제하는 '방수 공제 필수 진행' ▲생애 최초 구매 특례 등 '구입자금 보증 취급 제한' ▲대출 이후 주택 완공 시 담보로 전환하는 '후취 담보대출 제한' 등이다.
이렇게 되면 대출한도가 줄어들고 준공 전 신축 아파트에 입주를 준비하던 수요자들은 디딤돌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오는 21일부터 5대 시중은행은 동일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부터 반영해 대출을 취급중이었으나 실수요자들의 비판에 디딤돌대출 21일로 적용을 유예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운영하는 디딤돌대출은 부부 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에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올해 초 출시된 신생아특례대출도 디딤돌대출에 속한다. 가구당 2억5000만원(신혼가구·2자녀 이상 가구 4억원) 내에서 최대 5억원 주택에 대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70%(생애 최초 80%)까지 대출해준다. 금리는 연 2.35~3.3%로 시중은행보다 낮다.
이번 정책의 가장 큰 변화는 대출한도다. 생애 최초 구입자는 기존 LTV 최대 70%에 HUG 보증으로 10%를 추가 적용받을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추가 적용분이 사라진다. 최대 80%이던 한도가 70%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고 기존에 70%를 받을 수 있던 이용자들도 은행에 따라 최대 한도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대출 신청을 하고 심사를 진행중인 실수요자들은 잔금일을 눈앞에 두고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당장 집값의 10%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해야 해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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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2000억원 증가해 전월(9조7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절반 가까이 줄었으나 정책대출은 오히려 늘었다. 국토부의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은 지난 8월 3조9000억원 증가한 데 이어 9월에도 3조8000억원 늘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 관계기관 간 협의해 대출을 줄이기로 했다"며 "디딤돌대출 외에 별도 보증을 통해 대출한도를 확대하거나 은행 자체 심사를 통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책대출 재원 자체가 한정돼 있고 더 많은 수요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대출 조건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는 기조가 있다 보니 관계 부처의 일원으로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득·자산 요건의 강화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신생아 특례나 신혼부부 대상으로 대출이 많이 이뤄지면서 단기에 대출 총액이 증가했다"며 "대출을 아예 막겠다는 취지는 아니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우에 따라 금리 부담이 조금 더 높은 일반대출로 알아보거나 대출 총액이 모자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화랑 기자 hr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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